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고민 끝에 접수한 글쓰기 수업이 시작되었다. 항상 뭔가 쓰기 원했고, 글쓰기를 배우고 싶어 했지만 수강을 망설인 이유는 내 이야기를 남들 앞에 꺼내 놓기 두려운 마음 때문이었다. 거기에다 나는 남들이 나에게 주목을 하면 목소리가 덜덜 떨리는 고질병이 있는 사람이다. 글쓰기 수업에는 반드시 내가 쓴 글을 남들 앞에서 읽는(발표하는!) 과정이 있을 텐데, 나는 스스로가 그걸 절대 잘해낼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무슨 배짱에서였는지 등록을 하고 첫 시간, 온라인 모임에 입장했다. ‘이번엔 괜찮을 것이다, 괜찮을 것이다 괜찮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며 짧은 대답은 문제없이 치른다. “네, 아니요” . 제법 여유 있는 표정을 지으면서.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 수강생들에게 주제가 주어지고 짧은 글쓰기 시간을 가진 후 한명씩 돌아가면서 자기가 쓴 글을 읽는(발표!) 것 이다.
다행히 내가 처음이 아니다. (아니, 어쩌면 처음이 나았을까?) 다른 수강생들도 떨린다며 수줍게 글을 읽는다. 내 앞의 어떤 수강생은 자신의 글을 읽다 벅차올라 울기까지 한다. ‘그래, 울 수도 있다. 아니, 울어줘서 다행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데 드디어 내 이름이 불리고, 말 잘 듣는 학생인 나는 나의 글을 읽기 시작한다. 심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해서 결국은 오열로 끝나버린 나의 발표. 이렇게 될 줄 알았다. 감정이 벅차올라 훌쩍이거나 눈물을 몇 방울 흘리는 정도가 아니다. 말 그래도 오열이다. 나는 그렇게 처음 만난 사람들 앞에서 (정확히 말하면 웹캠으로 중계되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엉~엉 운 것이다.
부끄러움도 잠시, 일단 발표를 마친 것에 의의를 두고 다시 수업에 집중해본다. 나는 원래 내가 이럴 것을 알았다치고, 강사님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많이 당황 했을 것 같다. 수업을 끝내고 수강생들이 가족, 혹은 지인들과 만나 내 이야기를 하는 상상을 해본다. “아니, 갑자기 자기 걸 읽으면서 엉엉 울더라니까. 진짜로 엉엉!”, “앞으로 수업에 안 나오는거 아냐?” 등등.
세 시간의 수업시간동안 두 번 더, 내가 쓴 걸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목소리 떨림은 여전하지만 그나마 안정되어가고 또다시 오열하는 일은 없었다. 그것만으로 만족한다. 이미 내가 발표공포증을 가진,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인 걸 첫 시간, 첫 발표에 들통나버렸으니 더 이상 주문을 걸며 아닌 척 애쓰지 않아도 되서 홀가분한 기분마저 느껴진다.
첫 시간부터 오열하는 모습을 보이긴 했지만, 수업에 참여한 이상, 근면 성실하게 임할 것이다. 근면 성실은 지각, 결석 없는 ‘완벽한 출석’과 마감시간을 지키는 ‘숙제 제출’로 입증하리라.
출석과 숙제 제출 외에 무슨 노력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매일 글을 쓴다’라는 다짐을 더해본다. 그렇게 금요일 수업이 끝나고 주말을 보내면서 과제인 글을 작성하고, 다시 읽고 고치며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투닥이니, 내가 마치 작가가 된 듯 한 착각에 빠진다.
내가 그동안 어디선가 읽고 들은 바에 의하면,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은 회사원들이 제시간에 출근하고 근무시간을 채운 뒤 퇴근을 하듯이 매일 ‘글쓰기 노동’을 수행해나가는 사람들이다. ‘일단 많이 쓰고 본다’ 라는 말은 그간 읽어온 글쓰기 관련 책에서 늘 강조되어왔으니 어느 정도 진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감히 작가도 아닌 주제에 그런 생활을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은 나이다. 구체적으로 아침 식사하고 아이 등교하는 일과를 마치고 오전 시간에 컴퓨터방으로 출근해서 3시간 읽고, 2시간 글을 쓰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 첫날!
지금 읽고 있는 에세이집은 많은 부분 글쓰기 노동에 관해 다루고 있는 데 저자는 ‘에세이집 만드는데 약 40꼭지의 글이 필요하고, 한 꼭지는 원고지 10~15매, A4 용지 한 장 반 정도’라는 정보를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목표는 하루에 한 꼭지씩, 매일 두 시간의 글쓰기 노동을 주 5일하는 것이다. (주말엔 반드시 쉰다!) 이렇게 해서 빠른 시일 내에 40꼭지 글 모으기. 모은 다음엔? 모은 다음엔? 뭘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많은 작가들은 오랜 시간 엉덩이 붙여 쓰는 ‘글쓰기 노동’ 만큼이나 체력관리를 강조한다. 왜인지 모르지만 작가라는 직업과 ‘달리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처럼 느껴진다. (아마도 하루키나 지금 읽고 있는 김신회, 달리기로 누군지 몰라보게 달라진 김민섭 때문일까?) 러닝화를 신고 땀을 흘리면서 한강변을 달리고 싶지만, 일단 오늘 저녁, 단지내 트랙킹 코스를 스무 바퀴쯤 돌아보자고 마음먹는다.
작가지망생쯤 되는 나, 작가가 하는 거는 나도 한번 다 해보는 거다.
이렇게 한 꼭지의 글이 마무리되어간다. 39 to 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