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음과 미안함

by 딱하루만

한 손으로 들기엔 무겁다. 음식쓰레기를 양손으로 잡은 상태로 현관문을 열어보려 애썼다. 잘 안됐다. 할 수없이 바닥에 음식쓰레기를 잠깐 내려놓고 현관문을 열었다. 잽싸게 문을 열고 나가서 버리고 왔다. 돌아올 땐 자유로워진 한 손으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 미안해'

뜬금없는 준수의 사과에 멈칫했다. 궁금했다.


'응? 왜?'

'엄마가 현관문 열 때 내가 열어주려고 일어났는데 못했어'

'아구~ 아냐아냐.괜찮어'


아이를 꼭 안았다. 마음이 고마워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대? 고마워~'


현관 바닥에 쓰레기를 잠시 내려놓는게 귀찮아서 자유롭지 못한 양손으로 어떻게든 열어보려 애썼던 순간이 준수에게 미안함을 줄 지 몰랐다. 의도치 않은 일상 행동은 누군가에게 어떤 감정을 남기거나, 상처가 되거나, 웃음을 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많이 느낀다.


스트레칭한다고 입을 벌리고 아래턱을 돌리는 나를 보고 원이는 뒤로 넘어질 듯 자지러지게 웃는다. 내가 웃기려고 한 행동은 아니지만 아이에게 웃음을 주기도 한다. 나 또한 아이가 꼭 쥔 연필에 가해지는 힘만큼이나 입술에도 힘을 주어 세자리수 나눗셈을 하는 모습을 보면 괜히 뭉클해진다. 아이가 나에게 뭉클함을 주려고 한건 아니지만.


습관처럼 내뱉는 단어, 무의식적인 숨소리, 일상 손짓이나 말도 누군가에게 뭔가를 남기고 살아간다. 내가 의도한대로가 아닌 경우가 더 많. 내가 한 행동이 나에게 남고, 남에게 남는다. 오후 3시, 지금까지 난 아이들에게 뭘 남겼을까.

무엇을 받을 수 있나 보다 무얼 주는가에 한 사람의 가치가 있다 - 이인슈타인
(The value of a man resides in what he gives and not in what he is capable of receiving)

무거운 쓰레기를 들고 있어서 양손이 자유롭지 못할 때, 그런 나를 보고 있을 사람을 위해 귀찮더라도 쓰레기를 꼭 바닥에 내려놓고 한 손으로 문을 열어야겠다. 그리고 살짝 윙크를 보내야지~ 우리 준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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