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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하루만 Dec 30. 2020

크리스마스 연대기: 두 번째 이야기

(스포일러가 살짝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영화는 소원, 함께하는 것, 산타 신변의 궁금증이 주축을 이룬다. 크리스마스 연대기 2 또한 그 세 가지가 다 들어있다.


크리스마스 영화만큼 소재 찾기가 쉽지 않은 영화가 또 있을까? 매년 똑같이 생산되는 오레오나 초코파이를 홍보하는 마케터의 고민과 비슷할 것 같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크리스마스 연대기 2편은 흥미롭기까지 하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 시스템의 30분의 1쯤 축소판인 산타마을의 장난감 공방 시스템. 그것을 구경하는 새로운 남매가 있다. 크리스마스 연대기 1편의 테디 루이스는 성인이 된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스토리의 전개에서 배제된 듯하다. 대신 의붓남매가 될 잭(저지어 브루노)이 앞으로 펼쳐질 사건을 함께 한다.


크리스마스 연대기 1편과 비슷한 플롯으로 전개된다. 다른 점은 갈등 상황이 하나 추가됐다. 벨스니클은 왜 산타를 미워하고 케이트 피어스를 왜 미끼로 삼을지 궁금해하며 영화를 보기 시작하게 된다. 주로 똑똑하고 남에게 해를 끼치는 캐릭터는 거의'남 탓'으로 점철되었다. 말레피센트도 그렇고, 헬스니클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이 여전히 사랑받고 있음에도 그걸 모르니, 남 탓하는 마음은 점점 커져 산타마을을 없애겠다는 야심으로 그득하다. 결국 케이티를 이용해 산타마을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말썽거리가 펼쳐진다. 헬스니클은 엘프가 저지르면 안 되는 5가지 규칙을 어겼기 때문에 엘프로 사는 행복을 잊어버리고 인간이 되어버렸다는 설정은 예상치 못했다.


크리스마스 정신은 1편보다 좀 더 극적인 기적을 만든다. 기상악화로 출항하지 못한 모든 비행 편이 날씨가 화창해져 전부 제시간에 비행 가능하게 됐으니. 더구나 케이티는 과거의 어린 아빠 만나 현명한 조언까지 듣는 행운을 누린다.


흥미롭고 살짝 신선한 이 영화도 아쉬운 점은 있다. 산타 할아버지 마을이 아닌 산타 할머니 마을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냐는 최근의 시대 흐름을 반영했다. 하지만 여전히 삐죽 대지 말고, 울지 않는 게 과연 좋은 사람일까라는 의구심. good과 bad를 나누며 울지 않을 때만 선물 받을 수 있는 가혹한 척도. 여전히 이 두 가지를 품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아이가 울지 않고 삐죽 대지 않고 반항하지 않을 때 편한 건 어른이다. 어른을 위한 기준은 언제쯤 사라질까? 이 땅의 아이들이 울어도 되고, 화내도 되고, 그것조차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 자체로 야단맞을 일은 아니라는 걸 이젠 솔직히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어른조차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어쩌지 못해 어쩌다 어른이 돼버린 ‘어른이’인데.  


엘프들은 헬스니클이 뿌린 엘프 베인이라는 약에 취해, 서로 물고 뜯고 싸우고 먹고 마시고 쓰레기와 함께 뒹군다. 그 엘프의 모습에서 사람과 비슷한 면이 보였다. 함께 잘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맡은 일을 해내며 주변을 청결하게 하고 옆 사람을 돕고 나도 도움을 받을 줄 알아야 평화로울텐데 말이다. 알코올에 취한 뇌는 울거나 소리 지르거나 무의미한 말을 계속하고 물건을 부순다. 그러다 알콜이 사라지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잘 자면 언제 그랬냐는 듯 방을 치우고 할 일을 계획하며 일상을 멀쩡하게 보낸다.    


그저 화학물질 하나로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인간과 엘프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존재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는 의문이 생긴다. 산타할아버지와 산타할머니의 보호 아래 늘 있을 수는 없다. 그들이 모든 것을 지켜주진 않으니까. 스스로를 믿고 크리스마스 정신을 차리며 주어진 시간을 잘 살아내는 일. 현재로선 그것이 사람이 옳은 방향으로 살아가는 길이라는 걸 이 영화에서 찾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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