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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Dec 21. 2021

브런치 명언 모음집 #5 타인


타인에 대하여.




언젠가의 장마철이었다. 잠시 회사 밖으로 나와 은행 업무를 하고 다시 돌아가는 길이었다. 대기가 길어져서 한참 만에 은행 업무가 끝났을 때는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를 맞는 것은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건물 처마 밑에서 비 맞을 각오를 다지고 있을 때, 눈앞에 밝은 민트색 우산이 펴졌다. 

그날 이후 나는 무채색 옷 대신 색이 있는 옷을 사기 시작했다. 검은 운동화 대신 민트색과 분홍색이 섞여 있는 운동화를 샀다. 내 세상에 있었던 무채색들이 하나씩 거두어졌다. 세상 곳곳에 색이 칠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 사람을 만날 수도 연락할 수도 없게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색깔이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다.

   -Samgim masitda 님의 비 오는 날의 기억 중에서




언젠가 나는 쉬운 말을 하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라면 하지 않는 게 옳다고 생각했었다. 어떤 말이든 진심을 다하고 싶었다.

이제 나는 쉬운 말을 잘한다. 아무렇지 않게 기약 없는 다음을 말하고, 눈앞의 불편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 이런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쉬워진 말만큼 어려워진 마음이 시위하듯 버티고 서 있는 어느 날을 제외하면. 누군가의 쉬운 말에 제멋대로 기대했다 실망하고, 나의 쉬운 말로 누군가의 마음에 빗금을 그은 게 분명한 그런 날들을 제외한다면.

   -유월의 솔 님의 쉬운 말들 중에서




감정에는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이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모든 감정은 자연스럽다. 감정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감정이 될 수도 있고, 나쁜 감정이 될 수도 있다. 질투심이 다른 사람의 성공을 깎아내리려고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고 나의 부족함을 깨닫고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면 긍정적인 감정이 된다. 감정을 인정하고 흘려보내는 데 주력해야 한다.

   -책읽는 리나 님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았던 이유 중에서




언젠가 TV에서 투자 전문가가 하는 말이 "진정한 부자는 단순히 '돈이 많은 사람'을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자는 '경제적 자유를 얻은 사람이다'. 돈의 노예가 되기보다는 돈을 다스리는 주인이 되고 돈으로부터 인생을 속박당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어느 순간 가질 만큼 가졌으면 무엇이든 스스로 멈출 줄 알아야 한다.

끝없는 욕망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삶이란 인생의 또 다른 아름다운 것들을 놓치고 만다. 내 곁에서 늘 같이 있는 사람이 최고로 가치 있는 사람인 줄도 모르게 된다. 그리고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소중한 시간, 아름다운 추억은 만날 수 없다. 그런 삶의 문제는 부족함이 아니라,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족감이다.

   -봄날 님의 인생은 결국엔 늙어서 지난날을 추억 하는 것일 뿐이다 중에서




주변의 추천으로 어울리지 않는 모임에 간 적이 있다. 평소와 다른 차림을 하고 다른 표정과 말투로 몇 시간을 보냈다. 그들과 한 공간에 있음에도 홀로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함께였지만 혼자일 때보다 더 외로웠다. 그 뒤 외로울 때면 타인보단 나에게 집중했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에게 소홀하지 않았나 고민했다. 요리를 해서 가장 맛있는 부분을 나에게 주고 내가 나에게 꽃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렇게 나를 채우다 보면, 채워진 것들이 흘러넘쳐 주변에게 전해졌다. 외로움이 사라지는 순간은 누군가에게 관심받는 순간이 아니라 채워진 나를 베푸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님의 외로움의 역설 중에서




타인의 불행에 완전히 동조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나는 그에게 배우고 싶다. 타인의 슬픔과 아픔 앞에서, 그것이 내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이라도 안도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렇게 타인을 진실되게 위로할 수 있는 인간이 되는 방법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열심히 배우고 싶다. 그렇게 배워서는 사는 동안 한 번쯤, 이 작은 어깨를 내주고 싶다.

   -새봄 님의 타인의 위로 중에서




하나의 타인을 찬찬히 읽어나가다 보면, 보이는 것들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거대한 우주,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세계 안에 유일한 '그'라는 존재를 이루는 셀 수 없는 파편들. 공간도 사람과 비슷하다. 그 한 사람은 곧 그 공간이고, 그 공간에 머무는 것은 어쩌면 아주 잠시, 그 사람을 겪는 것과도 같다.

그렇다면 좋은 사람과 좋은 공간의 공통점은 뭘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머무르고 싶어지는 것'. 오래오래 겪고 싶어지는 한 사람, 그런 공간.

   -새봄 님의 머무르다, 어딘가에 혹은 누군가에게 중에서





*저 혼자만 간직하기 아까운 글들, 나누고 싶은 이야기들의 브런치 명언 모음집. 이번 주제는 타인입니다. 혹시나 자신의 글이 모음집에서 삭제되기를 원하시는 작가님이 있으시면 댓글로 말씀 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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