현대인의 3대 도피처
예전에 어디선가 읽은 현대인의 3대 영양소는 바로 제목과 같은 카페인과 알코올, 니코틴이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녹록치 않음을 빗댄 우스갯소리일 테다. 그런데 나, 세 가지를 모두 섭취하며 살아가고 있다.
1. 카페인
커피없이 못살 정도는 아니지만 아침에 한 잔, 외출하면 입이 궁금해 카페에 들러 한 잔 마시는 게 하루의 낙이다. 예전에는 커피를 오후에 마시면 잠이 오지 않아 고생한 적도 있었지만 요즘은 하루에 서너 잔 마셔도 베개에 머리를 대자마자 곧장 잠이 들기 일쑤다.
따뜻한 바닐라라떼나 시원한 마끼아또에 카라멜 드리즐을 왕창 뿌려 마시는 걸 즐겼지만 언제부턴가 살찔까 봐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를 주로 마신다.
최근 일주일에 세 번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출근하고 오픈 정리를 대강 마치고 직접 추출한 에스프레소로 만든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마시면 저절로 “캬!” 소리가 날 만큼 맛있다.
스팀으로 우유에 거품을 만들고 데우는 걸 유튜브를 보면서 연습하고 있는데 소리부터 거품, 우유의 쫀득함까지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빨리 우유 폼 만들기에 능숙해져서 내가 내린 라떼를 “캬~!” 소리내며 음미하고 싶다.
가끔 삭신이 쑤시고 몸이 녹아나는 느낌이 들 정도로 피곤할 때는 보약처럼 ‘바닐라라떼’, ‘민트초코라떼’ 믹스를 타서 마신다. 오늘 오후에도 도서관에 출근하면서 가방에 민.초.라떼 믹스를 한 봉지 챙겨갔다. 종이컵 가득 진하고 달콤한 믹스커피를 마시며 한숨 돌리는 시간이 주는 즐거움이란.
2. 알코올
카페인보다 즉각적이고도 강한 위로를 주는 것은 알코올이다. 나는 소주, 맥주, 막걸리, 위스키 등 주종을 가리지 않고 즐겨 마신다. 소주는 오랜만에 마시면 달다는 소리가 나오지만 급하게 연거푸 마시다 보면 급체를 하거나 정신을 잃기 때문에 가장 두려워하는 주종이다.
맥주는 냉장고에 쟁여두고 이틀에 한 번꼴로 가볍게 음료처럼 마시는데 습관이 될까 걱정이되어 어쩌다 가끔 사두려 하지만 쉽지 않다.
냉장고에 맥주가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고된 삶에 힘이 된다. 육체노동과 육아, 운동, 온갖 잡일과 감정 노동 등의 일과를 마치고 맹물이나 주스, 작두콩 차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한다는 건 정말인지 슬프고 암울하며 너무 경건한, 수도승과 같은 삶이라고나 할까. 카페인만큼 알코올도 삶의 질에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 아닐 수 없다.
3. 니코틴
그렇다. 나는 담배를 피운다. 우선 아침에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한 대 피우는데, 묘하게 담배를 피우면 화장실로 직행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아침을 가볍게 시작한다는 핑계로 담배를 피우러 나만의 장소로 향한다.
힘든 노동을 마친 후에도 담배를 피우며 고단함을 날려버리는 게 일종의 의식이 되어버렸다. 길을 걷다 보면, 주로 골목길 뒤편에서 요식업 종사자나 건축업 종사자들이 담배를 피우는 걸 종종 목격할 때가 있다. 쪼그리고 앉거나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는 그들의 모습에서는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먹고 사는 고단함이 단박에 느껴질 때가 있다.
가만히 멍을 때리거나 좋은 그림이나 음악을 감상할 여유 따위 없을 때 담배는 짧고도 강력한 현실 도피 순간이 되어주는 것 같다.
주절주절 쓰고 있지만 결국 나는 카페인, 알코올, 니코틴에 기대어 현실을 잊어보려는 나약한 중독자일 뿐이다. 그런데 끊기 힘든 걸 어쩐다. 내 삶에서 현대인의 3대 영양소를 뺀다면 나는 어디에서 위안을 얻고 고단함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말이 길어질수록 비겁한 변명만 이어질 뿐이다. 여기서 마무리하고 진짜 3대 영양소, 탄.단.지나 챙겨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