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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씨 Jan 08. 2024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읽고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를 읽고     

 좀처럼 글쓰기에 관한 책에 손이 가지 않는 편이다. 어떻게든 나만의 방법을 찾아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싶다는, 쓸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어딘가 억지스럽고 고집스러운 마음이다.

 그렇게 이상한 오기를 부리다 우연히 좋은 글쓰기 책을 만날 때가 있다. 쓰는 과정에서 찾아오기 마련인 막막함을 풀어주고 그게 당연하다고 말해주는 책, 오래도록 더 많이, 열심히 쓰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책, 좋은 글귀가 많아 자꾸 페이지의 한 귀퉁이를 접게 만드는 책.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그런 책이었다.      

 글을 쓰고자 하는 궁극적인 이유와 글쓰기가 삶에 가져온 변화와 같은 쓰기에 임하는 기본적인 태도부터 충분히 쓰지 못했다는 자괴감, 어떤 글을 쓰고 싶고 더 나은 글을 위해 필요한 노력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까지.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거나 아예 없는 척 직면하지 못했던 ‘쓰는 일’에 품고 있던 여러 가지 생각들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하나씩 떠올랐다.      

 작가의 말처럼 나도 독자를 대상으로 한 글을 쓰고 싶다. 혼자만의 넋두리에 그치는 글에서 벗어나 나의 시선을 머무르게 지점에서 시작해 그 이유를 집요하게 찾아내 시야를 확장하고 누군가에게 울림을 주는 글을 쓰는 게 목표이다. 

 쓰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쓰기에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쓰기로 다짐한 후, 한 시간 남짓 시간을 내어 급하게 글감을 찾아 A4 한 장 분량의 글로 마무리 짓는 게 일상이 되었다. 평소 쓰는 글보다 분량이 길고, 더 오래도록 생각하여 충분히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글을 쓰고 싶었다. 마무리 짓는 일에만 급급해 퇴고에 대한 아쉬움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다. 

  오랜 경험과 더불어 진심을 담은 다정한 상담사의 목소리처럼 느껴지는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그간의 글쓰기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와 같은 회피하고만 있던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쓰기에 대한 마음가짐과 태도에 더불어 바로 적용 가능한 구체적이고 유용한 팁도 얻을 수 있었다.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진 퇴고의 과정과 글을 마무리 짓는 방법, 분량을 늘이는 단계적 절차(?)와 쓰기에 도움이 되는 읽기까지.

 나에게 꼭 필요한 문장, 암기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어 보고 싶은 실질적인 조언이 많아 책을 다 읽은 후 발췌한 부분을 옮겨 적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작가는 강연장에서 ‘좋은 책 한 권’을 추천해달라는 질문자에게 자신의 책을 읽었는지 우선 묻고,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면 먼저 자신의 책을 읽어보라 권한다고 한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자신의 저작물에는 다른 책을 소개하는 내용이 많이 담겨있어서라는데, 이 책에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 꽤 많이 소개되어있었다. 한 권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책을 뒤적이며 메모해두니 모두 열 한 권이다.      

 글쓰기에 대한 고민 해결과 앞으로 글쓰기의 방향, 바로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팁에 읽고 싶은 추천 도서까지. 연말 특별호로 발간된 잡지에 두둑한 별책부록까지 덤으로 얻은 것마냥 책을 덮은 후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오전 시간은 글쓰기에 할애하기. A4 두 장이 넘는, 평소보다 긴 글 써보기. 읽은 책 잘 정리해서 쓰기 자산으로 만들기. 글쓰기 수업 듣기. 반드시 퇴고하기. 책에 실린 ‘시 읽는 법’ 가까운 곳에 붙여 놓고 시집을 펼칠 때마다 읽어보기. 소개된 열 한 권의 책 구해 읽기.

 책을 덮고 나니 해야 할 일이 이렇게나 많다. 참, ‘결국 쓰는 일은 체력 문제’이니 운동과 체력 관리도 필수다.     

 '좋은 책이란 읽는 사람을 다른 생각, 다른 세계로 안내하는 책이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주고, 모호했던 감정을 선명하게 만들고, 도망가고 싶은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책. 이해 안 되는 사람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책. 무력감이 들 때 하고 싶은 일을 안겨주는 책, 그래서 읽다 보면 자세를 고쳐 앉게 하는 책. 베껴 쓰고 싶은 문장이 많아서 다급하게 노트와 펜을 찾게 하는 책. 궁극적으로 읽고 나면 나도 세상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뀌도록 돕는 책. 이런 책이 저한테는 좋은 책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좋은 책의 정의이다. 빠짐없이 동의한다. 나에게 <은유의 글쓰기 상담소>는 위에서 말하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책이었다. 2024년을 시작하는 달에 이 책을 만났다는 사실에 굳이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이제 실천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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