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의 프레젠테이션 스타일 살펴보기
본 포스팅은 크게 두 가지 주제로 작성되었습니다.
1. 2018 애플 스페셜 이벤트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뜯어보기
2. 삼성과 애플의 프레젠테이션 스타일 살펴보기
작년 이맘때 즈음에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인 2017 스페셜 이벤트를 제품 디자인을 떠나, 프레젠테이션 디자이 관점에서 분석하는 글을 썼다. 올해도 어김없이 9월 13일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에 애플 스페셜 이벤트를 진행하며 어쩌면 LG브랜드팀이 참여했을지도 모르는 제품 이름을 쏟아내며 신제품을 발표하였다.
아래의 글을 읽기 전에 꼭, 2017년 애플 스페셜 이벤트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분석글을 읽어볼 것을 권장한다. (크게 다르지 않기에 아래에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2018 애플 스페셜 이벤트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언제나 그랬듯 애플의 전통을 이어받다
이번 포스팅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은 1도 없고, 순수하게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스타일에 대해서 포스팅하려고 하였다. 포스팅을 위해서 작년에 작성한 글을 다시 한번 읽어보니, 역시나 해마다 전통을 계승해온 것처럼 큰 틀은 1도 벗어난 게 없다.
1. 완전한 블랙 배경의 사용
2. 폰트 사용은 단 1종류
폰트는 기본서체인 SF(샌프란시스코) 서체다.
3. 텍스트는 최대한 배제
원래 텍스트가 등장하지 않기로 유명한데, 올해는 작년 대비하여 더 텍스트가 없어진 느낌이다.
이미지 위주의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서는 청중들이 발표자에게 더 집중하게 되어있다.
4. 사이즈 대비로 타이포그래피 강조하기
5. 구질구질한 애니메이션은 최소한으로
6. 히어로 이미지(Hero Image) 적극 사용
2017년과 다른 뭔가 디자인 요소를 찾아본다면, 이전보다 텍스트가 더 배제되었다는 사실과, 핵심 키워드에는 그러데이션 텍스트가 사용된 점, 설명 이미지 사진에 얇은 흰색 라인이 추가되었다는 점 그뿐이다.
1. 그러데이션 텍스트의 등장
기능을 강조하는 텍스트에서는 그라데이션 텍스트를 사용하였다.
2. 제품 스펙 설명시 흰색 라인의 등장
기존에는 잘 사용하지 않던 방식이 등장했다.
단락 좌측(혹은 상단) 에 세로 흰색 라인을 사용하여 그룹핑효과를 주고 있다.
이렇게 간단하게 리뷰를 끝내고 싶었지만, 문득 삼성과 애플의 프레젠테이션 스타일을 비교해보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급하게) 애플의 신제품 발표 한 달 전에 화려하게 데뷔한 삼성의 갤럭시 노트 9 언팩 행사를 기준으로 두 회사의 프레젠테이션 스타일을 비교해 보았다.
두 회사의 프레젠테이션 스타일을 한 단어로 정리한다면 삼성은 화려함, 애플은 심플함으로 표현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9fMTkuT3leE
삼성은 엄청나게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다. 뒤에 보이는 스크린은 이미지로만 보아도, 애플의 스크린보다 2배 이상은 훨씬 더 커 보이며, 하나의 스크린으로도 부족한지 작년에는 양쪽 벽과 바닥을 이어 붙여 스크린을 만들더니 올해는 공중에 연결되어 보이는 스크린까지 확장시켜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였다. 특히 제품 소개가 나오는 영상이 분절된 스크린 속에서 하나처럼 보이게 만드는 장면들은 정말 멋지다는 말로만 설명이 가능하다.
반면에 애플의 프레젠테이션은 매우 심플하다. 다른 말로는 그냥 담백하다. 제품을 삼성처럼 멋들어지게 여러 개의 스크린에서 화려하게 등장시키지는 않아도, '우리 제품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멋있어!'라는 자신감이 느껴진다. 애플의 신사옥 잡스 극장에서 진행된 이번 행사는 그 장소에서 주는 아우라도 대단했지만, 기존에 해왔던 방식으로 담담히 신제품들을 하나하나 말로써 풀어내는 방식은 익숙함을 넘어, 경의를 표하고 싶을 정도다.
눈으로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세부적으로 들어가 두 회사의 프레젠테이션 스타일을 보면 확연히 다른 점이 있다. 삼성의 경우 매우 포멀 하고, 애플은 매우 인포멀하다.
행사의 가장 첫 무대에 오르는 사람들의 등장 방식을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삼성의 경우 고동진 사장이 무대에 오를 때, 그의 이름을 대문짝만 하게 스크린에 (멋들어지게) 띄어주고, 거기에 맞춘 등장 음악, 조명까지 화려하다. 그의 패션 또한 이런 설정에 맞추어 매우 포멀하고 멋진 의상을 입고 나타나 자신 있게 등장한다. 가끔 그는 자신들의 신제품을 주머니 속에서 꺼내 발표하기도 하는데, 그때도 역시 화려한 음악과 조명으로 포장되며, 각 스크린들이 화려한 느낌을 더해준다.
반면에 애플은 팀 쿡은 매우 여유롭고 자유분방하다. 이번 이벤트에도 어김없이 오프닝 영상 말미에 직접 출연하여, 익살스러운 연기를 펼치고, 영상과 실제 등장을 연결시키는 연출을 펼쳤다. 관중 들은 이런 자연스러운 연출에 익숙한 듯 박수를 보냈고, 그렇게 이벤트가 자연스럽게 시작된다. 그의 의상 또한 매우 인포멀한데, 스티브 잡스의 시그니쳐인 청바지와 터틀넥까지는 아니지만, 삼성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의상이다. 이벤트에 등장하는 프레젠터들의 의상 또한 매우 자연스럽다.
프레젠테이션 스타일에 대해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프레젠테이션 디자인(행사의 진행순서가 아님)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의미다. 매년 화려한 프레젠테이션을 기획하는 삼성 그로서는 내년의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을 예측하기가 어렵다. 작년 갤럭시 노트 8 프레젠테이션을 보며, 그 규모와 화려함에 매우 놀랐는데, 문득 드는 생각이 '내년에는 어떻게 하려고, 끝판을 보여주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은 정직하게 흘러 1년이 지났고, 역시나 끝판의 끝판을 보여주려고 하는 노력은 많이 보였으나, 작년의 감동을 뛰어넘기에는 약간은 부족함이 있었던 게 사실이었다. 2019년의 프레젠테이션을 기획하는 기획자로 빙의해본다면, 내년에는 어떤 화려함을 보여주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애플의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은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2017년과 2018을 비교하였을 때 대동소이한 변화를 보이듯 2019년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다. 확실히 짜인 틀에서, 오프닝과 행사 사이사이에 나오는 영상에 대한 퀄리티를 높이면 되는 어쩌면, 기획자의 마음은 삼성보다 조금 더 편할지도 모르겠다.
매년 같은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나로서는, 삼성보다 애플이 부러운 것이 사실이다.
겉치레(행사의 규모)보다는 실속(제품의 질)을 더 챙기는 모습도 그렇고, 올해 매우 잘 했던 디자인이나 어떤 포맷(스타일)에 대해 구시대 유물로 치부해버리고 매번 새로운 것을 가져오라고 말하는 윗분들의(최종 결정자인 윗분은 대부분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이 많다) 요구가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내실을 위해, 큰 틀에서 수십 년간 같은 스타일을 유지하고, 소소한 디자인 변화를 추구해 나가며, 그 결과 디자인을 선도하는 애플이 너무나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