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예민해져도 됩니다~ 방향만 맞다면!
남들은 안 놀라는 소리에도 놀라고, 피부에 닿는 옷의 까슬거림은 싫고(싫다는 말도 당당하게 못했...) 사람 많고 복잡한 곳에 있으면 쉽게 피곤해지며 상대의 표정 변화를 읽고 싶지 않아도 알아차리게 되는 예민한 사람들. 나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지금은 어떠냐고? 책을 읽어서 좀 편해졌냐고? 책에서 얻은 건 사실, 예민해도 괜찮다는 위로였고, 내가 한참 예민해서 힘든 시기에는 따라 할 팁이 있는 책은 없었다.
최근에 따라 해 볼 만한 유용한 팁을 알려주는 책이 있어서 소개한다. 나처럼 자기가 예민한 것도 모르고 그저 내 성격이 나쁜 거라며 자책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예민함에 대한 책을 보고 글을 썼다. 흔들리는 나이, 마흔을 포함한 총 4권이고 그중 3권을 항목별로 추천한다면,
* 이 중에 딱 한 권을 읽어야 한다면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을.
* 상처받아서 아직 감정이 남아 괴롭고 억울하다면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 한 거야>
* 예민한 거 알겠고, 억울한 건 별로 없지만 이젠 예민성을 줄이는 심리 습관을 갖고 싶다면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
을 추천한다. 물론 내 마음대로 추천이라 본인에게 안 맞을 수도 있다. 이 글은 주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내용을 주로 참고했다.
p76
예민한 사람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고 힘든 일을 겪고 나서 이런 기질이 생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매우 예민한 것이 심해지면 정신적인 문제로도 발전합니다.
예민한 게 나쁜 게 아닌데, 이 책을 읽다 보면 딱히 그런 생각은 잘 안 든다. 내가 시한폭탄을 들고 사는 거구나. 그래서 관리를 잘해야 하는구나.라는 각성을 하게 되지만 안심은 안된다. 따라서 예민해도 된다는 ‘안심과 위로’가 필요한 분은 흔들리는 나이, 마흔에 있는 다음 내용을 참고하면 된다. 예민함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에 너무 끌려가지 않아도 된다. 그것에 대한 근거나 위로가 될 책이다.
넌 왜 이렇게 예민하니!
예민하다는 말이 나쁜 의미로 쓰이고 있다. 예민한 사람이라는 표현은 까탈스럽고 불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는 뜻으로 주로 쓰인다. 이런 잘못된 의미를 바로 잡아야 한다.예민해야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아니 예민하지 않으면 무엇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다.
예술가나 세밀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주로 그렇다. 그들이 예민하지 않았다면 훌륭한 예술작품도 과학 발전도 없었을 것이다. 예민한 성향이 나쁘다면 무뎌져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성격이 무디면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타인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쉽게 무심해지는 단점도 크다.
자신의 심기가 불편해지면 상대를 쉽게 공격하려는 연약한 인간의 심리가 뭐든 무의식적으로 나쁘게 해석하여 공격의 빌미로 삼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예민한 사람들이 이 세계를 발전시켰으며 아름답게 만들었다.
다시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돌아와서..
p271
예민한 사람이 가진 에너지가 자신이 하는 일에 온전히 쓰일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깊은 생각을 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수 있어서 곧장 업적으로 연결된다.
p351
예민성은 자신의 에너지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예민한 사람들은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되어 있습니다. 또 일상생활의 변화나 스트레스에도 다른 사람보다 에너지 소모가 더 큽니다.
p352
예민한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는 부분에 사용합니다. 에너지 양이 많다면 가능하겠지만, 같은 에너지를 너무 여러 곳에 쓰면 빨리 떨어질 것입니다. 따라서 나는 어떤 에너지 유형에 속하는지 나를 아는 게 먼저입니다.
1. 에너지가 일정하게 낮은 사람
이런 사람들을 기분부전증이라고 한다. 남들에 비해 행동도 느리고 일도 천천히 하고 반응도 떨어지지만 머릿속으로는 예민하고 걱정도 많으며 생각도 많다고.
* 저자가 이런 사람에게 추천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선택'에 드는 에너지를 줄여보라고 한다.
어떤 선택을 하든 보통 사람보다 20% 에너지를 더 쓰기 때문에 잘 관리해야 한다며 이런 유형은 아침에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오전에 30분만 더 일찍 일어나 보라고 권유하고 있다.
햇빛 쬐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 눈으로 들어간 빛의 에너지가 활력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라고 한다.
* 또 하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습관을 만들기
눈을 맞추고 말하면 왠지 부끄럽고 나를 다 알아차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눈을 피하지만 그때마다 미소를 지어보라고 했다. 웃으면서 감정교류를 하기 때문에 오해나 의심이 생길 가능성도 낮아지고 서로 예민한 감정이 줄어들 거라고.
2. 에너지가 일정하게 높은 사람
이런 사람은 감정 고양성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말도 빠르고 행동도 빠릅니다. 하지만 예민하고 걱정이 많습니다. 과다한 에너지가 발산되면 흔히 강한 성격으로 나타납니다.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남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 것입니다. 내 생각은 다음 단계로 넘어갔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직도 이해와 동의를 하지 못하는 것이 괴롭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팁은, 일상생활에서 '갈등'에 드는 에너지를 줄여보라고 한다. 상대와 눈을 부라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도 도움된다고.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야기시킬 여지가 있기 때문에 눈을 부드럽게 맞추며 웃으며 이야기해 보라고 권하고 있다. 운동하는 것도 추천했다.
