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5월 25일 - 7월 25일 (2개월)
마트에서 라면 사듯 집을 이사하다.
코로나 때문에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것이 우려가 한창이던 2020년 3월 초 즈음, 우리 부부는 우연히 들린 부동산을 통해 한 집에 꽂혀버렸다. 이전 집은 층고가 매우 높고, 앞이 아파트에 모두 둘러싸여 동네 뷰를 한 번도 보지 못했는데, 웬걸, 이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지막이 정면으로 보이는 미니어처 같은 동네 풍경에 넋을 잃었다. 저 멀리서 지하철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도 이국적인 느낌이었고, 더군다나 확장된 발코니 끝에 서면 저 멀리 한강이 아주 조금 보였는데, 너무나 이 집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 부부는 마트에서 라면을 사듯 겁도 없이 덜컥 계약을 해버렸다. 영혼까지 탈탈탈 끌어낸 덕에 인테리어는 꿈에도 못 꾸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전 주인분이 혼자 사셔서, 정말 정말 깨끗하게 집을 써서 새시니, 바닥이니, 화장실이니, 주방이니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었고, 이사 당일 급하게 도배만 하고 들어오게 되었다.
어쩌다 보니 미니멀 라이프, 빈티지 콘셉트
어쩌다 보니 자동으로 미니멀 라이프가 되었다. 거실에 소파 하나 없이 휑하다.
20평대에서 30평대로 이사를 왔더니 포토샵에서 캔버스 사이즈를 상하좌우로 늘려놓은 모양새다
전봇대 같던 이케아 조명이 정말 아담한 사이즈로 보인다.
'몰딩이 하얀색이어서 정말 다행이야!'
하나하나에 감사해하며, 이제 하나하나 손수 셀프 인테리어를 해보기로 했다.
참고로 나는 셀프 인테리어라고는 해본 적 없으며, 내가 했다면 이 글을 보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니 용기를 가져보자.
전 주인이 방 문은 한번 하얀색으로 칠해놓은 상태라 나름 상태가 양호 양호하였다.
그래서 문고리를 한번 바꿔보기로 했다.
문제 - 어느 쪽이 교체된 문일까요?
정답 - 오른쪽 검은색이 새 것
문고리를 블랙으로 교체하고 나니, 뭔가 잘못했나 싶었다. 문짝은 그대로인데 문고리만 빛나는 것이, 뭔가 빈티지 콘셉트에 언밸런스한 느낌을 주었다. 나 혼자 셀프 인테리어 했다는 자부심에 카카오톡으로 사진을 누나에게 찍어 보냈는데 왼쪽 문고리가 너무 예쁘다며 칭찬해주었다.
문고리 교체는 생각보다 매우 쉽다.
기존에 있는 문고리를 빼내는 게 좀 힘들긴 한데, 망치와 망치 뒤에 붙어있는 지렛대를 이용하면 매우 쉽게 쑥 빠진다. 역시 사람을 도구를 써야 해..
문고리는 개당(양쪽 다) 9000원 정도로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도배를 했다면 스위치는 무조건 바꿔야 한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기에 그렇게 누럴 수가 없다.
옛날 스트 느낌의 이 사각 스위치를 더 옛날 느낌의 사각 스위치로 교체하기로 하였다.
스위치 교체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두꺼비집을 내리고, 기존 스위치를 해제하면 나오는 전선들을 그대로! 똑같이! 새 스위치 뒷면에 그대로! 똑같이 맵핑(?)해주면 간단하게 끝난다.
평범해 보이는 스위치는 매우 저렴한데, 좀 특이하다 싶음면 가격이 진짜 비싸다. 거의 5배 이상 비싸지는...
또 집에 스위치가 얼마나 많은지 (ㅠㅠ) 다 교체하는데 돈이 좀 들었다.
그리고, 1구짜리보다 2구가, 2구보다는 3구가, 3구보다는 6구가 미친 듯이 비싸고, 특히 6구 이상은 같은 디자인이 없는 경우가 많다.
