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문학-고골의 <코>를 읽고

by 김모씨

고골의 <코>를 읽고


여기 살아가면서 어떤 이유로건 상종하기 싫은 인간이 있다. 그의 정체는 8등관 꼬발료프. 꼬발료프의 하루를 따라가며 그에 관한 이해의 단서를 찾아보자.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켠 후 가장 먼저, 손거울을 집어 들고 코에 난 여드름을 확인하는 남자. 외모는 그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다. 서른여덟의 꼬발료프는 8등관 ‘소령’이라는 지위와 빛나는 외모를 이용해 여자들을 유혹하는 것이 주된 일과이다. 이런저런 여인들을 유혹하지만 결혼 언질만은 피하는 남자. 명확한 기준인 지참금 20만 루불 이하로는 결혼 약속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그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면 꼬발료프는 낙제점을 받으리라. 자신의 지위보다 낮은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안하무인이니 말이다.


어느 날 아침 그의 얼굴에서 코가 사라지는 ‘기괴한 사건’이 발생한다. 눈도, 귀도 입도 아닌 ‘코’다. 우연히 마차를 타고 가는 간절히 찾던 코를 발견하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다. 이유는 코는 그보다 높은 5등관 차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에 광고를 내는 일도, 경찰서장을 찾아가 호소하는 일도 허사로 돌아간다. 드디어 자신의 코를 손에 든 경찰관이 집에 방문하고 꼬발료프의 불행도 끝나 보인다. 같은 건물에 사는 의사를 불러 어렵게 찾은 코를 붙여달라 요구하지만 의사는 ‘안 붙이는 것만 못할’거라 말하며 집으로 돌아가 버린다.

꼬발료프의 5등관 코에 대한 소문이 퍼져 사람들, 그중에서도 사교계 사람들은 코의 등장에 술렁이고 쫓아다니는 촌극을 벌인다. 이유 없이 벌어진 기괴한 이 사건은 역시 이유 없이 코가 얌전히 꼬발료프의 얼굴에 돌아와 있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일생일대의 사건을 겪고 나면 무언가 배우기 마련인데 꼬발료프는 사건 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변함없이 잘난 외모와 8등관의 위엄을 뽐내며 예쁜 여자에게 추파를 던지는 것이 주된 일과인 그. 다시 한번 말하자면, 꼬발료프는 살아가면서 결코 마주하고 싶지 않은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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