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이 넘어가니 가끔 단어가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 입안에서 맴돌거나, 배속에서 꿈틀대는 듯한 단어의 느낌만 있고. 결국엔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스마트폰에 검색을 하며 찾아내곤 하지만, 왠지 씁쓸하다.
이러다 70이라는 나이를 바라보는 엄마처럼 늘 대명사로 대화를 하게 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다.
그거 있잖아. 그거, 아무개, 저기 거시기~ 라며 답답해하는 게 반복되는 엄마의 표정은 서로가 난감하다. 내가 아는 단어를 이것저것 들이대도 '아니~ 그거 말고! 아니~ '라는 답을 하시며 갑갑해하신다. 명확한 명사만 말했어도 안 일어날 감정이 생겨서 아빠와 투덕대기도 하신다.
그런 엄마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무익한 곳에 에너지를 쓰는 듯했다. 나라도 좀 더 늙기 전에 대명사가 아닌 정확한 명사로 소통을 하려면 지금부터 연습을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눈만 마주쳐도 뭘 말하는지 다 알아요'는 영화에서나 볼법한 얘기일 것 같다.
단어를 정확히 기억하고 말해야 하는 이유 1 :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내 의견을 말해야 할 때 말 못 하고 뒤돌아서서 후회하는 일이 자꾸 생긴다. 감정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고 욕 비슷한 말로 대신하기도 하고. 따라서 단어를 정확하게 말함으로써 후회하는 횟수를 줄이고,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막으면 그 에너지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
단어를 정확히 기억하고 말해야 하는 이유 2 : 상대를 존중하는 방법이니까
쓸데없는 품위유지를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과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명확히 한다는 건 상대를 존중한다는 뜻이니까.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단어로 대화하려면 평상시에도 상대의 나이가 어리든 많든 그 사람에게 맞게, 그 사람이 알아들을 수 있게 차근차근 말하는 걸 연습하는 게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과의 소통 창구가 줄어든 사람의 낯빛은 어둡고 주름 사이에 불평만 무성하다.
중년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
- 링컨
'거 뭐 있잖아 왜, 최근에 머리 좀 기르고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 연예인 걔 누구더라'.
'박보검'이라는 명사 하나로 끝낼 얘기를 여러 무의미한 단어를 말하는데 쓰는 에너지 낭비를 막고, 그 힘을 써야 할 곳에 써야겠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고 기다려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거나, 학교다녀온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거나, 내 꿈을 이루는 일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