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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딱하루만 Aug 30. 2021

스마트폰만 보는 남편이
꼴보기 싫었다.

쉬고 있는 남편이 한심해보여서 물이나 가져오라고 시킬 뻔했다.


운동은 너무 귀찮다. 그래도 해야만 살겠구나 싶어서 나름 홈트를 한다. 선명한 복근을 만들어야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그저 매일 '일단 매트를 깔고 눕자!' 로 시작한다.


매트 깔고 누운 김에 머리를 떼어볼까 싶어 윗몸을 일으키면 복근 운동이 된다. 20번씩 3세트 정도하고 나서 이제 좀 지겨우니까 엉덩이 좀 들어볼까~ 라며 브릿지를 한다. 하는 김에 몸을 뒤집어서 플랭크 2분씩 3세트, 플랭크 하는 김에 옆으로 돌려놓고 사이트 플랭크까지 마친다. 힘들다는 생각으로 이젠 물 좀 먹어야겠단 생각이 드는 순간, 쇼파에서 편히 앉아 세상 편해보이는 남편이 눈에 들어왔다.


'물 가져와!'


이렇게 남편에게 소리칠 뻔했다. 순간 아차 싶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말을 꿀꺽 삼켰다.



그 순간 내 마음은, 나는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데, '저 인간은 뭔가~ 왜 저렇게 자기 관리를 안하나, 그러고 있지 말고 물이나 좀 줘봐!' 라는 한심해했다.


나는 운동하고 너는 놀고 있으니 내가 막 함부로 시켜먹어도 된다며 갑질을 할 뻔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편도 나름 시간을 정해서 운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물 먹고 싶었던 그 순간, 쉬고 있는 남편을 무시하는 마음이 왜 생긴건지. 그 마음때문에 그렇게 놀고 있지 말고 물이나 갖고 오라는 말을 내뱉을 뻔했다.


'아, 진짜 내 마음은 왜 이러냐~'


자조섞인 말을 중얼거렸다. 운동을 멈추고 매트에 누운 채로 눈을 감았다. 돌아봤다. 방금 전 내 마음을. 이 마음으로 있다간 하루종일 남편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 것 같았다. 그러기 전에 얼른 이 마음부터 치워버릴 요량이었다. 


눈감고 가만히 방금 전 내 모습을 보니, 운동하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인정 욕구가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이것 봐! 나 자기 관리 잘하는 사람이라고!' 요따위 마음이었다. 이 마음에서는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 스마트폰 보며 낄낄거리는 남편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만 보였다. 그저 쉬고 있을 뿐인데.


운동하는 나와 스마트폰만 보는 남편을 비교했고, 과자 먹고 누워 있으면 게으른거고, 게으른 건 '좋지 않은' 행동이며, 운동하며 땀흘리는 것은 부지런하며 '좋은 것'이라는 관념도 보였다. 또한 자기 몸을 움직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 이기심이, 그 순간 충만했다.  


돌아보니 방금 전의 마음은 보기 싫었다. 홈트하는 자신이 뭐 그리 잘났다고 남편에게 '물이나 달라는 마음'을 먹었을까. 돌아보고 낱낱이 확인한 그 마음을 잠시 빼기했다.



5분 정도 빼기하고 아까보단 마음이 가벼웠다. 인정받고 싶고 비교하고 무시하는 마음이 꽤나 무거웠던 모양이다. 5분 전만 해도 꼼짝도 하기 싫었던 몸이, 그 마음이 사라지니 오뚜기인형처럼 몸이 쉽게 일으켜졌다. 내 발로 물 마시러 갔다. 남편한테 물었다.


"당신도 물 마실래? "

"응~  안 그래도 물 마시고 싶었는데 귀찮았어. 땡큐!"


'물 줘!'가 '물 마실래?'로 바뀐 이런 순간이 오늘도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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