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족에 프리터, 캥거루족까지. 언뜻 보면 기성세대들이 당연한 듯 따르는 지루하고 평생 벗어나지 못하는 직업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발적으로 선택한, 제법 쿨(?)한 삶의 방식처럼 들린다.
일과 나의 삶을 균형감 있게 병행하는 이른바 ‘워라밸’은 주5일 8시간 근무시간, 거기에 출퇴근에 걸리는 시간과 야근이 포함된 일자리로는 달성하기 힘든 꿈의 라이프 스타일이다. 단군 이래 최고의 학력을 갖춘 합리적인 세대답게, MZ들은 기존의 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조해낸다. 아니, 그런 것처럼 보인다.
의미 없이 경영인만 배 불리는 노동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청년들은 남은 에너지를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다양한 활동과 사교를 하는데 할애하기로 한다. 때로는 그렇게 생긴 취미 활동을 전업 삼아 ‘좋아하는 걸 하면서 돈도 잘 버는’ 경지에 이를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독립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살며 재정적으로 내실을 다지면서 말이다.
이런저런 말로 포장해도 나에겐 그저 요즘 청년들이 취업하기 녹록치 않다는 소리처럼 느껴진다. 기약할 수 없는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우선순위에 두고 그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삶인 듯 꾸며대지만, 대기업이나 공기업과 같은 비교적 괜찮은(?) 정규직 일자리를 마다하고 ‘알바’만 하면서 현재를 즐길 청년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술 더 떠 일자리는 차고 넘치는데 청년들의 눈에 차지 않아 부모에게 빌붙어서 당장 눈앞의 즐거움만 추구한다며 청년 세대를 싸잡아 비난하기도 한다.
도대체 무엇이 진실일까? 일자리 부족과 뚜렷하게 존재하는 직업의 귀천, 세습되는 계층과 집값 상승, 물가 상승, 최저임금, 비정규직 등 요즘 청년들은 단순히 ‘MZ세대’ 한마디로 정리될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과 얽혀 있는 듯하다.
이런 것들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거나 대책을 궁리하는 대신 ‘필요한 최소한의 돈을 벌고 여유를 즐기는 세대’로 쉽게 단정하여 세대 간 갈등이나 조장하는 기사를 쓰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인터넷을 뒤적이다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발견했다. 본문의 내용보다는 댓글을 읽는 쪽이 더 흥미로웠다. 최소한의 책임을 지고 인간관계에 드는 감정 노동을 사양하는 청년 노동자에 대한 기사에 달린 다양한 반응들을 눈으로 훑으며 읽어가다 한 줄의 댓글에 멈칫했다. ‘100만 원(만 벌어도) 감정 노동해요.’
나는 주5일 6시간 아르바이트를 한다. 경력을 쌓기도 어렵고 복지도 없는, 최저 시급이 적용되는 그야말로 ‘알바’자리다. 육아를 위해서 또는 자유로운 영혼을 유지하기 위해 이런 일자리를 자발적으로 택한 건 아니다. 청년들과 좀 다른 경우이긴 하지만, 나이가 많고 자격이나 경력이 없어서 갈 데가 없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수입은 적다고 책임감이나 감정 노동으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다. 월급 주는 사장님 눈치도 봐야 하고 최소한 컴플레인은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친절을 가장한, 감정 노동을 한다. 상품을 실수로 망가뜨려 팔 수 없게 되거나, 계산이나 장부 실수를 하면 내 돈으로 물어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
근무시간이 짧거나 정규직이 아니라고 노동 강도와 책임감이 가볍지는 않다. 애초에 청년들이 그런 이유로 직장 대신 ‘알바’를 택한 게 맞는 건지 의문이 든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