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선택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나는 어릴 적부터 당연히 결혼이 하고 싶었다. 막연하게는 스물여덟 살 쯤에는 결혼을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결혼을 꿈꾸던 나이 스물여덟 살이 되었을 때, 나는 결혼하고 싶은 남자(지금의 남편)를 만나게 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어렵사리 결혼을 허락받고, 상견례를 마친 이후에는 3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결혼식을 준비해서 식장에 들어갔다. 빠듯한 일정으로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결혼식만 얼른 끝나라!!!'라고 몇 번이나 속으로 외쳤는지 모른다. 나에게 어떤 미래가 닥칠지 모른 채 막연하게 결혼해서 행복하게 알콩달콩 남편이랑 깨 볶으면서 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아기를 갖고, 엄마가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약 두 달 뒤면 결혼 2주년이다. 결혼 1년 차에는 임신을 계획하며 산부인과를 드나들고, 1년 뒤쯤 아기를 낳아 엄마 아빠가 되어있을 삶을 상상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 부부는 아기는커녕, 1년에 두 번의 유산을 겪었고 자녀가 없는 부부. 겉보기엔 그냥 자녀 계획 없이 둘이 편하게 살고 신혼을 즐기는 부부다. 속 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의 2세 계획을 은근히 궁금해하지만, 유산의 아픔을 두 번이나 겪은 나로서는 가장 회피하고 싶은 순간이다.
게다가 유산의 아픔을 잊을만한 때쯤에 친정아버지의 암 진단 소식을 접했다. 하루아침에 나는 난임 환자이면서, 암 환자 가족이 되어버렸다. 병원에서는 아빠에게 시한부를 선고했고, 항암 주사 외에는 수술이나 방사선 그 어떠한 것도 받을 수 없을 만큼 악화된 상태라고 진단을 했다. 하지만 나는 자연 치유를 믿게 되었기 때문에, 병원에만 아빠를 맡기지 않을 생각이다. 자연 치유로 암을 극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고, 그들에게 배워서 적용해 볼 점을 적용해서 꼭 아빠의 암세포들을 다 정상으로 되돌려놓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던 지인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벌써 다들 육아에 매진하고 있지만, 나는 왜 이렇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 좋은 일들만 겪고 있는 건지...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말 못 할 일들 하나쯤 다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언젠간 분명히 우리 부부에게도 우리를 쏙 빼닮은 어여쁜 아기가 찾아올 것이고, 아빠의 건강도 노력하는 만큼 호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20대까지 큰 사건 사고 없이 무난하게 살아온 나에게 이제야 어른이 될 수 있는 경험들이 찾아왔다고 생각하고, 아픔 속에서 더 소중하고 값진 것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내가 될 거라고 내 자신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