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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Mar 05. 2022

브런치 명언 모음집 #6 흘러가는 것들


흘러가고 변하는 것들, 굳이 마음 쓰거나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들에 대하여.




게으름 한번 피우는 일 없이 착실히 변해가는 계절을 보고 있으면 절로 경외심이 든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다는 자연의 순리를, 계절은 결코 잊는 법이 없다. 그에 반하여 무언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무용한가. 계절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직 변해가는 것들을 온 힘을 다해 받아들이는 일뿐이라고 일러준다.

시간과 함께 멀어진 것들에 아쉽고 서운한 기분이 들 때마다, 계절에 서 있는 나무를 올려다보기로 한다. 무엇보다 변해갈 것들에 대하여 너무 애쓰지 않기로 한다.

   -유월의 솔 님의 희언자연 중에서




해가 떠오를 때와 해가 질 때의 풍경 중에서 사람들은 어떤 것을 더 좋아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해가 질 때의 풍경이 더 가슴에 와닿는다고 해야 할까. 날씨가 좋은 날에 하늘이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그 풍경은 어떤 화가라도 표현하지 못할 만큼 숨이 막히게 아름답다. 때로는 벅차오르는 감동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 있고는 한다.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 앞에서 나는 문득 내 삶에 대해 생각을 해본다. 해가 뜰 때처럼 내 삶도 처음의 시작이 있었고,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처럼 내 삶도 청춘의 열정과 젊음으로 가득 차 있을 때가 있었고, 해가 질 때처럼 내 삶도 그 마지막이 있을 것이다. 내 삶도 언젠가는 해가 저물어가듯이 저물어 가는 시간이 올 것이고, 그 앞에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서 있게 될까. 마지막 순간에도 인생을 알까 모르겠지만 분명 하루해가 떴나 싶은데 금방 저물어가듯이, 인생도 언제 이렇게 빨리 순식간에 지나갔나 하는 생각에 조금은 멍하니, 조금은 허무하게 지나온 삶의 자취를 돌아보지 않을까. 그렇게 삶의 일몰 앞에 서면 해가 저물어가는 풍경을 바라보듯이 내 삶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해가 뜨고 지고, 꽃이 피고 지듯이 우리네 삶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끝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오후의 시간 창밖은 조금씩 어둠이 내리기 시작했다. 나는 창가에 서서 조금씩 어두워지는 광경을 바라보고는 한다. 낮이 밤으로 조금씩 바뀌어가는 그 시간을 말없이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가라앉고는 한다.

   -자작가 님의 해가 저물어 가는 시간 앞에서 중에서




아직은 먼 훗날의 이야기일 테지만, 잘 살아가는 것만큼이나 잘 마무리해야 하는 삶을 생각하곤 한다. 누구나에게 닥치게 되는 그 순간은 아무에게도 쉬이 지나칠리 없겠지만, 잘 준비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일상이 주는 특별함을 생각하고, 소중한 가족들과 인생을 함께 해온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들을 생각한다. 가끔은 몇 글자 끄적거려 고마움도 전하고 틈틈이 추억도 이야기해야겠다. 건강하고 밝게 살았고, 늘 애써 주었고 참 따듯했다는 얘기도 들었으면 좋겠다. 참 재미있었고, 함께 한 시간이 즐거웠다는 기억도 남겨 주었으면 좋겠다.

소박하게 정리되고 비우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떠날 때는 박경리 선생님의 몇 마디를 따라 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 라고.

   -겨울나그네 님의 미니멀한 죽음에 관한 단상 중에서




갑자기 아파트값이 오르는 바람에 벼락 거지가 되기도 하고 내 논밭 주변이 개발되는 바람에 뜻밖의 횡재를 하기도 한다. '-는 바람에'는 이렇듯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 때문에 일어난 결과에 대해서 쓰는 표현이다.

