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의 시간 Jun 12. 2021

소설가가 되고 싶은 워킹맘

주말마다 엄마가 아기를 돌봐주러 오신다. 주로 토요일 오후 4시쯤 오셔서 그다음 날 오후에 가신다. 내가 아직 그래도 정신을 붙잡고 살 수 있는 건 엄마 덕분이다.


그러니까 토요일 저녁은 남편과 나의 자유시간인 셈이다. 오늘 남편은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갔고 나는 스타벅스에 가서 책을 읽었다. 오늘 고른 책은 김금희 작가의 소설 '복자에게'이다. 소설을 읽는 시간은 너무 달콤하다. 너무 달콤해서 이 시간을 붙잡아두고 싶다.


오늘 갔던 스타벅스는 20시에 닫는다고 했다. 그래서 오래 있지는 못했다. 스타벅스를 나왔다. 오른쪽으로 가면 집으로 가는 것이고 왼쪽으로 가면 올림픽공원으로 가는 것이었다. 고민이 되었지만 집에 가고 싶지 않았다. 결국 왼쪽으로 발길을 돌려 올림픽공원에 왔다. 이곳에 오면 살 것 같다. 이곳에 오면 자연을 만날 수 있고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



아기를 낳고 나서 확실히 바뀐 생각은 회사에 대한 부분이다. 항상 나의 자아와 나의 일은 충돌을 겪어왔다. IT에 그다지 흥미가 없으면서도 나는 내 옵션 중에 이 업계가 상대적으로 연봉이 높아서 이 일을 계속 해왔을 뿐이었다. 그래서 항상 나는 언제 일을 그만둘 수 있을지; 언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었다 (물론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다.) 무려 10년을 말이다. 그런데 아기를 낳고 나니 나의 적성이고 뭐고 최소 20년은 회사에 착실히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건 내 적성이 아니라 내 아이가 경제적인 이유로 제약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한 대안은 밤의 소설가가 되는 것이다. 현실의 나는 착실하게 회사원으로 살아가지만 밤에 내가 쓰는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유롭게 살아갈 것이다. 나는 그들을 통해 자유를 누려야겠다. 그들은 회사 밖으로 나가는 인간들이고 그들은 경제적으로 위축이 될 수는 있겠으나 삶의 순간들을 즐기면서 살 것이다. 나는 밤의 소설가가 되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강릉 당일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