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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Aug 06. 2022

아파트 값은 어디까지 오를까

더 큰 바보가 나타나지 않을 때까지


얼마 전 동네 산책을 하다가 오늘은 왠지 처음 보는 길로 가볼까 해서 그냥 무작정 발 닿는 대로 걸었다. 그렇게 걷고 걷다 보니 평소에 멀리서만 봤던 아파트의 입구를 마주했는데, 군데군데 벽도 갈라지고 시멘트도 벗겨지고 생각보다 너무 낡은 실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발코니 내부로 보이는 평범한 빨래 건조대와 어스름한 티비 불빛.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서민의 거주공간이라면 누구나 이런 장면을 연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집을 살건 아니지만, 어쨌든 집에 돌아와서 부동산 정보를 열어봤다. 그래도 궁금한 건 궁금하니깐. 그 아파트는 얼마일까. 많아야 2억? 평수도 작을 것 같은데 1.5억 주고 들어가면 적당하지 않을까?



6억 이었다.






주택을 포함한 세상 모든 물건이 그렇듯, 가격이란 건 '거래'가 있을 때만 정의된다. 거래가 없으면? 모른다. 정의되지 않는다고 (undefined)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새우깡이나 신라면은 1초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거래가 되기 때문에 처음부터 소비자 가격이 아예 찍혀서 나오지만, 집은 그렇지 않다. 같은 아파트라도 층수에 따라, 방향에 따라, 인테리어에 따라, 얼마나 관리되느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심지어 분양가도 조금씩 다르다. 하늘 아래 같은 아파트 호실은 없다.


특정 주택이 거래되는 빈도수는 정말 드물다. 보통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한번 구매한 사람은 적어도 5년, 많게는 20~30년까지 그 집에서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기가 지금 눌러앉아서 살고 있는 집이 얼마인지는 정작 집주인도 모른다. 대신에 같은 아파트에 다른 호실이 현재 얼마에 거래가 되고 있는가에 따라서 (시장 가격) 거래 협상의 기준점이 마련된다. 물론 그것도 절대적이진 않다.


누구나 집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싶어 하기 때문에, 자기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평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아무도 바라지 않는다. 집값을 올리려고 아파트 이름까지 바꾸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만약 한국인의 고통 순위를 매긴다면, 자기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것은 무조건 항상 10위 안에 들어갈 거라 확신한다.






아파트는 정말 드물게 거래되기 때문에 가격을 산정하는 것이 다소 난해하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힌트는 있다. 앞서 말했듯 같은 아파트 단지의 다른 호실의 평균 가격을 보면 자기 아파트의 가치를 간접적으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덧붙여 정부에서 이러저러한 요소들을 감안하여 공시지가, 기준시가, 시가표준액 등을 주기적으로 알려주는데, 그것 역시 실거래가의 근거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집주인에게 기준시가로 파세요, 뭘 그리 많이 남겨먹으려고 하세요, 라고 하면 싸대기를 맞을 수도 있다.


결국 이런 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이고,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따로 있다. 바로 아파트를 매수하려고 하는 사람의 '의지'이다. (보통 금리와 가장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자기가 봤을 때 여기 아파트가 입지나 인프라나 재건축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매수자는 매도자가 높게 올려놓은 호가에 주저 없이 도장을 찍을 것이다. 아무리 구매 가격이 높아도, 누군가 자신의 뒤를 이어 이것을 '더 높은' 가격으로 사줄 거란 '믿음'이 있다면 아파트를 산다.


가끔은 그러한 매수 의지들이 모이고 모여서 어마어마한 폭풍을 밀고 오기도 하는데, 그것이 바로 부동산 광풍, 패닉 바잉이다. 불과 작년까지 있었던 일이다. 매수자들은 매도자들이 올려놓은 호가를 경쟁하듯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려는 엄청난 '의지'를 보였다. 그래서 매도자들은 이득을 극대화하기 위해 호가를 계속 올리고, 그걸 또 매수자들이 받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뜬금없이 집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몇억씩 번 사람들이 수두룩 했다.



