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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Jun 11. 2022

남자는 왜 변할까

남자가 변하는 이유에 대한 고찰


#1.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고 스무살에 첫 상경을 했을 때, 가장 충격적인 기억은 노숙자를 실제로 본 것이었다. 지방에 있던 20년 동안 한 번도 실제로 본적 없고, 오직 티비로만 봤던 노숙자의 모습을 기차역 등지에서 봤다. 지금도 가끔씩은 본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남자다. 필자는 아직까지 한 번도 여자 노숙자를 본 적이 없다.


#2. 흔히 듣는 중장년층의 부부갈등 소재는 남편이 자꾸만 이것저것 사업을 하려고 하고, 아내는 그것을 말리는 과정이라고 한다. 반대의 경우, 아내가 사업을 하려고 하고 남편이 만류하는 사례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3. 세계에서 남여 성비가 가장 낮은 국가들은 슬라브 민족이 많은 동유럽, 러시아 부분에 몰려있다. 이들 국가에서 남자가 여자보다 평균 15년이나 빨리 죽는 이유는 대부분 술, 호전성, 싸움 등이다.


#4. 최근에 암호화폐 상장폐지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은 20만 명이 넘으며, 남자가 대부분이다. 그중엔 몇천만원에서 몇억까지 돈을 넣었다가 모두 잃은 사람들도 있다.


#5. 과거와 달리 농업 일손이 필요한 시대가 아닌 요즘은 여아선호사상의 시대이다. 많은 부부들이 남자아이는 소란스럽고 말을 잘 듣지 않고 우당탕탕 사고를 친다며 키우기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다. 사춘기의 남자아이는 잊을만하면 동네 아이들과 싸움을 하곤 한다.


#6. 대부분의 여자들이 연애를 하면서 드는 고민은, 남자가 변한다는 점이다. 연애 초반에는 그렇게 잘해주더니 갈수록 귀찮아하고 지겨워하고 그럴수록 초라해지는 자신을 느낀다. 문제는 새로운 남자를 만나더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남자는 다시 초반에만 잘해주다가 시간이 지나면 결국엔 식는다.




남자의 심리를 분석함에 있어서 위의 몇 가지 사례들은 매우 흔하며 주변에서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사실이다. 도대체 남자는 왜 변하는가? 사실 그 대답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700만 년 동안 유전자에 각인된 종족 번식 본능, 그리고 남자와 여자의 생식 메커니즘 차이는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울 정도니깐. 



우선, 남자의 생식은 실패를 전제로 한다. 현존하는 동물들 중에 대부분의 수컷들은 평생토록 암컷은 구경도 못해보고 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유전자를 최대한 많이 퍼트리려는 우두머리 수컷이 암컷이란 암컷은 모두 차지하고 있으니, 보통 수컷은 암컷 근처에 가볼 수도 없다. 그 말인즉슨, 세상 모든 생명체는 '도전적'이고 '우월한' 수컷의 후손이라는 점이다.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문명사회에서 남자로 태어난 순간 본능적으로 아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가만히' 있으면 자신의 후손을 남길 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유전자를 이어가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어떻게든 도전하고 몸을 사리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성취한 성공과 자원이 확보되어야만, 비로소 여자들이 눈길을 줄 것이다.



반면에 여자의 생식은 성공을 전제로 한다. 남자의 정자를 어찌어찌(?) 구하기만 하면 자신의 '확실한' 후손을 남기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즉, 세상 대부분의 여자는 엄마가 되는 데 성공한다. 어떻게든 하고(?) 싶어 하는 주변 남자들은 널리고 널렸으니 말이다. 


이와 비슷하게, 연애를 시작하려면 보통 남자는 온 힘을 다해야 하지만, 보통 여자는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연애하려는 남자들이 줄을 선다. 적극성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고, 오히려 적극적인 것이 가치를 떨어트린다는 통념도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남자와 여자는 다르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물며 같은 사람이라도 태어난 지역, 기후, 종교, 문화 등으로 인해 조금씩 성향의 차이를 보이는데, 남자와 여자는 심지어 '염색체'가 다르다. 물론 그것이 차별로 이어져야 한다는 건 아니다. 차이와 차별을 구분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남자와 여자의 가장 큰 차이는 역시 신체적 구조와 생식 과정이다. 그리고 그것은 심리로 그대로 연결이 된다. 여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이어나가는 원리 그 자체는 쉽지만, 분명한 건 자신의 신체적인 에너지를 상당히 많이 소모하고 (정자와 난자의 영양소 투자의 차이) 엄청난 육체적/정신적 희생이 따른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임신이 어려워진다. 


또한 인간은 여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유난히 수명 대비 유년기간이 길다. 즉, 여자 입장에서는 아이를 낳고도 몇 년을 수유와 육아에 매진하는 동안 경제적인 활동이 어렵기 때문에 남자의 물리적/물질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임신의 기회가 한정적인 만큼 우월한 남자의 정자를 받아야 하는 본능은 말할 것도 없다. 