빈티지스트 스위치를 찾아냈다. 사실 이전 집에서도 이 녀석으로 맞추었는데, 이번 집에서는 내가 직접 달아보니 참으로 힘이 들었다. 그리고 왜 이렇게 삐뚤 하게 달리는지 원참.. ㅋㅋㅋ 삐뚤 한데도 삐뚤한 맛이 있으니 패스
위의 같은 디자인으로는 6구짜리 스위치가 없어서 무려 2만 원이 넘는 거금을 주고 클래식 스위치를 샀다. 친구들이 집에 와서 보고 스위치는 그대로 쓰고 있는 줄 아는데, 이거 괜히 샀나 싶다.
근데 진짜 빈티지하고 이쁘다 진짜다!!!
조립도 너무 힘들었다. 쇠붙이가 조립이 잘 안돼서, 교환까지 하느라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려 완성한 스위치다. 이사 갈 때도 정녕 뜯어갈 것이다.
내가 인테리어의 인도 잘 모르지만, 예전부터 가지고 있는 인테리어의 개똥철학 중 하나는 인테리어의 완성은 단연 전구색의 칙칙한 조명이다. 비록 엄마나 장모님이 집에 놀러 오셔서 "아이고 야야 집을 왜 이렇게 칙칙하고 어둡게 해 놓았니이 눈 버린다~"를 항상 듣지만, 우리는 전구색 조명을 설치를 해야겠다.
이번에도 전구색 조명 그리고 LED조명으로 교체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다했건만, 아뿔싸, 천장 등이 매립등이라 설치가 매우 어렵다. 매립등은 또 형광등이라 완전 똥 흰 조명이다 아뿔싸....
하지만, 나는 후배의 도움으로 겨우겨우 몇몇 조명 교체에 성공했다.
매립등은 그냥 과감히 포기하고, 사이드 조명을 이용하고, 집 전체를 드디어 전구색 조명을 완성했다. 무려 화장실까지!! 얏호!!
특히 거실에 필립스 휴 스트랩 조명을 연장했는데, 코로나 사태 이후, 국내에서 1m 연장선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라, 싱가포르 직구를 통해 2m를 구매하여 연장하였다. 역시 필립스 휴가 최고인데, 왜 이렇게 더 비싸졌는지, 다른 전구들로 확장 치는 데는 실패!!
이케아에 놀러 갔다가, 간접등으로 사 온 스쿠루프 전등, 여기에 달면 굉장히 이쁜 에디슨 전구를 같이 파는데, 앞면이 거울 재질처럼 반짝 반짝이는 녀석이 달린 전구가 있다! (컬러는 금색, 은색 두 종류)
여기가 조명이 어두운 것 같아서 애써 벽에다가 못질하고 전구를 매달았더니 나만 이상한가? 싶어서 와이프한테 들어봤더니 너무 이상하다고 해서, 바닥으로 내려와서 제자리를 찾았다.
수줍게 나무를 비춰주는 착한 전등!
이건 식탁등으로 구매한 빈티지스트 펜던트 전등!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정말 잘 샀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등은 완전 전구 주변에 빛이 투과하지 못하여 완전 상하 스폿 조명이었는데, 이 녀석은 정말 넓게 공간을 밝혀준다. 게다가 이렇게 이쁘기까지 하다니 정말 잘 샀다!!!
서재방에 설치한 조명! 이케아에서 단돈 5천 원에 사 와서 양쪽으로 매달고 집에서 굴러다니던 에디슨 전구를 꽂았다! 서재방 만들기는 이미 포스팅하여 업로드하였으니 아래 포스트를 참고하자.
마지막 처치곤란 드레스룸의 매입 등을 그냥 흰 형광등으로 남겨둘까 하다가, 내가 원룸 살 때부터 애지중지해오던 t5led등이 생각나서, 정말 싸게 간접등으로 교체했다. led등임에도 엄청 싸다. 1m짜리가 5천 원 정도.. 여기는 전선작업이 너무 힘들기에, 그냥 스위치를 달았다!! 그냥 손님 오거나,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스위츠를 눌러 불을 켤 수 있다. 스위치 역시 인터넷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네 번째 관문은 이케아 룬넨 데크! 이미 많은 분들이 깔아 두었지만, 이 전집은 타일이 다 새 거여서 깔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드디어!! (?) 이 룬넨 데크를 나도 깔아볼 기회가 왔다!! 먼저 베란다를 깨끗하게 치우고, 샤샤샥 룬넨 데크를 설치했다.
