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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범한츈 Jun 14. 2021

프레젠테이션 폭망의 3단계

발표 중간에 그냥 집에 가고 싶어지는 순간

직장 상사에게 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언제나 해피엔딩이면 좋을 텐데, 상사와 발표자가 서로 윈윈 하는 프레젠테이션의 끝맺음이란 참 쉽지 않다.


 폭망 하는 프레젠테이션은 머릿속에 정리한 흐름대로 프레젠테이션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음을 직감했을  시작된다. 중간 중간에 불쑥 치고 들어오는 상사의 냉철한 코멘트를 인정하는 순간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다. 말해야할 슬라이드가 한가득 남았지만,  슬라이드마다 코멘트가 쌓이기 시작하면 나는 점점 정신을 잃기 시작한다. 주변의 공기가 싸늘해지는 것이 느껴지고 마치 아무도 없는 우주에 혼자 남겨진  마냥  말소리만  귀에  꽂힐 뿐이다.  그래도 나는 발표자니까 어떻게서든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해야겠는데, 남은 시간 아무리 잘해도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폭망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런 느낌적 느낌이 왔다면 다음과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  중에 하나로 마무리가 된다.


하… 여기서 모든걸 정지하고 갑자기 집에 가고 싶다


1단계 - 겨우겨우 문장으로 말을 하는 비교적 정상 단계

‘그래 어디 폭망한 프레젠테이션이 한두 번이냐, 지구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나와의 의견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어서 이 프레젠테이션을 끝내야 한다’고 긍정적인 주문을 빨리 건다. 중간중간 상사의 팩트 공격에 더듬더듬 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잘 끝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 나 자신을 칭찬해~’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1단계로 끝내는 것은 매우 양호한 수준이다.



2단계 - 단어로 말을 더듬 더듬 어가는 단계

장시간에 걸쳐 상사나 주변 공유자들과의 이견이 늘어나면 내 멘탈은 버틸 수가 없다. 그래도 한가닥의 정신줄은 남아있다. ‘버티자…, 이렇게 중간에 끝내는 건 아니지..’ 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머릿속에 희미하게 떠오르는 단어를 내뱉으며 프레젠테이션을 힘들게 진행한다.


문장이 생각이 안난다. 이상하게 컨셉으로 잡은 키워드만 생각난다.. ‘웰니스!!!’, ‘소확행!!!’ …. 어버버 하다가 슬라이드쇼가 끝…


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 불 보듯 뻔하지만 ‘그래 단어라도 나열해서 다행이다’ 라며 나 자신을 격려한다.




갈 곳 잃은 손 - 이렇때 필요한 “스페이스바!!!! “


3단계 - 말없이 스페이스바만 누르는 단계


폭망 프레젠테이션의 최고는 식음을 전폐한 사람처럼 내 목소리를 잃고, 말을 하지 않는 프레젠테이션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고? 디자인 프레젠테이션이라면 가능하다. 왜냐면 디자인 시안을 크게 띄어놓고 스페이스바만 누르면 된다.  이미 앞에서 멘탈이 다 털렸기 때문에 뒤에서 회복될 가능성은 0 임을 인지한 상태…


‘그래 나의 부차적인 설명 없이 스스로 느끼는 느낌적 느낌이 더 좋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자신이 없다. 스페이스바를 누르면 누를수록, 분위기는 더 무거워짐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스페이스바’를 부지런히 눌러서 어서 슬라이드 쇼를 끝내자… 슬라이드 쇼가 끝나면 나도 끝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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