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너무 귀찮다. 그래도 해야만 살겠구나 싶어서 나름 홈트를 한다. 선명한 복근을 만들어야겠다는 거창한 목표는 없다. 그저 매일 '일단 매트를 깔고 눕자!' 로 시작한다.
매트 깔고 누운 김에 머리를 떼어볼까 싶어 윗몸을 일으키면 복근 운동이 된다. 20번씩 3세트 정도하고 나서 이제 좀 지겨우니까 엉덩이 좀 들어볼까~ 라며 브릿지를 한다. 하는 김에 몸을 뒤집어서 플랭크 2분씩 3세트, 플랭크 하는 김에 옆으로 돌려놓고 사이트 플랭크까지 마친다. 힘들다는 생각으로 이젠 물 좀 먹어야겠단 생각이 드는 순간, 쇼파에서 편히 앉아 세상 편해보이는 남편이 눈에 들어왔다.
'물 가져와!'
이렇게 남편에게 소리칠 뻔했다. 순간 아차 싶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말을 꿀꺽 삼켰다.
그 순간 내 마음은, 나는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고 있는데, '저 인간은 뭔가~ 왜 저렇게 자기 관리를 안하나, 그러고 있지 말고 물이나 좀 줘봐!' 라는 한심해했다.
나는 운동하고 너는 놀고 있으니 내가 막 함부로 시켜먹어도 된다며 갑질을 할 뻔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남편도 나름 시간을 정해서 운동하고 있다. 그런데도 물 먹고 싶었던 그 순간, 쉬고 있는 남편을 무시하는 마음이 왜 생긴건지. 그 마음때문에 그렇게 놀고 있지 말고 물이나 갖고 오라는 말을 내뱉을 뻔했다.
'아, 진짜 내 마음은 왜 이러냐~'
자조섞인 말을 중얼거렸다. 운동을 멈추고 매트에 누운 채로 눈을 감았다. 돌아봤다. 방금 전 내 마음을. 이 마음으로 있다간 하루종일 남편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 것 같았다. 그러기 전에 얼른 이 마음부터 치워버릴 요량이었다.
눈감고 가만히 방금 전 내 모습을 보니, 운동하고 있는 스스로에 대한 인정 욕구가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이것 봐! 나 자기 관리 잘하는 사람이라고!' 요따위 마음이었다. 이 마음에서는 쇼파에 비스듬히 누워 스마트폰 보며 낄낄거리는 남편이 곱게 보일 리가 없었다. 자기관리를 못하는 사람으로만 보였다. 그저 쉬고 있을 뿐인데.
운동하는 나와스마트폰만 보는 남편을 비교했고,과자 먹고 누워 있으면 게으른거고, 게으른 건 '좋지 않은' 행동이며, 운동하며 땀흘리는 것은 부지런하며 '좋은 것'이라는 관념도 보였다. 또한 자기 몸을 움직이지 않고 원하는 것을 얻고 싶은 이기심이, 그 순간 충만했다.
돌아보니 방금 전의 마음은 보기 싫었다. 홈트하는 자신이 뭐 그리 잘났다고 남편에게 '물이나 달라는 마음'을 먹었을까. 돌아보고 낱낱이 확인한 그 마음을 잠시 빼기했다.
5분 정도 빼기하고 아까보단 마음이 가벼웠다. 인정받고 싶고 비교하고 무시하는 마음이 꽤나 무거웠던 모양이다. 5분 전만 해도 꼼짝도 하기 싫었던 몸이, 그 마음이 사라지니 오뚜기인형처럼 몸이 쉽게 일으켜졌다. 내 발로 물 마시러 갔다. 남편한테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