매우 깔끔하게 깔아놓은 것 같지만, 끝이 다 맞지 않아 엉망진창이다. 개수가 딱 떨어지는 집은 참 축복받은 집임에 틀림없다. 나는 그래도 대충 짜 맞춰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끝냈다. 시작할 때는 기분 좋았는데 막판에는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그나마 베란다에서 보면 한강이 내다보여서, 이곳을 좀 이쁘게 꾸며보고 싶었다. 이케아 라탄 스툴을 베란다에 내다 놓았다.
아 그리고!! 베란다에 상추를 심었다!!
꼬물꼬물 싹이 자라는 중 상추는 폭풍성장을 예고했는데, 과연 이걸 다 먹을 수 있을까
1. 신발장 문고리 교체하기
신발장도 교체 안 하고 그대로 사용 중이다. 상태가 매우 깨끗하긴 한데, 좀 올드한 느낌이 있었다.
h&m home에서 사 온 코끼리 장신구를 활용하여, 문고리를 교체해보았다! (저 멀리 보이는 동그라미 문고리도 자라 홈에서 구매한 제품)
너무나 귀엽다.
코로나를 대응하는(?) 기능이 하나 있는데, 외출 후 마스크를 여기다가 걸어두곤 한다.
왼쪽은 내 것, 오른쪽은 와이프 것
2. 악어 고리 달아보기 (h&m home 제품)
부속품들을 사면서 다양한 장신구들을 플렉스 했다. 뭔가 사고 보니 십장생 같은데 악어는 십장생이 아닌가.. 여하튼 아까 위에 이케아 전구 달다가 실패한 자리에 악어를 대체하 하였더니 완전 안성맞춤 깔맞춤 되시었다.
3. 호랑이 펜던트 달기 h&m home제품
h&m에는 가끔 폭탄세일을 할 때가 있다. 귀여운 호랑이 펜던트를 2개를 사서 달아보았다.
원래 우리 집은 식물을 다 죽이기로 유명했다. 그도 그랬던 것이 신혼집이 북향이어서 햇볕이 잘 들지 않았다. 그러다 이사 온 집에서 장모님이 사다주신 여인초를 무려 3년 동안 잘 키워내는 데 성공해서 자신감이 붙었다. 이 밑에 사진에 있는 여인초가 3살이 된 여인초! 아주 아직도 무럭무럭 자란다.
여인초는 음지식물이라 그늘이 있어도 물만 잘 주면 잘 자란다.
나는 1주일에 물을 한 번씩 주는데 매우 매우 쑥쑥 자란다.
더 이상 위로 자라지는 않는데, 이미 나이가 들어버려서, 저것이 다 큰 상태라고 했다. 새 순은 계속 나는 중!
안방 화분 플렉스
역시 다 양지 식물로, 일주일에 한 번씩 물 주면 되는 녀석들로 샀다.
그리고 대망의 거실에 놓아둔 '알랄리아'라는 녀석, 양재 꽃시장 갔다가 바로 한눈에 들어온 나무다. 잎 컬러가 두 종류가 있는데 완전 레알 포레스트 그린 컬러랑 그린 컬러 두 종류가 있었다. 어떤 걸 살지 고민하다가 그냥 두 녀석을 다 데리고 왔다. 잎이 정말 이쁘고, 그림자가 지면 진짜 더 멋지다. 역시나 명품 매장에 들어가는 나무라고 한다. 아랄리아 역시 양지 식물이며, 1주일에 한 번씩 물을 주면 위로 자란다.
손수 인테리어 하랴, 바쁜 회사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2달이 지났다.
돈이 부족하여 인테리어를 엄두도 못 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안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컨디션 좋은 집을 찾은 것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셀프 인테리어는 변수가 참 많다. 위에 글들도 그냥 술술 적어 내려 갔는데 사실 엄청 힘든 순간이 많았다. (정말 중간데 때려치우고 싶은 ㅋㅋ) 그런데, 미숙하게나마 작업을 끝내고 나니 뿌듯하고 좀 더 이 집에 애정이 더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