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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하루만 Dec 27. 2020

크리스마스 연대기 1

산타를 믿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 나 자신을 믿는 일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제목만 보고 나니아 연대기의 거창함을 기대했다면 그 마음을 내려놓는 편이 낫다. 차라리 징글벨 노래 가사를 떠올리는 쪽이, 이 영화를 즐겁게 볼 수 있는 팁 중 하나다. 러브 액츄얼리의 스케치북 넘기는 장면처럼 화자 될 씬도 없다. 잭 프로스트처럼 죽은 아빠가 눈사람으로 살아 돌아오는 감동도 없고. 커트 러셀이 주인공인 듯했으나 아빠의 죽음으로 마음을 잡지 못하며 차를 훔치는 테디 피어스(주다 루이스)가 축이 되어 사건이 일어나고 산타가 일을 꾸며 결국 산타를 믿는 마음과 자존감을 되찾는 영화다.


케이트 피어스(다비 캠프)와 테디 피어스(주다 루이스)가 아기였을 때부터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풀고 즐거워하는 모습이 캠코더의 영상으로 재생된다. 한해, 두 해가 가고 너무 길게 늘어지는 거 아닌가 싶을 때쯤 똘똘하고 야무져 보이는 케이트 피어스가 보인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로 케이티캣은 오빠에게 지루한 거머리가 됐고, 테디 피어스는 더 이상 테디베어라 부르지 못하게 하는 까칠한 청소년이 됐다. 똘똘한 여동생은 아빠와의 추억이 담긴 캠코더를 보다가 오빠에게 산타의 전신을 찍어보자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시작된 행동은 크리스마스 영화의 대표 격인 ‘나 홀로 집에’ 맥컬리 컬킨이 도둑을 잡기 위해 했던 야무진 몸짓이 떠오른다. 


산타를 발견하고 썰매까지 몰래 타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케이트를 구하러 가는 장면은 이 시국에 탈 수 없는 롤러코스터의 비명소리마저 아련하게 만든다. 썰매가 고장 나 순록까지 잃어버린 후 어떻게 전개될까?라는 기대에 썰매는 작은 경비행기로 변했다. 그마저도 날개가 부딪히고 박살나 처참한 추락으로 이 영화는 현실감을 더했다.


마법의 모자까지 잃어버려 곤란해진 산타. 두 남매는 난감해진 산타를 돕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테디 피어스는 다시 예전처럼 동생과 함께 산타에게 부여받은 임무를 수행한다. <나니아 연대기>는 옷장 속으로 들어가 눈 덮인 숲 속의 다른 세계를 경험하고 <크리스마스 연대기>는 빨간 선물 자루에 들어가 산타의 세계를 둥둥 떠다닌다. 


거기에서 만난 미니언즈, 아니 엘프들. 그 엘프들은 고장 난 썰매를 고치고 감옥에 있는 산타를 구해내며 선물도우미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두 남매와 엘프들, 산타가 힘을 모아 시공간을 넘나들며 전 세계를 한 시간 안에 돌아다닌다. 시공간을 넘나들 때 누르는 썰매의 흰단추는 백튜더 퓨처의 감성이 느껴진다.  


산타의 순록을 타고 달리며 날고 싶거나, 산타와 함께 선물도 나눠주고 산타할머니까지 만나보고 싶은 어릴 적 소원이 있던 분들께 추천하다. 징글벨 노래가사처럼 가벼운 즐거움을 베이스로 나 홀로 집에, 미니언즈, 백 튜더 퓨처의 감성을 섞고 스타워즈의 요다 장식을 살짝 묻힌 크리스마스 케이크 같은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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