하지만 세상에 돈을 버는 사람이 있다면 잃는 사람도 무조건 존재한다. 그게 바로 균형이다. 기준시가를 훨씬 뛰어넘은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가장 돈을 크게 잃는 사람은, 바로 '마지막'에 사는 사람이다. 자기가 산 아파트를 뒤이어 아무도 사주지 않는다면 별 수 없다. 팔려면 호가를 낮춰야지. 사는 사람이 없으니 가격은 수직 하강한다. 이것을 속칭 '더 큰 바보 이론'이라고 한다. 더 큰 바보가 나타나지 않으면, 자기가 바로 가장 큰 바보이다.


아니, 재개발 될 때까지 버티면 결국 오르지 않겠어? 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일리는 있다. 하지만 그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인간의 수명은 물리적 한계가 있다. 은마아파트 재개발 축하 공연에 원로가수 아이유를 보는 건 너무 먼 미래이다.






기준시가를 한참 뛰어넘는 가격에서 아파트 매매 거래가 이루어진다는 건, 기본적으로 자신의 뒤를 이어서 이것을 구매해 줄 '더 큰 바보' 를 감안하고 구매를 한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주식은 어떨까? 주식 가격도 영원히 오를 수는 없으니 더 큰 바보를 기다려야 하는 걸까. 


주식도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기준이 되는 가격이 있다.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PER (price-earning ratio), 즉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이다. PER 가 높으면 거품이고, PER 가 낮으면 앞으로 오를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런데 사람들은 PER 가 높은 주식을 구매하는데 별로 거리낌이 없다. 얼핏 신기하지만 주식과 아파트의 근본적인 차이를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아파트는 갖고 있으면 계속해서 돈이 나간다. 살 때는 취득세, 갖고 있으면 보유세가 나가고, 정기적으로 관리비도 계속 나간다. 만약 주택을 구매하고 거기에 거주하지 않는다면 그건 돈먹는 하마일 뿐이다. 만약 구매를 했다면 임대를 주든지 자기가 살든지 뭘 하든 해야 한다. 공실로 남겨두는 건 최악이다.


하지만 주식은 갖고 있으면 돈이 들어온다. 바로 배당금이다. 요즘은 주식 평가이익에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그렇지, 원래 주식의 목적은 투자를 통해 거두어들이는 배당수익이다. 주식을 오래 보유할수록 배당수익은 거기에 비례해서 계속 들어오게 된다. 또한 거의 변하지 않는 아파트 기준시가에 비해, 주식의 PER 는 하루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변한다. 그만큼 거래가 활발하다. (물론 주식도 관리비에 해당하는 운용보수가 있지만, 배당수익에 비해 매우 적은 비율을 갖는다) 


본인이 투자한 기업의 실적이 우수하고, 앞으로도 잠재력이 충분하다면 앞으로 자신이 가진 주식을 사줄 사람은 충분하다. 갖고 있기만 해도 꼬박꼬박 배당을 준다는 매력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없다. 우량주를 사는 건 바보가 아니다. 단지 타이밍의 문제일 뿐이다.


몇 년에 한 번 거래가 있을까 말까 한 아파트와는 달리, 주식은 하루에도 수백번 수천번의 거래가 일어난다. 뒤이어 사줄 사람이 없는 경우는 부도직전의 회사 밖에 없다. 그마저도 ETF 를 사면, 그런 하한가의 위험도 거의 없다. 그래서 부자들은 자산을 저장하는 데 있어서 부동산만큼이나 주식(펀드)을 중요시한다.



OO콜라 주식은 평생 팔지 않겠다.

-워렌 버핏



-결론 

1. 우량한 주식은 꼬박꼬박 적립식으로 구매 걸어두고 잊어버리면 된다.

2. 집을 사놓고 잊어버리면 큰일난다. 공실을 피하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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