3. 에너지가 갑자기 떨어지는 사람
에너지가 떨어지고 우울해지기 시작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아껴 써서 이 시기를 잘 넘겨야 한다. 스트레스를 겪고 나서 에너지가 떨어지기도 하지만 아무 이유 없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사람을 위한 팁은, 충분한 수면과 안 좋은 생각이 들면 스스로를 비난하지 말고 혹시 예민해진 건 아닌지 점검해보라고 한다.
4. 하루 중에도 에너지 변동이 심한 사람
p364 에너지가 갑자기 떨어지다 호전되기를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이들이지요. 앞의 3가지보다 더 예민한 부류에 속합니다.
예민하고 섬세한 성격 때문에 문학. 음악. 미술 디자인 영화 등의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는 이도 많습니다. 하지만 자기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팁: 하루를 규칙적으로 정해놓고 사는 것이 좋다. 아침식사는 꼭 하고. 카페인은 줄이는 게 좋다. 다른 사람보다 카페인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필요 없는 곳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일 수 있도록 하자. 그래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만들어간 사람들의 예시가 있다. 동그라미나 버튼, 환 모양을 보면 극도로 예민해지는 환 공포증이 있는 스티브 잡스는 버튼이 많은 전화기를 모조리 없애고 지금의 아이폰을 만들었다.
p50 버튼을 없애고 터치식으로 바꿔 스마트폰의 혁명을 가져온 이가 잡스였다.
p59 미적분법을 고안하고 물체의 운동에 대한 3원칙, 만유인력의 법칙, 프리즘을 통한 광학 등 업적을 이룬 아이작 뉴턴.
자신이 가진 트라우마와 예민성으로 신경쇠약과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지만, 부모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창의력과 상상력으로 이를 극복했다.
이 책에는 외국의 사례 외에도 우리나라 사람의 실제 상담 이야기 9가지가 소개되어 있다.
자신의 예민성을 세상을 위해 쓴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었다. '예민한 나를 인정' 하는 거였다. 나도 ‘그래 나 예민해~ 어쩔래?’ 라며 배짱 좋게 받아들이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예민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게 뭐라고 못하나~ 싶은 분도 계시겠지만, '넌 왜그렇게 예민하게 구냐'는 말을 부모에게 듣고 자란 나는, '미워하는 사람을 보며 반갑게 웃어주는 일'보다 어려웠다.
그래서 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책 이외에 도움받은 것은 빼기명상이었다. 대부분 명상은 예민한 감정을 누르거나 다른 것으로 잠시 잊게 하거나 그런 나를 알아차리는 등의 명상이었고, 빼기 명상은 예민한 나를, 내 입장이 아닌 제삼자 입장에서 나를 돌아보는 방법을 알려준다. (사실 내가 나를 돌아보는 건 꽤 어렵다. 좋은 것만 보고 싶고 안 좋은 면은 외면하거나 실눈 뜨고 보려고 하니까. 나의 지저분한 면까지 똑바로 봐야 하는데 그게 어디 쉽나..)
그렇게 돌아보면 내가 언제부터 무엇때문에 왜 예민했는지, 뭐가 짜증의 트리거로 작용하는지, 예민할 때 습관적으로 하는 반응은 무엇인지 등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나는 왜 이럴까'라며 자책하거나 쿨한 척하라고 지시하는 ‘머릿속 목소리’가 사라진다. 이게 나에겐 진짜 대박 (좀 식상한 표현이지만..) 이었다.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에서 추천하는 습관 중에 하나가 '나에 대한 지적을 멈춘다'는 내용이 있다.
사실 이게 말이 쉽지. 하고 싶지 않아도 머릿속에서 자동 재생되는 거라 나에겐 두번째로 어려웠다. 아무리 이 책에서 말한 대로 나를 지적하는 걸 안하려고 애썼지만, 따라 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이 없어서 잘 안됐다. 명확한 방법이 필요했던 나에겐 빼기 명상으로 자연스럽게 '나에 대한 지적을 멈추는 일' 이 가능했다.
예민한 나를 인정하고, 내 머리 속에 늘 떠다니며 날 탓하는 목소리가 사라진 지금은, 뉴턴이나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바꿀만한 업적은 못 남기겠지만, 최소한 주변을 힘들게 하진 않겠구나 하는 희망이 있다.
그래도 살다보면 내 의도와는 다르게 나의 예민함이, 혹시나 누군가를 불편하게 할 수 있을거다. 그럴 땐 바로 사과할 만큼의 여유가 생겼고, 먼저 양해를 구하기도 하며, 주변 사람을 위해 예민함을 쓸만한 곳이 있나 살피게 됐다.
마지막으로,
'넌 왜 그렇게 예민하냐'며 예민한 우리에게 상처 준 사람들이 한 두 명쯤은 있을 거고, 그 사람들에게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감정이 있을 거다.
그 감정을 표현하고 인지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그건 <내가 예민한 게 아니라 네가 너무 한 거야>라는 책에 소개되어 있다. 감정 클리어 리스트를 작성해보거나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을 작성하는 법도(p109) 있다.
그리고 앞으로 같은 상처를 받지 않고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싶은 사람을 위해 이 책의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마무리한다.
p9
세상에서 가장 쉬운 건 회피와 방관, 침묵과 도피다. 겸손과 주눅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불편한 상황을 만나면 무조건 도피하려고 한다. 물질적 가난은 습관을 궁색하게 만들지만 정신적 가난은 의지를 빈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내 감정의 영토를 안전하게 지키려면 침묵과 회피로 일관하려는 태도부터 버려야 한다. 더불어 나 역시 언제든 상대의 감정 영역을 침범하는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각자가 서로의 심리적 경계선을 침범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현명한 개인주의자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