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일하다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나 정도면 친절한 직원 아닌가.'
만약 친절한 서비스가 평소보다 높은 톤의 상냥한 목소리나 밝은 미소를 의미한다면 나는 친절하지 못하다.
내가 손님을 맞는 목소리는 특별하게 밝거나 상냥하지 못하고 그냥 평소와 같은 톤이다. 다만, 무얼하고 있었든 손님이 들어오면 인사는 꼭한다.
기본 중의 기본이기에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일단 사람이 들어오면 그쪽을 쳐다보고 인사한다.
만약 손님이 정기적으로 매장을 찾으면 드러나지 않게 아는 척을 한다. 대놓고 아는 척 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손님도 있고, 그랬다가 무안을 당한 적도 있어서 살짝 아는 척을 하는게 포인트인데, 주로 결제 수단이나 포인트 적립, 할인 등을 기억하고 있다가 티나지 않으면서 신속하게 결제를 해주려고 노력한다.
특정 제품을 선호하는 손님일 경우, 신경을 써서 빵을 준비해 놓든가 대체품을 마련해 놓는다. 예를 들어 매일 단팥빵과 완두앙금빵을 먹는 고객이 왔는데 고객이 찾는 빵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면 다른 단과자빵이나 도넛류를 준비해 놓는 식이다.
오늘은 후레쉬 크림 샌드를 좋아하는 부자(아들과 아버지)손님이 매장에 들어섰다. 해당 빵은 아직 크림을 넣지 않은 상태로 선반에서 대기(?) 중이었다.
동료에게 후크 샌드에 크림을 넣어달라고 부탁하고 아들과 아버지가 쟁반에 담아온 빵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아니다 다를까, 아버지 쪽에서 '크림 넣은 식빵'이 안보인다며 물어오시기에 방금 완성된 후크샌드를 준비해드렸다.
이렇게 자주 오는 손님들과 그들의 빵취향을 매칭해 나름 customized 한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소위 말하는 진상 손님을 접한 경험은 거의 없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손님의 요구나 태도에 특별히 감정 상하지 않는게 나의 특징이고, 그건 큰 장점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이른 아침에 술에 취한 채 매장에 들어서 꼭 필요한 말 외에 주절주절 말이 많은 손님들도 있는데 딱히 거부감이 느껴지지 않는 편이다.
조그만 단과자를 한입크기로 잘라달라든가, 서비스빵을 요구하는 손님들의 경우 해줄 수 있는 건 해주고 해줄 수 없는 건 죄송하다고 말하면 대체로 별말없이 매장을 떠난다.
서비스직으로서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지만 나는 '죄송하다'라는 말을 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다.
내 실수가 맞으면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고, 설사 내 잘못이 아니더라도 '죄송하다'고 말하는 편이다. 어쨌든 고객으로선 불편한 경험이었을 테고, 대체로 진심으로 미안해하면 상황이 순조롭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가끔 매장별로 운영되는 '고객의 소리'에 특정 직원을 지칭하며 칭찬하는 글이 올라올 때가 있다. (예: 주말 오전에 근무하는 직원분 너무 친절해요!!)
게시판에 나를 지칭하는 글은 한 번도 올라온 적이 없다. 나는 '고객의 칭찬'을 받을 만큼 남다른 서비스를 제공하진 못하나 보다.
그래도 나는 가끔 '나정도면 그래도 괜찮은 직원'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