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딱하루만 May 08. 2021

딱 한걸음 뒤에서 걷기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순간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은 사람의 시선이 아닐까. 계속 길바닥 쪽만 주시하며 걷는 할아버님이 보였다. 할아버님의 시선만 보면 길에 떨어진 동전이라도 주울 기세다. 그 할아버님의 한걸음 쯤 앞에서 할머님이 걷고 있었다. 한쪽 다리를 절며 걷고 있는 할머님. 할어버님의 시선은 길바닥에 떨어졌을지도 모를 동전이 아니라 할머님의 걸음이었다. 딱 한걸음 뒤에서 머리는 하얗고 반듯한 어깨에 허리도 꼿꼿한 할아버님. 좀 더 빨리 걸을 수 있어 보이는데, 굳이 할머님 뒤에서 걷는 것 같았다. 


웬일인지 그 두 분에게 계속 눈길이 갔다. 나도 모르게 지켜보며 천천히 걸었다. 길 바닥에 돌이 있었던 걸까? 위태로워 보이던 할머니가 앞으로 기우뚱하셨다. 나도 모르게 '어~' 하는 사이, 뒤에서 걷고 있던 할아버님께서 힘 있게 잡아주셨다. 다행히 두 분다 넘어지지 않았다. 


부축하는 할아버님의 모습은 자신이 굳이 할머니 뒤에서 걷는 이유를 알게 해 주었다. 그 할아버님은 앞에 계신 분을 지킬 수 힘과 마음이 있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며 걷는다. 할머니의 딱 한걸음 뒤에서.


사람을 대하는 사랑스런 마음을 표현하는 건 그리 거창한 게 아니라는 걸 새삼 배웠다. 아픈 사람이 있다면 단지 딱 한걸음 뒤에서 함께 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작가의 이전글 크리스마스 연대기: 두 번째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