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2
더불어 같이 사는 것이 중요했던 시기가 있다. 튀지 말고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어울렁더울렁 사는 것이 좋은 삶이라고 믿었다. 어제까지도 나 같은 보통 사람은 이렇게 사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 눈에 띄게 잘하는 것이 없고, 돈으로 해결할 수도 없고, 안목도 없으니까. 브런치에 글을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도 나보다 훌륭한 사람도 많고 글도 나보다 잘 쓰는데, 나까지 보탤 이유가 있을까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사람이 지닌 재능에 주눅 들었다.
아직도 주눅 들어 있지만 그래도 브런치를 시작할 용기를 냈던 건 더 늦기 전에 해보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냥 저질러보자는 무모한 도전 정신이었다. 근데 오늘 이 필사를 하면서 하루라도 빨리 시작했던 나의 용기에 칭찬해 주고 싶다. 나의 어설픈 글 속에 그 누구도 복사할 수 없는 창의성(originality)과 나의 역사가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챗지피티는 “자신의 독창성을 찾는 것은 목표에 도달하는 것보다는 여정에 더 가깝다. 당신이 내딛는 각 단계와 모든 경험이 당신의 독특한 관점을 형성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당신의 창의성이 더욱 명확해지지만, 그것은 항상 발전 중인 작업이다. 독창적이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기보다는 호기심을 가지자.”라고 말해 줬다. 챗지피티는 나의 창의성과 역사를 결과로 보여주거나, 정의하려고 하지 말고, 과정, 여정 속에 서서 계속 수정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환기해 준다.
그럼 난 어떻게 이 여정을 맞이해야 할까? 여행이 계획대로 되지 않듯이, 독창적인 것 역시 완벽한 것이 아니라 실수하고, 그것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것을 이해하자.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순간 더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독특한 아이디어와 특성이 이때 발휘되고 그것이 나의 독창성이 될 것이라고 즐기자. 그리고 나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과 환경을 만들자.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것을 보러 다니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브런치에 글 올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의 메시지를 들어야 할 운명적인 사람”인 그 단 한 명을 위해서라도 글을 올리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