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놀고 있다
커버이미지 설명: 아이가 바닥에 누워서 책보는 모습
아이가 내일이 기말고사인데도 시험공부는 안중에도 없다. 그런 아이를 보며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시험공부는 안 해? 안 해도 되는 거야? 왜 안 해?"
질문형 문장 같지만 한심해하는 마음이 묻어있었다. 질문이 아닌, 질책이었다. 그렇게 말을 던지고 나서,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의 얼굴을 보며 '아차' 싶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좀 전에 부리던 한심해하는 마음을 후딱 버리고 나서 가만히 아이를 봤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궁금해진 걸 묻기 전에, 아이에게 마음이 묻은 말을 던진 걸 사과했다.
"준수야 아까 짜증낸 건 미안해. 음, 근데, 만약에.. 아빠가 회사 안 가고 술 취한 채로 침대에 누워있으면 넌 그런 아빠를 보고 어떤 마음이 들 것 같아?"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술 취한 게 싫기도 하고 좀 답답하고 싫을 것 같아."
"나도 좀 전에 그런 비슷한 마음이 들었어. 그래서 그렇게 막 얘기했어."
아이는 내 솔직한 얘기를 듣더니 온전히 이해했다는 듯한 얼굴로
"아~ 그랬구나~ "
답한다.
그리고 내가 궁금해하던 걸 물었다.
"내일이 시험인데 요 며칠, 그리고 오늘 왜 시험 준비 안 했어?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거야? 아니면 방법은 아는데 하기 싫은 거야? 아니면 또 다른 이유가 있어? "
아이가 조금은 샐쭉해진 얼굴로 자신 없게 말을 했다.
"시험 준비 어떻게 하는지 몰라."
또 한 번 아차 싶었다. 학교에서도 '시험 준비는 이런 식으로 하는 거다'라고 알려주지 않았고, 나 또한 아이가 알아서 하길 바라며 '방법'을 알려준 적이 없었다. 학원도 안 다니는 아이라 더 그랬겠다.
"아~ 준수야 미안해. 시험 준비를 어떻게 하는 건지, 다음번 시험 땐 알려줄게. 난 네가 아는데 안 하는 줄 알았어. 나도 네가 시험 준비를 할 수 있게 방법을 찾아보고 도와줄게"
시험공부하는 방법도 알려주지 않고 아이가 알아서 하기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었다. 방법을 모를 수 있단 생각을 못했다는 게 미안했다. 그래도 물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심해하고, 질책하는 마음을 거둬내고 나니까 네가 궁금해졌고, 궁금해지니까 물어볼 수 있었다.
그렇게 난 오늘도 너에게 묻는다.
널 알고 싶어서.
난 11살인 너는 처음 만나니까.
아이가 그림 그리고 엄마는 글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