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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범한츈 Dec 19. 2021

2021년 희망찬 다짐 - 책 한 권 쓰기

1년간의 1, 2, 3차 원고 마감을 끝내고... 


2019년, 코로나 이전 회사에서 '좋아 보이는 장표 디자인의 비밀'에 대한 강연을 계기로 슬라이드 디자인과 관련된 도서를 기획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 대해 "꾸미는 것"이라는 편견을 "정리하는 것"으로 바꿔보고 싶었다.


2019년 10월, '좋아 보이는 장표 디자인의 비밀' 강연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책으로 정리하다.

 

그냥 그렇게 생각 중이었고, 기회가 되면 책으로 내야지 하고 있었다. 준비를 한자에게 기회가 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1년 뒤 즈음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원고 레슨 2개 분량을 작성하고 일사천리로 집필 계약이 이루어졌다. 계약서에는 1, 2, 3차 원고 마감 날짜가 무섭게 명시되어있었고, 당시에는 파이팅이 넘쳤기 때문에 이 시간이면 충분히 하고도 남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 열심히 해서 계약서대로 2021년 상반기에는 책을 완성해야겠다.'

나 홀로 파이팅은 정말 잠시 뿐,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기란 참 쉽지 않았다. 글을 쓰는데 어려웠던 몇 가지 이유들을 살펴보자. 



1. 회사 일과 책 쓰기 병행하기

계획대로라면 작년 12월부터 달렸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엉덩이를 의자에 붙일 수가 없었다. 생각해보니 작년 12월은 대대적인 인사 발표 기간이었다. 나는 최말단 사원이라 뭐 어찌 돼도 상관없었지만 소소한 변화들이 많아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마음이 콩 밭에 가있으니 글이 써질 수가 없다.  해가 바뀌어서 1월 2월에도 회사는 새로운 조직장 밑에서 새롭게 세팅하는 기간이라 말단에겐 시간이 좀 있었어서 밀렸던 진도를 조금 뺄 수 있었다.  3월이 되자 또 나에겐 큰 시련이 왔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역대급으로 문제가 많았다. 코로나 까지 겹쳐 재택근무가 많아져서 커뮤니케이션도 너무 힘들었고 정말 입사 이후 최대 위기의 순간이었다. 주중에 회사일이 원활하지 않다 보니 주말에 집에서도 일해야 했고, 재택이니 시간이 많았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재택이라 더 시간이 없었다. 차라리 출근을 했다면 퇴근하면 모든 걸 잊겠지만 재택을 하니 모든 걸 잊지 않고 주말까지도 계속 회사 프로젝트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는 순간이 많았다. 


 주말이 겁나 빨리 돌아오긴 하는데, 주말에는 또 주말 나름대로 그냥 쉬고 싶었다. 뇌의 반은 도서 집필을 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고, 뇌의 반은 그냥 주말을 즐기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그렇게 몇 달을 정말 백수처럼 날려먹고, 갚아야 될 빚이 많은 사람처럼 빚쟁이와 같은 마음으로 살았던 것 같다.



2. 책 쓰기의 부담스러움 - 내가 뭐라고 이걸 써? 

두 번째는 이론적인 글을 쓰다 보면 이런 생각들이 든다. '내가 뭐라고 이걸 써?' '내가 아는 게 진짜 전부야?' 내가 부족한 것을 내가 누 구보 다 도더 잘 알길 때문에 내 수준에 이런 글을 쓰는 게 맞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래도 회사에 다니면서도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이라는 한 우물을 벌써 10년 이상 파온 사람이고... (커뮤니티도 10년 운영했고) 나름대로 프레젠테이션 디자인 요소들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주문을 외웠다. 분명히 프레젠테이션 디자인에 입문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입문자에 포커스를 맞추고 글을 쓰자는 생각을 했다.




3. 글쓰기의 어려움 - 중 쓰는 글입니다? 글 쓰는 중입니다? 

평소에 카카오 브런치나, IT 리뷰를 많이 쓰긴 하지만, 와 정말 책을 위한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너무 x100 어렵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은 참 두서가 없구나는 생각도 들고, 평소에 이렇게 클릭 클릭 클릭 '자 쉽죠?' 하면 되는 내용을 체계적, 읽는 사람들이 다 이해될 수 있도록 풀어쓰는 게 너무 어렵다. 내가 글을 쓰는지, 글이 나를 쓰는지 다 써놓고 시간이 좀 흐른 뒤에 다시 읽어보면 정말 뭔 소릴 하는 건지 웃기다. (맞춤법 표준법 모두 파괴됨 그래 이것은 블로그 체다) 나의 생각도 나 스스로가 정리가 안되는데 '독자들은 이따위 글을 보고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4. 슬라이드 예제 만들기 - 1400여 장의 이미지 실화냐? 

내 책은 슬라이 이드 예제가 반 이상이다. 그 말인 즉 반이상의 슬라이드를 모두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최악의 케이스부터, 최고의 케이스까지 나 스스로 다 만들어야 했다. 특히 최악의 케이스는 만들면서도 진짜 이렇게 만드는 사람이 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 때도 있었다. 회사에서 만든 슬라이드는 일단 보안 이슈가 있어 거의 사용하지 못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이것저것 주옥같은(?) 슬라이드를 디자인을 했는 데 사용하지 못해 아쉬웠다. 그래서 대체로 이미지들은 Unsplash를 활용하여 교체하기도 하고, 텍스트들은 ipsum lorem으로 대체해서 대충의 분위기만 느낄 수 있도록 모두 바꿔야 했다. 그렇게 챕터 6개까지 사용된 이미지는 총 1400여 장이 넘는다.

Don't 파워포인트에 이런 전환 효과 봤나요?



오늘, 드디어 전체 1차 탈고 완료! 

이런저런 이유들도 많았고, 최초 출판사와 약속한 시간이 훨씬 지나버렸지만 드디어 오늘,  전체 원고의 1차 탈고가 되었다. 마지막 레슨 장까지 모두 마무리하면 엄청 기쁠 줄 알았는데 사실 잘 모르겠고 그냥 무덤덤하다. (드라마에서 마지막 회의 마지막 장면을 가장 마지막에 찍지 않은 그런 기분)  왠지 계속 보면서 고쳐야 할 부분들이 많이 생길 것 같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오늘 거의 1년 동안 내 머릿속 반 이상을 차지하고 앉아있던 그 짐들을 조금은 덜어낸 것 같아서 속은 시원하구먼!




마지막 Notion의 완료 체크를 끝으로
1차 탈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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