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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미 May 01. 2024

오늘도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 걷기 한 달 차

암과 난임에 대해서는 병원에서도 이렇다 할 해답을 못 얻는 것 같다. 물론 어느 정도의 도움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지나가는 감기처럼 약 먹고 주사 맞으면 낫는 그런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대 의학으로도 암은 완치하기 어렵고, 독한 항암 주사를 맞으면서는 심각한 부작용들을 이겨내야만 한다. 난임의 경우에도 시험관이나 인공 수정을 할 순 있겠지만, 임신이 보장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내 경우에는 원인 불명 반복유산이므로 산부인과나 난임 센터에서도 명확히 해결해 줄 수는 없었다. 단지 몇 가지 조언을 얻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몸을 관리하고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랄 뿐이다.


아빠가 암 진단을 받은 후 우리는 집 근처 황톳길은 전부 찾아서 가고 있다. 벌써 한 달 가까이 매일 같이 흙 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이제는 흙만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처음의 시작은 단순했다. '암도 낫게 한 맨발 걷기'라는 말을 보고 무작정 시작한 거다. 유사과학이다. 플라시보 효과이다. 부작용이 더 위험하다는 말도 지만, 이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걷는다. 게다가 동네 뒷 산만 가보더라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그리고 지역마다 새로운 황톳길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다. 맨발로 걸어서 건강해지는 사람들이 곳곳에서 나오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예전엔 산에 가면 다들 운동화를 신고 다녔지만 지금은 다르다.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예전 같았으면 신발 신은 사람들 사이에서 맨발로 다니는 게 어색하고 부끄러웠을 테지만, 이제는 신발 신은 사람이 이상해 보일 정도이다. 물론 파상풍 주사도 맞았고 땅을 잘 살피면서 다치지 않도록 천천히 걷는다. 다 걸은 후에는 발도 깨끗하게 씻고 보습 크림도 잊지 않고 발라준다.


유튜브에서 맨발 걷기로 얻은 치유 사례 발표 영상을 한참 찾아봤다. 이 정도면 맨발 걷기가 만병 통치약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대단하다. 당뇨, 고혈압, 파킨슨병, 불면증, 우울증, 암까지 못 고치는 병이 없다. 맨발 걷기의 효과는 최소 두 달을 걸어야 나온다고 하는데, 내 생각엔 한두 번만 해도 중독되는 게 맨발 걷기의 가장 큰 효과 같다. 맨발 걷기 하루 이틀 안 하면 발바닥이 간질거린다. 양말과 신발을 벗어던지고 자연과 맞닿아 걷는 자유로움을 발은 먼저 아는 것이다. 아빠가 아프지 않았더라면 이 좋은 걸 모르고 살았을지도 모르는데, 아빠의 암 덕분에 우리 가족은 자연과 가깝게 지내 건강을 되찾고 있다. 조만간 좋은 소식도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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