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초등학교 3학년이 가장 중요한 학년이라며?” 2학년 아들이 대뜸 물었다. 정보의 출처를 물었더니 앞자리 앉은 여자친구에게 들었단다. “중요하지 않은 학년이 어디 있겠어. 3학년이 되면 과목도 늘어나고 공부가 좀 어려워져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닐까?”라고 대답하니 “아, 그렇구나.”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인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라면 다 알 것이다. 초 3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교과목으로 배우기 시작하고 수학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말이다. 초3 학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목의 책들이 서점에 포진해있다. 나도 그중 하나를 읽은 적이 있다.
며칠 전 신문 기사에 실린 전 교육과정평가원장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미 교과 중심으로 못 풀게 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해 ‘수능 종말론’을 말하고 있었다. 여기에서도 초3이 언급된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공부가 어려워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한번 놓치면 거의 따라갈 수가 없는 지경”이라는 말에 공포감마저 느껴진다.
2년 동안 아이도 나도 비교적 행복했다. 한글 떼기의 과업을 마치고는 아이는 열심히 학교에 다니고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하교 후에도 공부의 부담은 없었다. 아들은 학원을 다녀와 숙제를 마쳐도 매일 영화 한 편 볼 시간이 있었고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그림도 실컷 그렸다. 이제 그 생활도 끝난 건가? 인생의 방향이 판가름 될 수도 있는 초등학교 3학년을 앞둔 이 시점에서 나는 무얼 해야 하는 건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언제나 그렇듯이 ‘어느 학원에 보내야 하나.’이다.(이것이 나의 한계다.) 3학년 부터 모든 게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 2년의 시간은 3학년이 되기 위한 준비과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나와 아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제부터 논술과 영어 학원을 알아보고 전 과목 공부방이나 패드 학습지 등록을 진지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수능 종말론’이 실린 기사를 마저 읽어본다. 올해 초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4번의 수능을 겪었다는 그는 ‘10년, 20년이 지나고 나서 지금과 같은 학교는 아마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50년 가까이 국가가 주관하는 객관식 시험을 치르는 현실을 극복하지 않는 한 미래가 없다고 말한다. 기사를 읽으며 초반에는 초 3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 애를 공부시켜야겠다고 다짐했다. 막바지에는 10년 후 우리 아이가 어떤 형태의 시험을 통해 대학을 가게 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에 더 크게 좌절한다.
오지선다 객관식 문항이 서술형으로 바뀐다면? 수능이 고교 졸업 인증시험이 되고 각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학생을 선별하게 된다면? 사교육으로 무장한 아이들 가운데서 진짜 중의 진짜를 선별하기 위한 킬러 문항이 더 늘어난다면? 이 모든 불확실 속에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초3이란 학년을 비장한 마음으로 준비하는 것 뿐이다.
그 중요하디 중요한 초3을 허투루 보낼 아이들이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했지만 오래 못 간다. 결국 다시 ‘우리 아이’에게 돌아오고야 만다. 나라가, 입시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일단 국영수에 집중하기로 하며 보낼만한 학원 검색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