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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씨 Dec 29. 2023

<괴물>을 보고

 그러니까... 괴물을 본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즉, 영화를 본 후 소감을 남겨야지 하는 생각만 열흘넘게 한거다. 

 우선 상당히 몰입도가 높았다. 상영 시간 내내 집중력을 잃거나, 조금이라도 지루한 구석이 한순간도 없었다. 나는 복잡미묘하고 입체적인, 단순히 선악으로 구분지을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을 다룬 영화, 보고나서 오만가지 생각이 드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괴물>은 그런 영화에 속했다. 

 영화를 보고 점심을 먹기위해 식당에 앉았을 때다. 평소와 다르게 카운터에 앉은 직원부터 어린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 들어서는 젊은 부부의 얼굴을 관찰하게 되었다. 마주앉은 사람과 나 자신을 포함해서 '우리는 각자 어느정도 괴물로 변하고 있을까' 라는 의문을 품고서.

 

 지극히 단순하게 괴물과 괴물이 아닌 사람.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누어 생각하다 모든 사람이 정도만 다르지 모두 괴물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리고 비교적 괴물에 아닌 쪽에 가깝거나 전혀 괴물같지 않은 사람은 좀처럼 세상 살기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이어서 들었다. 

 적어도 사회에서 사람들과 부대껴 살며 돈을 벌고 아이를 기르고 나이를 드는 과정은 알게모르게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교과서나 교훈이 가득한 책, 아름다운 일화에서 소개되는 현실도 어딘가에 존재하겠지만, 매일 학교를 다니고 싫은 사람을 상대하고 각자도생이 당연시 여겨지는 세상에서는 누구나 어느정도 괴물로 변해야 견뎌낼 수 있다. 

 아이에게 약자를 외면하지 말고 도우라고, 정의로운 선택을 하라고 이야기해주던 때가 있었다. 어느새부터인가 더이상 그런 이야기를 강조하지 않게 된 것 같다. 괴물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상처받지 말아야하고 때로는 남에게 상처를 입힐 줄도 알아야 한다.(고 믿게 된 것 같다)

 한없이 진지해지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결국 우울과 낙담의 끝으로 가게 마련이다. 그럴 땐, 가볍고 흥미로운 결론을 지으려 노력한다.

 미나토와 요리가 죽지 않았다면 둘 다 십 대의 소중한 추억을 간직한 채 행복한 인생을 살았을 것이다. 일단 외모가 훌륭한 미나토는 강력한 멘탈까지 갖춘 훈남으로 자라나 엄마에게 보고만 있어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듬직한 아들이 되었을 것이며 요리는 결핍과 상처를 타고난 감수성으로 극복하고 승화해서 음. 예술가가 되어있을 것만 같다. 

 만약, 미나토와 요리가 죽은 것이라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음. 그 생각은 깊게 하지 않으련다. 뭐, 각자 살아남기위해 더욱더 괴물로 변하거나 새로 거듭나 두 번째 인생을 살든가 알아서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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