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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의 시간 Mar 15. 2021

핀란드 월경컵 창업자 Heli와의 차의 시간

핀란드 월경컵 'Lunette'의 창업자 Heli를 만나다.

2019년 5월 핀란드 여행중에 좋은 기회로 월경컵을 판매하는 루넷컵 본사를 방문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루넷컵을 접했을 때 느꼈던 기업철학이나 디자인 등을 보았을 때, 나는 이 기업이 헬싱키 중심 빌딩숲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상상했었다. 그런데 막상 헬싱키에 와보니 딱히 빌딩숲이 없었을뿐만 아니라

루넷컵 본사는 헬싱키에서 차로 3시간 정도 달려야 갈 수 있는 지방에 위치해 있었다. 심지어 주변에 가장 가까운 식당이 차로 15분 떨어져있을 정도의 시골에 회사가 있었다. 다행히 2층짜리 오래된 듯한 건물 입구에 루넷 깃발이 있었고 그래서 어렵지않게 찾을 수 있었다.


[사진1. 루넷본사 건물. 과거에 은행 건물이었다고 한다]


벨을 누르자 창업자이자 CEO인 Heli(헬리)와 VP인 Sonja(소냐)가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가정집 같이 아늑한 분위기였고 키친으로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싱크대 위에는 티포트가 있었고 Heli는 우리에게 홍차를 내어주었다. 그래, 그녀도 차를 마시는 사람이었다.


[사진2. 루넷의 키친, 그리고 티포트]


커트머리에 여성의 외음부를 상징하는 디자인의 루넷 귀걸이를 한 Heli의 첫모습은 기업가라기보다는 사회운동가처럼 보였다. 기업스토리를 들어보니 2004년에 Lunette이라는 월경컵회사를 설립하였고 당시에는 주변인들에게 사업에 대한 지지를 받지 못하였다고 한다. 99%의 여성이 생리대나 탐폰을 쓰는 상황에서 월경컵 사업은 승산이 없어보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활동성과 경제성, 지구환경 등을 이유로 월경컵이 필요하다고 믿었고 그런 믿음으로 사업을 지속해왔다고 한다. 이제는 전세계 50여개국에서 판매중인 브랜드가 되었고, 유럽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월경컵이 되었다고 하니 정말로 대단하다. 루넷의 비전은 'This is our period(이것이 우리의 월경이다.)'로 월경에 대해 터부시하는 문화를 바꾸고자 한다. Heli는 이러한 문화의 변화에 루넷이 확실히 기여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하는 듯 했다.


이런 성취를 이룬 사람이라면 엄청난 워커홀릭처럼 보이지만 이 회사는 CEO인 Heli를 포함해 Work-life balance를 꽤나 잘 유지하는 것 같았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서 무슨 재미로 사나 싶었는데 그녀는 말을 기르고 고양이를 기르며 차를 마시며 요리를 하며 지낸다고 하였다. 그녀는 정말 행복해보였다. 오후 4시가 되니 모두 퇴근을 하는 분위기였고, 그래서 우리가 가진 차의 시간도 자연스레 마무리가 되었었다.


[사진3. 루넷 사무실에서 만난 액자. 월경을 터부시하는 문화를 변화시키고자하는 메시지가 마음에 들었다.]


[사진4. 루넷컵. 이제는 한국에서도 구매 가능하다.]


만남을 뒤로하고 헬싱키로 돌아오면서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이 여기에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비롯한 루넷회사의 사람들은 미래를 사는듯했다. 일을 즐겁게 하면서 충분한 수익을 얻고 있으며 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또한 자연과 더불어 살며, 정성스럽게 요리하고 차를 마시며 살아간다. 나 역시도 한국에서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에 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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