나는 이 표현이 참 좋다. 우리가 인생에서 대비하고 준비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 인생이 노력한 대로 계획한 대로 됐던가? 잘하려고 했지만 내 뜻과는 다르게 상황은 더 나빠지기만 했던 때도 있을 것이다. 그 황망함을 표현할 수 있는 말이 있어서 위로가 된다.

내 잘못이 아닌데 그럼 누구의 잘못일까? 내 탓도 아니고 네 탓도 아닐 때, 아니 누구도 탓하고 싶지 않을 때... 그냥 바람 탓을 하자.

   -네이티브스피커 님의 바람이 언제 어디로 불지 모르듯이 중에서




오늘 당신 앞으로 도착한 슬픔은 당신 탓이 아니다. 통제되지 않는 그 불안은 당신 때문이 아니다. 그저 어딘가에서 바람이 불어올뿐이다. 바람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왜 나에게 불어오는 걸까. 많은 것들이 궁금하겠지만 그 누구도 답을 알 수 없다.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바람은 예상치 못한 순간 우리를 찾아오고, 머물다, 떠난다는 것.

바람이 불어오는 것은 당신의 탓이 아니지만, 그 바람에 화를 내고 자신의 하루를 망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당신의 탓이 될 수 있다. 그 불행은 자신이 선택하여 만들어낸 불행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당신은 화를 내게 될 것이다. 흥분하고 제 멋대로 굴어 내면에 있는 불순물을 발산할 것이다. 그것들을 남김없이 게워낸 후에야 저 의연한 나무처럼 불어오는 바람에 대항하지 않고 바람 곁에 따라 몸을 내맡길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람은 결국 흘러갈 것이고 모든 것이 고요해지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다.

   -엄혜령 님의 당신의 슬픔은 당신 탓이 아니다 중에서




우리의 고통은 일상 속 알아차림이 부재하여 발생한다. 예를 들어, 두드러기가 나기 전에는 늘 '간지러움'이 먼저 발생한다. 그 간지러움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긁는 행동으로 반응하면 두드러기는 커진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에도 고통이 발생하기 전 '갈망'과 '혐오'가 먼저 나타난다. 부정적인 감정은 같은 파동을 가진 다른 부정적인 감정을 일깨운다. 내면은 곧 불안과 분노로 가득해진다.

마음속 고통이 일렁일 때, '알아차림' 수행을 하는 것이 뜨겁게 달아오른 고통을 쿨 다운시키는 것임을 깨달았다. 고통에 반응하고 짜증내고 분노하여, 본래 있는 고통의 크기를 몇 곱절로 만들지 않고, 내 앞에 놓인 고통을 그 고통의 크기만큼만 인식하고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고 바라보기.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고통은 우리의 곁을 머물다 어느 순간 떠난다. 부정적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때, 우리를 찾아오고 떠나는 고통을 더 잘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왜곡하거나 판단하려 하지 말기.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엄혜령 님의 [명상일기] 두드러기를 통한 알아차림 중에서




15년 가까이 일기를 써오며 깨달은 건 어떤 감정이든 결국 희미해지고 만다는 사실이다.

언젠가 사라질 순간의 감정에 사로잡혀 너무 들뜨거나 침체되지 않도록, 좋았던 기분도 나빴던 기분도 모두 오늘의 일기에 쓰고 털어낸다. 그렇게 마음까지 되돌리고 난 후에 비로소 잠자리에 든다.

시인과 촌장이 부른 <풍경>이란 곡에서는 이런 노랫말이 반복된다. '세상 풍경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풍경 /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풍경'. 오늘 하루도 이렇게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어 다행이다.

   -유월의 솔 님의 모두 제자리 중에서




*저 혼자만 간직하기 아까운 글들,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의 브런치 명언 모음집. 이번 주제는 흘러가는 것들입니다. 혹시나 자신의 글이 모음집에서 삭제되기를 원하시는 작가님이 있으시면 댓글로 말씀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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