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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틀비와 함께 Aug 29. 2024

Drop Expectations

필사 5

영어필사 100일의 기적 중에서 

오늘의 필사 주제는 ‘기대를 내려놓으세요’이다.      


최근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깊게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다. 대학교 1학년 여학생이 있는데, 정말 놀고 지내느라고 1학기 성적이 엉망이었다. 1학년은 원래 그러려니하는 생각에 원하는 대로 놀라고 했다. 사실 마음 한쪽에는 ‘저러고 놀면 안 되는데, 정신 차려야 하는데’라는 온갖 걱정과 잔소리를 쌓아두고 있었다. 그래도 2학기를 앞두고 마음을 잡고 열심히 생활하고 싶다고 찾아오겠단다.      


머리로는 당연히 ‘무엇을 도와줄까?’부터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 도와줬는데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난 그 학생을 어떻게 대할 건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다른 차원의 그러려니하는 마음, ‘니가 그렇지 뭐’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이 들 것 같아 겁이 났다. 내가 원하는 만큼, 내가 도와준 만큼 따라와 주지 않으면, 실망할 텐데. 이 생각에 만나기 전부터 머리가 아팠다. 나의 기대치를 어느 수준으로 잡아야 하는지를 결정할 수가 없었다.      


지인 찬스를 썼다. 어떻게 해야 하나? 현명한 나의 지인은 그 학생이 먼저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딱 그 학생의 수준에 맞는 해결책을 가만히 들어주라고. 기대치를 나의 수준에 맞추지 말아야, 실망하지 않고 그 학생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야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품어 줄 수 있다고 한다. 솔로몬의 지혜이다.      


그 학생은 나에게 이번 학기에는 ‘지각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 B 이상 학점처럼 정확한 수치를 말하지 않고, 지각하지 않겠단다. 사실 지각을 하지 않으면 B 이상은 받을 수 있다. 나와 학생은 비슷한 것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에 도달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다. 나는 학생이 B를 받기를 기대하기보다는, 학생이 말한 작은 약속을 통해 성실성을 키우고, 내년에는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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