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닮은 책

by 김모씨

운영하고 있는 독서모임이 있다. 내년이면 벌써 5년 차다. (코로나로 인해 장기간 휴지 기간이 있긴 했지만) 함께 하는 이들의 변화가 잦지 않은 편이다. 첫모임부터 함께 해주는 몇 분과 그 분들의 지인들이 꾸준히 모임에 참가해주고 있다.

몇 년 간 꾸준히 만나왔으면 서로의 취향이나 캐릭터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테다. 지난 모임 때 회원 중 한 분이 읽으면서 내 생각이 났다며 책을 한 권 소개해주었다. 읽으면서 나를 떠올렸다니 어떤 책일까 궁금해졌다. 책 제목은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제목만 듣고 나를 포함한 독서모임 회원들이 함께 웃음을 터뜨렸다. 한바탕 웃고 난 후 “맞아요. 저도 내내 읽다가 늙고 싶어요.”라고 화답을 했다.


인터넷 서점에 책을 검색해보니 표지에 저자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영원한 이단아’이자 ‘르네상스적 지식인’라는 고급진 문구보다 먼저 들어온 것은 장발에 수염을 기르고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중년 남성이었다. 성별도 다른 데다 나는 털도 없는데 왜 내가 생각났을까. 저자의 외모를 보고 나를 떠올린 것이 아닐 텐데 기분이 묘했다. 참고로 나도 몇 년 전 이 책을 언급한 회원을 떠올리며 읽은 책이 있었다. 광고 대행사에서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해온 이력 때문인지 늘 세련되고 도시적인 이미지를 가진 그를 나는 장류진의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을 읽으며 자주 떠올렸다.


<일의 기쁨과 슬픔>과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의 설명하기 어려운 커다란 차이에 웃음이 났다. 일단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을 해놓았다. 아직 읽기 전이지만 저자의 이력을 보니 나를 떠올려준 회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어떤 식으로든 이 책과 나를 연결해주다니. 그게 체크셔츠건 수염이건 나에겐 영광이다.


모임 다음 날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노년의 독서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되었다. 시니어 독서모임부터 그림책 낭독의 재미에 빠진 100세가 넘은 할머니, 독서토론 과정을 배워 아들 며느리 딸 사위 손자들과 독서모임을 이어가는 할아버지까지. 노년에 책을 처음 또는 다시 집어든 이들을 보며 책과 함께 늙어가는 나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읽고 싶은 걸 꾸준히 읽으며, 사람들과 책으로 소통하며 늙어가고 싶다. 한치 앞밖에 모르는 나는 뚜렷한 노후 계획도 없고 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지만 어떤 모습이든 책을 읽고 있을 것만 같다. 지금처럼 내내 읽기 위한 건강관리를 하고 노후 자금을 준비해야겠다. 내내 읽다가 늙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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