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할 고민 없다.
라디오에서 노래를 흘러나오는 노래를 흥얼거리는데, 돌아보니 요즘 '별일 없이 산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일엔 알람에 맞춰 일어나 빵집에 나가서 일을 하고 열두 시에 퇴근을 한다. 퇴근 후엔 집안일을 하며 점심을 먹고, 아이가 돌아오면 간식을 챙겨주고 다음 날 끼니를 챙기고 저녁을 먹은 후엔, 책을 읽다 씻고 하루를 마무리한다.
물론, 중간중간 고민이 없지 않은 건 아니다. 요즘 나의 고민은 '운동을 해야 한다'가, '글을 좀 써야한다'와 같은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들. 조금 더 나아가면 '언제까지 빵집에서 일하면서 살 수 있을까'에서 이어진 진로 고민, 도무지 공부에 뜻이 없는 아들을 보는 착찹함 정도이다.
한~참이나 어린 아르바이트생이나 직원들을 보며 혼자 움츠려들며 지냈다.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생각을 품고 지냈다. 오전 시간 함께 일하는 알바생은 20대 후반으로 취업 준비를 하는 듯하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4년간 근무를 하고 그만두었는데, 최근 사장님의 긴급 호출로 당분간 빵집을 봐주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일하는 매장의 사장님은 장기간 근무를 선호하는 편이고 심성이 좋은 분이라 아르바이트생들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그만두지 않으며 형제자매를 소개해 함께 근무를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나이를 포함해 그들과 너무도 다른 입장이긴 하지만, 나 역시 진로 고민이나 재취업을 도모하며 꽤 오랜 시간 근무를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을 고쳐먹고 나니 지금 당장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났다. 그래서 요즘 나는 '별일(큰 불안) 없이 산다'.
올초 진로 방향을 잡고 해당 교육 과정을 알아보고 하반기나 내년부터 준비하려고 마음먹었다. 관련 커뮤니티를 가입하고 전망이 어둡다 못해 이 분야에서 제대로 된, 그러니까 정규직을 얻기는 바늘구멍을 통과할 만큼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직 아무것도 시작한 없으면서 어두운 전망에 절망해 며칠을 우울하게 지내다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떻게든 되겠지, 적어도 지금은 '별일 없이' 살고 있으니 괜찮다는 사실을 위안으로 삼으며.
하교 후 공부란 것은 말 그대로 '한 글자'도 하기 싫어하는 아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불안과 불만 또한 못 본 척하려 노력한다. 아직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별일 없는 하루를 보내다 보니 저녁 여섯 시가 넘었다. 어제는 내가 사랑하는 배철수 디제이가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배캠에 컴백했다. 얼마나 기다렸던 순간인지, 시그널 음악과 함께 배철수 디제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데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내일은 내가 좋아하는 '나는 솔로'의 본 방송 날. 목요일 퇴근 후에 점심을 먹으며 볼 생각을 하니 벌써 행복하다. 금요일은 그저 금요일이라 좋고. 기다리던 책이 서점에 입고되면 오랜만에 서점 나들이를 갈 계획도 있다. 이렇게 요즘 나는 별일은 없지만 소소하게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