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타기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에서 대부분의 개인투자자(개미)는 왜 잃기만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 그리고 그에 대한 원인 분석은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을 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큰 3가지 이유.
1. 인내심이 없고 조급하다.
2. 분위기에 쉽게 휩쓸린다.
3. 자산분배를 하지 못한다.
그중에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자산분배를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건 1,2번의 결과로 나타난다고도 볼 수 있다) 흔히 말해 한 종목에 '몰빵'을 하는 것.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상남자답게 야수의 심장으로 몰빵으로 전재산을 집어넣고... 대부분 물려있다.
이런 태도의 결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손절이냐? 아니면 원금회복까지 기다리냐? 수익이 난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다. (마음이 뜨끔하신 분들이 많으리라)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류가 있다. 아무리 눈을 씻고 열린 마음으로 보려고 해도 쉽지 않은 유형. 바로 한 종목에서 수천만원씩 손해를 보는 사람들이다. (혼자 부동산하니?)
뉴스나 인터넷 게시판, 커뮤니티 등등에서 흔히 나오는 사례가 있다.
-OO종목 물렸어요... 마이너스 천만원.
-쏘나타 한대 날렸네요. (약 3천만원 손해)
-저는 제네시스요. (약 5천만원 손해)
사실 주식이란 게 기업의 근본 내재가치에 기반한 가격 구조를 갖기 때문에, 상장이 된 지 일정 시간이 지난 기업의 가격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특히나 요즘엔 이러한 기업들의 묶음, ETF 거래가 많기 때문에 더더욱 가격 변동성이 크지 않다.
즉, 몇 개월 정도의 시간 흐름에선 많아야 플러스 마이너스 10~20% 정도 선에서 가격이 변화하는 종목이 대부분인데, 몇천만원을 잃었다는 건...
도대체 투입 금액이 얼마였단 소리야?
가볍게 추론을 해보자. 한 종목에서 쏘나타 한 대 잃은 사람 (마이너스 3천만원) 의 수익률이 -30% 라고 하면 초기투자금은 1억원이 되고, -50% 라면 초기투자금은 6천만원이 된다.
말 그대로 한 종목에 거의 1~2년 연봉을 들이부은 셈이다. 이건 투자가 아니다. 도박이다.
사실 한 종목에 수천만원을 넣은 사람이 처음부터 한꺼번에 그만한 금액을 전부 넣지는 않았을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 사람은 다시는 주식에 얼씬도 하면 안 되는 사람이다)
나름 분할 매수를 한다고 처음엔 조금씩 넣어보다가, 떨어지면 조금 더 넣고, 또 밀리면 더 넣고... 등등 이런 식으로 평단가를 낮춰가면서 때를 기다렸을 텐데... 문제가 '때'가 너무 오지 않는다는 것. 도무지 오를 생각이 없어 보이는 주식을 손절하고 포기할까 매일 고민을 할 것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을까? 바로 '원칙'을 세우지 않아서 그렇다. 포트폴리오를 짤 때, 자신의 여유자산 중에서 주식엔 몇 퍼센트, 채권엔 몇 퍼센트, 펀드엔 몇 퍼센트, 다른 곳엔 몇 퍼센트... 등등 이런 식으로 비율을 정해놓고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는데, 단순히 종목의 수익률을 위한 평단가를 낮추겠다는 일념에만 사로잡혀서 정작 가장 중요한 분산투자를 전혀 하지 못한 것이다.
투자를 할 때는 전체 여유자금 중에서 주식 비중, 그리고 그 안에서 개별 종목의 최대 비중을 처음부터 세우고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사람 마음이라는 게 '평단가'를 낮추는데만 온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매일매일의 수익률이 현재의 '거래가'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밀렸네? 더 사야지, 아싸! 평단가 낮아졌어, 손실률 낮아졌어", 이렇게 자기 위안만 하게 되는 것이다. 분명한 건, 물타기를 하면 손실률은 낮아지더라도 계속 밀리는 상황에선 전체 손실액이 더 커지게 된다는 점이다. (투입금액이 커졌으니 당연한 일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수익금(손실금)이지 수익률(손실률)이 아니다.
예를 들어, 100만원을 넣은 상태에서 -20%는 20만원 손실이지만, 천만원을 넣은 상태에서 -10%는 100만원 손실이다. 수익률 퍼센트는 그저 비율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건 수익 금액 그 자체이다.
그러면 이렇게 질문할 수도 있다. "천만원에 +10% 하면 100만원 버는 건데, 만약 100만원만 넣으면 +20% 라도 20만원밖에 못 버는 거 아닙니까?"
물론 종목 하나에 대해서는 그렇게 된다. 하지만 천만원을 100만원씩 10군데로 나눈다면 어떨까? 물론 10개가 다 오르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5개 오르는 수익을 먹고, 나머지 5개를 기다리는 동안, 앞서 먹은 5개의 이익으로 다른 곳에 재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 밀렸던(잊고 있었던) 5개도 언젠가는 올라온다. 누구나 다 아는 분산투자의 기본 원칙이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은 너무 유명해서 따로 설명을 할 필요조차 없다. 자산배분은 모든 투자의 시작이자 끝이다. 하지만 요즘은 한 종목 몰빵을 넘어서서, 아예 레버리지 상품까지 수두룩하게 나오고, 투자자들을 매일 유혹한다. "여기 들어오세요, 큰돈을 벌 수 있어요", 라고 하면서.
분명한 건 레버리지 투자는 계란을 한 바구니 정도가 아니라 한 손바닥 위에 올려두는 것과 다름이 없다. 분산투자의 완전한 '반대'의 개념이며,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모든 계란이 한꺼번에 쉽게 부서질 수 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이런 운에 맡기는 건, 자신에게 너무나 가혹한 행위가 아닐까.
워렌 버핏이 말하는 주식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두 가지가 있다.
1. 절대 돈을 잃지 말라.
2. 첫번째 원칙을 항상 잊지 말라.
-워렌 버핏
이것을 실행하기 위해선 당연히 분산투자, 자산배분이 필수적이다. 물타기에 한계선을 그려두는 원칙, 그것이 잃지 않는 방법이다.
돈을 잃지 않으면 돈을 번다. 간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