즉, 여자는 남자의 아이를 낳아주거나 신체적 리스크를 안아주는 대신에, 남자로부터 물리적이고 경제적인 보상을 받기를 원한다. 태생적인 신체적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추가적인 사회적 리스크를 원치 않게 되고, 따라서 도전이나 모험을 할 이유가 없다.



남자는 임신의 리스크는 없지만, 임신으로 가는 과정까지가 가시밭길 그 자체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들은 대부분 실패한다. 남자가 생각하는 이상형이 그냥 예쁘고 착한 여자인 것도 당연한 것이, 안 그래도 성공하기가 어려운데 이상형까지 까다로우면 그냥 대놓고 실패하겠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남자는 그냥 괜찮은 정도의 여자면 대시한다. 어차피 어떤 여자를 만나더라도 자신이 인생이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반대로 여자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남자의 얼굴, 키, 몸매, 패션센스, 매너, 목소리, 재력, 다정함, 유어감각, 대인관계, 사회적 지위 등등 최대한 갖춰져야 눈길을 준다. 여자의 인생은 남자에 의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인생이 풀릴 수도, 아니면 나락으로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지구상 어딜 가나 연애의 결정권은 여자에게 있다. 물론 그 이후의 결정권은 다른 얘기지만.




세상 모든 수컷 동물은 번식에 성공한 수컷들의 후손이다. 즉, 번식에 성공하기 위해 도전적이고 호전적인 성향을 이미 유전자에 박아놓고 태어난다. 이미 성공한 남자들의 전략은 간단하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여자는 남자의 경제력을 최우선시하기 때문에, 남자는 그것을 성취해야만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따라서 실패를 극복하고 어떻게든 뭐라도 성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한다. 하이 리스크는 필연적으로 하이 리턴이라서 최악의 경우엔 서울역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다.


성취욕, 승부욕, 호전성, 도전성, 박력, 근력, 적극성을 모두 합친 단어가 바로 '우월성' 이다. 이는 때때로 부작용을 수반하며 폭력적인 성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히 슬라브 민족들은 길거리에서 주먹을 뻗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여자 입장에서 때때로 혀를 차고 유치하다고 욕을 할 때도 있지만, 그들 스스로도 알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폭력적인 남자보다 더 최악의 남자는 폭력을 실행할 힘도 없는 남자라는 것을.



남자의 유전자에는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는 교리가 새겨져 있기 때문에, 연애를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변한다. 그리고 많은 여자들이 그것에 고민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사실 변하는 건 연애 뿐만이 아니라, 삶의 모든 요소들이지만, 사람 심리상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는 건 배신으로 느끼기 때문에 체감이 훨씬 심하다.



그런 상황에서 여자 입장에서의 해결책이 세 가지가 있다.


1. '우월성'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남자를 만나는 것.

2. '우월한' 남자를 만나되 자신도 같이 변해주는 것.

3. '우월성'의 관점을 바꾸는 것.


물론 선택과 판단은 개인의 몫이다.




남자의 모습은 여자가 결정하고, 여자의 모습은 남자가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결국 서로에게 호감을 줘야 더 높은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상대에게 바라는 이상형과 선호도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는 것이다. 남자는 여자의 경제력에 관심이 없고, 여자는 남자의 순결성 따위에 관심이 없다.


"왜 여자들은 어깨 넓은 남자를 좋아하는 거야? 난 어깨 운동 안 할래. 귀찮아." 라고 해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자기가 스스로 만족하겠다는 데 아무도 말리지 않는다. 다만 어깨 좁은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의 취향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고 인구 비율이 적기 때문에, 어깨 넓은 남자보다 성공할 확률이 떨어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물론 이것은 여자에게도 똑같이 적용이 된다. 결국엔 삶의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




많은 여성분들이 남자가 변하는 것 때문에 고민을 한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남자에 대해서도 고민을 한다. 쉽게 변하지 않고 맨날 집에 있고 현실에 머무르는 남자에게는 막상 이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 


그렇다고 쉽게 변하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만 바라봐주는 남자는 정말 찾기 힘들다. 바람피우는 남자와 매력 없는 남자, 둘 사이에서, 여자들은 평생토록 양자택일의 문제 앞에 놓여있다. 


이런 고민을 하지 않는 남자로 태어난 게 다행이라고 잠깐 생각이 들다가도, 남자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들에 직면하곤 한다. 결국 사람에 따라 고민의 종류만 바뀐 것. 우리 모두는 다들 그렇게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삶이 위대한 것 아닐까. 



-부기.

유튜브에서 동물 다큐멘터리를 많이 보다 보면 이런 알고리즘을 갖는 컨텐츠를 맞이하곤 한다. 다큐멘터리 그만 좀 봐야 할 텐데... 술은 끊었는데 다큐는 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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