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욱 카피라이팅 캠프 2강 미션1- 결정적 장면 수집 후 글쓰기
늘 건너던 건널목이다. 신호가 없는 일차선 도로의 건널목은 차가 우선인 곳이다. 아이들이 냅다 뛰어서 지나가려고 할 때마다 겁이 날만큼, 사람에게 인색한 건널목이다.
건너기 전, 오두커니 서서 지나가는 차의 대수를 세고 있었다. 차를 연결한 끈도 없는데 줄줄이 비엔나처럼 지나가고 또 지나간다. 그 연결의 끝은 어디쯤일지 가늠하느라 당장 눈 앞에 있는 차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지나갈 차에 불과할 거란 지레짐작때문에 차가 서 있는지도 몰랐다. 그러다 차 안 운전석에서 손짓?같은 움직임을 포착했다. 잘못봤나 싶은 생각에 다시 봤다.
차유리는 선팅지가 짙게 발려 있어서 밖에서 잘 안보일거란 배려담긴 손짓이었다. 차유리에 바짝 붙은 그 손은, 아주 느린 속도로 허공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듯이 지나가라는 아니, '먼저 지나가시라는 말'을 손이 하고 있었다. 두 남녀가 왈츠를 추기 전 정중하게 손인사를 하는 남자의 손길처럼 따뜻한 존중이 담겼다.
손에 묻은 물을 튕겨내듯 '빨리빨리 건너, 그래야 내가 가지'라는 손짓만 봐왔던 내게, 그 분의 손짓에 당황스러움과 감사함을 동시에 느꼈다. 그래서였을까. 내 머리와 허리는 그 손짓만큼이나 부드럽게 굽혀졌다. 그 정중한 손짓에 어울렸는지 신경이 쓰일만큼.
인색한 건널목이라는 내 생각이 틀렸음을 세상이 부드럽게 알려주는 듯했다. 그 다정한 손짓이 내게 각인된 모양이다. 나도 운전하다가 길을 건너는 사람에게 양보할 때, 내 손짓은 그 분의 손짓을 흉내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