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우선, 지추미술관으로

지추미술관, 치추미술관, 지중미술관, 이름이 무엇이든 간에...

by 문현

나오시마의 미야노우라 항구에 도착해 페리에서 내리면 매표소와 기념품 상점이 있는 터미널이 보인다. 세지마 가즈요와 니시자와 류에라는 유명한 건축가들의 작품으로 ‘바다의 역 나오시마’라는 멋진 이름도 있는 터미널인데 그곳에서 파는 크레미아 아이스크림이 맛있었다는 기억이 가장 선명하다. 건축계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건축가들의 작품을 아이스크림으로 기억하는 것이 민망하지만, 그만큼 맛있으니 꼭 드셔보시길.


터미널 근처에는 ‘나오시마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의 예술작품이 있다. 나오시마에 있는 26개의 섬에 더해 27번째 섬을 형상화한 작품이라고 하는데, 해가 진 후 조명이 켜졌을 때 훨씬 멋있으므로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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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시마 파빌리온

빨간 호박 역시 후에 나오시마를 떠나기 전 페리를 기다리며 들르는 것이 낫다.

빨간 호박 내부
낮의 빨간 호박

‘아이러브유’라는 이름의 예술작품이자 실제 목욕탕도 구경해야 하고, 미카츠키쇼텐(초승달 가게)이라는 이름의 커피숍도 추천이지만, 그전에 목적지로 가는 버스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터미널 앞에 나란히 놓여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시간을 확인하고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얼마인지에 따라 그동안 할 일을 결정하면 되겠다. 명심하자. 나오시마는 매우 시골이고, 시골에서는 버스 배차간격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버스가 만차라 다음 버스를 타야 하는 사태도 일어날 수 있다.


택시를 타겠다고? 섬 전체에 택시는 두 대뿐이다.


자전거를 대여해 아름다운 풍경 속을 달리는 낭만적인 방법도 있지만 나오시마에는 오르막이 꽤나 많다. 자전거를 타고야 말겠다면 전동자전거를 빌리시길. (사실 자전거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은데, 나는 자전거를 절대 평지와 내리막길에서만 탄다. 그러나 내리막과 오르막은 거의 언제나 함께 존재하는 법. 풍경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는 편이 나오시마와 더 어울린다고 믿는다. 이건 내가 자전거에 서툴러서 탈 때마다 넘어져 여행지에 혈흔을 남기는 경우가 잦아서 하는 말만은 아니다. 정말 아니다.)


베네세 하우스 숙박객이라면 전용 셔틀버스가 있어 꽤 편하게 다닐 수 있다. 페리에서 나오면 바로 귀여운 미니버스 크기의 숙박객 전용 셔틀이 보이는데 명단 확인 후 캐리어만 호텔로 보내도 된다. 객실이 체크인 때 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배정된 상태라 신나게 돌아다니다 몇 시에 체크인을 하든 캐리어는 이미 내가 묵을 방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항구에서 경로는 두 방향으로 나뉜다. 지추미술관, 이우환미술관, 베네세 하우스 뮤지엄, 스기모토 히로시 갤러리 등이 있는 베네세 하우스 지역으로 가거나 이에 프로젝트를 구경하러 혼무라 쪽으로 가는데, 나오시마까지 먼 길을 온 사람이면 지추미술관은 꼭 보고자 할 테고, 그렇다면 시간예약이 되어 있을 테니 그 시간에 맞춰 첫 번째 목적지를 결정하면 될 테다.


테시마에서 예술애호가들로 꾸려진 소규모 단체 여행객들을 만나 잠시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예약 없이 지추미술관에 가려다가 당일 표가 매진되어 결국 못 갔다는 안타까운 이야기를 들었다. 표가 남아있으면 당일 판매도 하지만, 굳이 그렇게 스릴 넘치게 여행하지 말고 예약부터 하자.

베네세 숙박객이 아니면 100엔 버스(말 그대로 현금으로 100엔을 내고 타야 한다. 미리미리 동전을 준비해 두자)를 타고 츠츠지소라는 종점까지 가서 미술관 방문객들을 위한 셔틀로 갈아탄다. 츠츠지소부터 도보로 이동해도 되지만, 그러지 말자. 꽤나 가파른 비탈길이 이어진다.


미술관 방문객들이 미술관 셔틀과 호텔 셔틀을 헷갈려 호텔 셔틀을 타려다가 저지당하는 경우를 몇 번 봤다. 쌍둥이같이 똑같은 버스라 그럴만하다. 숙박객 전용 버스에는 ‘GUESTS ONLY’라고 적혀있으니 잘 보고 타자.


츠츠지소에 내리면 그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 호박이 보인다. 거의 언제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베네세 숙박객이면 사람이 없는 순간을 포착하여 호박을 독점할 기회가 있을 테고, 숙박객이 아니라면 (다시 한번) 셔틀버스 시간을 염두에 두고 호박에 접근할 기회를 노리자. 스기모토 히로시 갤러리를 방문한 후 바닷가에 듬성듬성 놓인 야외 조각들을 보다가 노란 호박까지 걸어도 좋다.

지추미술관이 첫 번째 목적지라는 가정 하에, 이동해 보자. 셔틀버스에서는 왼쪽 창가 자리에 찰싹 달라붙기를 추천한다. 오른쪽 자리에서도 보이기는 하지만 이동하는 내내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다. 츠츠지소에서 스기모토 히로시 갤러리가 있는 베네세 하우스 파크동, 베네세 뮤지엄, 이우환 미술관(밸리갤러리도 이 정류장 근처다) 정류장을 거쳐 종점인 지추미술관 티켓 센터에서 내린다. 예약내역을 보여주면 티켓으로 교환해 준다.

지추미술관 티켓 센터

지추미술관은 이곳에서 몇 분 더 걸어가야 나온다. 구글지도는 3분 거리라고 안내한다. 티켓 센터에서 미술관 사이 길을 모네가 살았던 지베르니처럼 꾸며놓았다고 하는데, 의도는 알겠으나 규모가 너무 차이 나서 (미니) 지베르니 느낌은 그다지 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이 곳의 겨울풍경을 여름의 지베르니와 비교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게 무슨 경우없는 짓인지. 미니 지베르니에 사과 하며 여름의 초록으로 가득한 모습을 상상해본다. 실제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더위는 괜찮지만 습도에는 너무나 취약한지라 (홋카이도를 제외하고) 한여름의 일본은 꿈도 꾸지 않는다.


겨울에도 이런저런 꽃이 피어있는 예쁜 길이다. 몇 걸음에 한 번씩 멈춰 사진도 찍고 풍경에 넋 놓고 서있느라 3분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지추미술관 가는 길
지추미술관 가는 길
지추미술관 가는 길

지추미술관에 도착하면 슬슬 카메라나 핸드폰을 집어넣어야 한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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