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근무를 하는 날은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일을 시작한다. 평소보다 이른 기상 시간에 대한 부담에 더해 밤새 일터가 안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역무실에 들러 작업계획서를 전달하고 휴지통을 비운 후 곧장 화장실로 향한다. 화장실은 사고가 가장 빈번한 장소이다. 제법 비장하게 고무장갑을 끼고 발걸음을 떼는 것으로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세면대와 파우더룸에 놓인 쓰레기를 줍고 칸막이를 돌아다니며 정리를 한다. 과도한 휴지 사용으로 막혀있는 변기를 뚫는 건 이젠 일도 아니다. 물이 넘쳐 바닥이 흥건해지거나 토사물이 있는 날은 아침부터 역경을 맞은 날이다. 그런데 그런 날이 꽤 잦은 편이다.
지난주의 일이다. 여자 화장실을 가볍게 마무리하고 남자 화장실로 들어선 순간 길게 늘어선 줄에 1차로 당황하고 곧바로 세면대까지 흥건해진 바닥을 발견한 나는 잠시 망연자실했다. 줄을 선 누군가는 첫 번째 칸이 넘쳤다고 나에게 귀띔을 했다. 잠시의 머뭇거림 없이 곧장 여자 화장실로 향해 마포를 건조하는 일명 ‘짤순이’를 끌고 문제의 현장으로 향했다.
나의 움직임에 길게 줄을 선 이용객들은 알아서 자리를 피하며 움직였다. 곧바로 막힌 변기를 뚫고 마포로 물기를 제거한 후 자기 순서를 기다리는 이들을 향해 소식을 알렸다. “여기 사용하셔도 돼요.”
짧은 감사 인사를 전한 이가 칸에 들어간 후 나는 곧바로 다음 작업을 했다. 화장실 칸은 모두가 차지하고 있으니 먼저 바닥의 물기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바깥에 기다리는 사람들과 미화원의 존재를 알아차린 덕인지 나머지 칸에 있던 사람들도 신속하게 이용을 해서 길게 늘어선 줄은 도중에 이탈하는 이 없이 금방 사라졌고 화장실엔 작업을 기다리는 일거리와 분주히 움직이는 미화원, 나만 남았다. 불과 10분 남짓의 시간이었다.
다시 평소대로 양변기, 소변기, 바닥과 쓰레기통 청소를 마무리하고 도구를 정리한 후 다음 작업 현장을 향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하행선 플랫폼으로 향하는 승강기를 타고 홀로 이동하는 짧은 틈, 장갑을 낀 손으로 한쪽 어깨를 토닥이며 혼잣말을 했다. “잘했어, 00아.”
월급을 받기 위해 선택의 여지 없이 매일 하는 일이지만, 누군가에게 반드시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생각과 함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크게 동요하지 않고 척척 해결해나간 스스로에게 조금은 칭찬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직업이 되었든 인생의 크고 작은 시련이든, 자신이 선택한 일을 하면서 불만을 털어놓는 글에 쉽게 ‘누칼협’이라는 반응이 따라붙는다. 누가 칼 들고 협박한 적 없다는 네가 한 선택에 책임을 다하라는 조금은 날 선 말이다.
남들 자는 새벽에 졸린 눈을 비비고 집을 나서는 것, 치워도 치워도 지저분해지는 공간을 그저 묵묵히 쓸고 닦는 일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나에게도 해당하는 말일 테다. 강제로 협박을 당하거나 동원되지 않고 내 손으로 원서를 쓰고 내 발로 면접장에 가서 합격해 청소하고 있으니 말이다.
고된 일이지만 가끔 이런 순간이 온다. 다시 생각해도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할 때가 말이다. 이용객들이 우리의 일을 고마워하건 말건 월급이 통장을 스치건 말건 성취감보다 좌절감이 세게 오건 말건 나는 오늘도 작업을 하러 간다. 그러다 가끔 어깨를 토닥이는 순간이 있다. “나는 네가 정말 대견하다.”라고 말하는 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