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을 가장한 내 속마음을 드러냈다. 늦었다는 질책과 스마트폰이나 보고 있었다는 비아냥거림과 나는 시간 약속을 어겨본 적이 없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만들어낸 그 형편없는 말을, 15살짜리 아이에게 들이부었다.
아이는 '지랄 좀 하지 말라'며 악을 썼다.
그 순간, '내가 왜 지랄을 하는지 니 하는 꼬락서니를 봐! 제발!'
이라며 다시 한번 독한 말을 집어던졌다. 중2 아이는 현관문을 열고 나갔고, 나는 남았다. 화가 나를 먹어버린 기분이었다. 욕을 중얼거리며 온 집안을 돌아다녔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아 울어버렸다.
이런 내 모습을,지금 당장은 돌아보기 싫었다. 분이 풀릴 때까지 소리치고 부수고 아이를 당장 데려와 때리고 싶었다. 머릿속에선 그래도 이런 나를 돌아봐야지~ 했지만, 그 순간의 감정이 나를 잡아먹어버린 듯했기에 도저히 돌아볼 수도 없었고, 분풀이만 하고 싶었다.
울다 지쳐서였을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건 나를 돌아보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 순간, 내가… 범죄자와 다를 게 뭐가 있나 싶었다.그저 자기감정 때문에 홧김에, 분풀이로 사람에게 해를 끼친 사람과 내가 뭐가 다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정말 다를 바가 없었다.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얼굴을 무릎 사이에 파묻고 울어버렸다.
'그래 나 이런 인간이야' 지금은 이러고 있을래~ 라며...
화가 나를 삼켜버려서 도저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를 먹어버린 감정이 조금씩 내려갔고, 신발 신을 정도만큼은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일단 그 자리에서 벗어나 밖에 나가 걸었다. 걷고 또 걸으며 나를 돌아봤다.
중 2 아이에게 왜 그랬는지
그 감정은 도대체 뭣 때문에 나온 건지
제 3자 입장, 측 참마음 입장에서 살아온 삶의 필름을 꺼내 죽 살펴봤다.
시간 약속도 제대로 못 지키는 주제에 니 까짓게 뭔데 엄마인 나한테 대드냐는 얄팍한 권위의식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라며, 그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며 젖먹이고 기저귀 갈고 옷 입히고 씻기고 좋은 것만 주며 키웠고, 내가 널 위해 희생했다는 마음.
어렸을 때 나에게 분풀이하며 때리던 엄마, 그런 엄마에게 한 번도 대들지 못해서 생긴 억울함과
나는 내 부모에게 대들지 못했는데 지금 넌, 엄마인 나한테 대드네? 좋겠다.라는 질투라는 감정까지
이런 걸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으니 그대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어쩜 이렇게 내 마음에 있는 만큼 눈앞에 펼쳐지는지 소름 끼쳤다. 돌아보니 얼른 버리고만 싶었다. 다시는 갖고 있기 싫었다. 인지하고 알아차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것도 버리면 없어질테니까~ 버리면 다시는 반복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