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밥하는 게 정말 싫다. 다이어트를 하느라 저녁은 거르기 일쑤고 우유에 오트밀을 말아먹거나 밑반찬 한 개만 놓고 한 끼를 때우는 등 내 끼니를 챙기는 일은 그다지 수고스럽지 않다.
문제는 남편과 아이가 먹을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다. 밥을 먹을 시간은 정직하게 찾아오고 냉장고를 뒤져 무언가 끓이고 볶는 등,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하는 일이 나에겐 너무나도 하기 싫은 일이다.
그렇다면 밥을 하지 않는 방안을 찾으면 되지 않겠냐고? 외식이나 배달, 밀키트, 반찬가게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장을 보고 직접 차려내는 것보다 돈이 더 들기 때문에 식사를 외주(?)하는 방안은 쉽사리 택할 수 없다.
결국 나는 매일 심술궂은 표정으로 주방에 선다. 마음속에 두 가지 불만을 품은 채.
‘왜 내가 먹지도 않을 밥을 내 손으로 차려야 하는 거야?’, ‘왜 내가 차려주지 않으면 아무도 밥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거야?’
먹거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장을 본 후, 구매하는 걸 깜빡하거나 그때그때 필요한 재료는 동네 마트에서 사다 먹는데, 모든 과정은 귀찮음이 깔려있다. 직접 마트에 가는 수고를 덜고 싶어 온라인으로 일주일 분량으로 비슷비슷한 식재료를 산 후 냉장고에 넣어 둔다. 일단 먹거리를 채워두었다 안심할 뿐 귀찮음에 모든 작업을 뒤로 미루기 마련이라 다듬지 않고 방치되어 채소가 상해버리거나 냉장고 속 재료 파악이 되지 않아 같은 걸 또다시 사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직장 동료로부터 마트 할인 소식을 전해 듣고는 퇴근길에 들러보았다. 배달로 매일 비슷비슷한 재료들만 받아보다 오랜만에 직접 마트를 둘러보며 다양한 상품을 구경하고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꽤 오랫동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상품들을 비교를 한 후에 평소에 사지 않은 새로운 먹거리들을 바구니에 담아 나왔다.
식사나 간식 준비에 고민을 덜어줄 밀키트와 냉동식품에 내가 먹을 간식 몇 가지도 사고 나니 그 주는 먹는 고민이 비교적 덜했다. 맨날 비슷한 메뉴를 만드는 나도, 그걸 먹는 가족도 지겨웠을 텐데 식탁에 살짝 변화가 찾아오니 만들고 먹는 사람 모두 만족스러웠다.
휴일 아침, 평소보다 늦게 눈을 뜨니 허기가 느껴졌다. 어제 먹고 남은 미역국에 오트밀을 넣고 데워 든든하게 아침을 해결했다. 준비하는 데 총 3분이 걸리지 않고 먹고 난 후 국그릇과 숟가락 하나, 뒷정리할 것도 별로 없다.
내 배를 채우고 나니 먹여야(?)할 가족이 떠오른다. 오늘은 또 무엇으로 세끼를 챙기나? 생각은 이어져 다음 주 식사 준비에 대한 막연함에 짜증이 났다.
냉장고 문을 여니 여러 가지 식재료가 뒤죽박죽 뒤섞여있다. 한숨을 쉬고 방안을 찾기로 한다.
일단 채소를 다듬기로 하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었다. 무르기 시작한 양파와 양상추는 씻고 상처난 부분을 도려내 통에 각각 통에 담아두었다. 몇 달째 방치된 김치통을 열고 찌개거리를 골라낸 후 통을 비워냈다.
찌개 두 개랑 밑반찬 두세 개만 있어도 평일의 식사 준비가 수월해질 터, 마음먹은 김에 애호박과 버섯을 다듬어 찌개 하나를 더 끓여냈다. 냉동실에서 멸치를 꺼내 견과류를 넣어 볶아내고 찌개를 끓이고 남은 두부와 팽이버섯을 넣고 두부조림을 만들었다.
냉장고가 정리되니 다음 주에 뭘 만들어 먹을지 눈에 보여 메모를 해서 냉장고 문에 붙여두었다. 다음 주엔 돈까스, 오징어볶음, 떡만둣국, 꼬마김밥, 삼겹살 구이를 해먹을 예정이다.
정리까지 마치고 시계를 보았다.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흥얼거리며 주방에서 보낸 시간은 두 시간 남짓이었다.
여유있게 새로운 먹거리를 탐험하는 기분으로 장보기, 주말 아침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다음 주 먹거리 만들어두기. 나의 (식)생활 개선을 위해 당장 실행할 두 가지 변화이다. 이런 노력으로 앞으로의 식생활이 조금이라도 즐거워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