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지키며 가져온 책을 읽고 있는데 유리문 너머로 아들래미가 등장했다. 매운걸 먹었는지 입가가 빨개진 아들의 손에는 포크가 담긴 종이컵이 들려있었다.
오늘 돌봄 교실의 간식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떡볶이였나보다. 아들은 나에게 맛을 보라며 종이컵을 건넸다. 종이컵에는 작은 떡 두세개와 라면 면발 부스러기가 조금 담겨 있었다. 아마도 아이가 자신이 먹다 남은 걸 들고 왔나싶어 종이컵을 넘겨받고는 조심스럽게 내용물(?)을 포크로 건져 아이의 입에 넣어주었다. 아이는 연신 입으로는 거절을 하며 나에게 맛보기를 권했지만, 먹고 싶은 맘을 누르지 못하고 떡볶이를 받아먹고는 도서관을 떠났다.
아이가 돌아가고 나서야 종이컵에 남은 부스러기를 입에 넣어보았다. 자극적인 떡볶이 맛이 입에 착 붙었다.
다시 읽던 책으로 돌아가려는데 잠시 후 돌봄 선생님이 도서관에 찾아왔다. 떡볶이는 아이들의 최애 간식이라 늘 양이 부족했는데 아들래미가 그 와중에 "엄마가 떡볶이를 좋아한다"며 선생님 옆에서 혼잣말 아닌 혼잣말을 했나보다. 그것도 여러 차례;;;
선생님은 가뜩이나 부족한 떡볶이를 나누어 아이에게 건냈고, 민망할 정도로 양이 부족해 상황 설명을 하러 오신거였다. 상황을 알게 된 나는 선생님께 사과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효자났네요, 효자."라고 아들의 행동에 웃음지었다.
며칠 전에도 아들래미 때문에 한바탕 웃은 기억이 있다. 저녁 독서 시간에 아이는 체험 학습을 갔다가 길거리에서 주운 핸드폰 케이스를 씻어 두었다는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무슨 말인가 의아했지만 행여나 아이의 독서 시간이 줄어들까 대화는 중단되었다.
전후 상황을 알게 된 것은 아이가 사용하는 화장실 청소를 하면서다. 세면대 한 구석에는 아이가 세척한 후 건조 중인 핸드폰 케이스가 보였다. 길거리에서 부모가 사용하는 기종과 같은 핸드폰 케이스를 발견하고는 숙소로 가져온 것이다.
케이스의 상태나 연결 부분을 보아 아마도 누군가 사용하다 버린 것으로 보이는 걸 아이는 나름대로 깨끗이 씻어 말리는 중이었다.
"살림꾼이네, 살림꾼. 그래도 엄마는 새로 산 것이 더 좋은데."라며 그날 밤 책을 읽으러 온 아이에게 장난삼아 반응했다.
이렇게 아들래미는 효자에 살림꾼으로 잘 자라고 있다. 학교 친구들과의 주먹다짐과 물건을 놓고 오는 습관만 고치면, 독서에 조금만 더 진심을 보이고, 영어 책을 몇 페이지만 더 읽고, 수학 문제집을 스스로 푼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