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 모임에서 대화를 하거나, 또는 이성과 함께 있는 모임에서 남자들의 행동을 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다 기본적으로 허세를 (허풍, 잘난 척, 과시)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물론 필자도 마찬가지다.
세상에 왕년에 잘 나가지 않은 남자는 없다. 모두 다 왕년에 돈 많이 벌어봤고, 나 없으면 회사 안 돌아갔고, 여자 많이 만나봤고, 동네에서 한 주먹 했으며, 17대 1로 싸워봤다... 등등 허세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남자는 왜 허세가 많을까"에 대한 가장 직관적인 대답은 "여자들은 허세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가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진화론, 자연선택설이다. "여자는 왜 내숭이 많을까"에 대한 대답이 "남자들은 내숭 있는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처럼.
신이 생명체를 설계할 때 가장 먼저 한 일은 수컷과 암컷의 생식 메커니즘을 다르게 설정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남자를 포함한 자연계의 수컷들은 가임기 없이 평생 교미가 가능하며, 밤이든 낮이든 무슨 날이든 무슨 요일이든 아무 때나 가능하다. 정자는 무한히 생성되고, 나이에 따라 번식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도 않는다. (오히려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는 견해도 있다)
반대로 여자를 포함한 자연계의 암컷들은 가임기가 있고, 주기성을 갖는 특정한 날에만 임신이 된다. 게다가 낳을 수 있는 아이의 수도 정해져 있다. (인간의 경우 1년에 한 명, 평생 5~6명 내외) 난자의 수도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고, 성적 매력은 소모성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번식 능력은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남자의 '씨앗 뿌리기' 본능처럼, 여자에겐 '좋은 씨앗 찾기' 본능이 있다. 기회가 한정적인 만큼 최대한 우수한 남자를 찾아야 한다. 남자를 보는 눈도 높고, 만족해야 하는 조건도 까다롭다. 시원찮은 남자랑 하느니 그냥 안 하고 말지.
수컷 입장에서 자신이 무한정 가능하다는 말은, 경쟁자인 다른 수컷들 또한 무한정 가능하다는 말이 된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수컷 하나가 수백 마리의 암컷들과 관계를 갖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게다가 이미 임신한 상태인 암컷은 다른 수컷과 교미하지 않는다. 즉, 수컷은 가만히 있으면 경쟁 수컷들에게 기회를 모조리 빼앗기고 만다. 반면에 암컷은 가만히 있어도 경쟁 암컷들에게 기회를 뺏기지 않는다. '우수한' 수컷이 하나만 있어도 거기서 무한히 생성되는 정자를 나눠 가지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컷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많이 먹어서 힘을 키우고, 다른 수컷들과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좁은 사육장 안에 수컷 쥐 10마리와, 암컷 쥐 10마리를 함께 넣어두면 암수 10쌍이 각각 짝을 맞춰 사이좋게 짝짓기를 할까? 전혀 아니다. 수컷 쥐 10마리 사이에선 전쟁이 난다. 피 튀기는 경쟁 속에 살아남은 극소수의 수컷만 다수의 암컷들과 교미할 것이다. 물론 그것이 암컷들 입장에서도 이익이다. 그 수컷이 '좋은 씨앗'이라는 증명이 되니깐.
분명 수컷 쥐 10마리와 암컷 쥐 10마리, 이렇게 수를 맞춰놓아도 왜 전쟁이 나는가? 수컷은 번식이 '무한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파트너 암컷 말고도 다른 암컷과 추가적인 관계를 가진다면 그 암컷 역시 자신의 유전자를 이을 '가능성'이 생긴다.
반대로 자신은 자신의 암컷 하고만 교미했는데, 다른 수컷이 홀연히 나타나 자신의 암컷과 몰래 교미한다면 자신의 유전자는 소멸될 가능성이 생긴다. 그건 분명히 손해다. 그래서 수컷은 최대한 많은 (새로운) 암컷들과 교미하기 위해 목숨을 건다. 인간 세계의 남자들은 '언제나 하고 싶어 한다'는 말이 이런 맥락과 일치한다. 무한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수많은 남자들의 바람 문제를 야기한다)
수컷들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전쟁을 벌이지만, 암컷들은 경쟁이 거의 없다. 안전하게 후손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잘 보존해야 하는 측면도 있고, 앞서 말했듯 우수한 수컷 역시도 번식이 '무한정'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수컷 하나가 생산하는 정자의 수는 차고 넘친다. (다만, 인간 사회의 경우 일부일처제이기 때문에 여자들도 꽤 경쟁을 해야 한다.)
수컷들이 서로 경쟁한다는 말은,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한다는 말이 된다. 경쟁에서 패배한 수컷은 후손을 잇지 못하고, 승리한 수컷들만 유전자를 남긴다. 가만히 있어도 후손을 생산할 수 있는 것과(암컷),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건(수컷), 동기부여의 차원이 다르다.
700만년 인간 사회가 그동안 남성 중심으로 건설되고 발전해 온 이유가 이것으로도 설명이 된다. 새로운 일에 뛰어들고, 위험을 감수하고, 용맹하게 도전하는 일은 대부분 남자들의 몫이다. 남자의 삶 자체는 경쟁이고, 처절하게 싸우고, 투쟁하고, 올라가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성공한다면 수많은 보상과 여자들의 선망이 자연스레 따라오기 때문이다.
문명의 발전은 많은 편의를 이루어냈지만, 여자 입장에서 좋은 남자를 찾는 건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예전처럼 남자들이 콜로세움 안에 들어가서 죽도록 싸우는 것도 아니고, 전쟁을 쉽게 일으키는 것도 어렵다. 전 국민을 상대로 피지컬100 같은 경쟁 대회를 개최하기도 사실상 불가능이다.
그러면 답은 하나뿐이다. '간접적인' 증거들을 통해 이 남자가 좋은 수컷인지 끊임없이 확인하는 것이다. 남자의 스타일, 평소 말투, 인간관계, 사회적 지위, 옷차림, 자차나 자가 여부 (융자 여부) 등등을 은근슬쩍 질문을 통해 알아내려고 한다. 남자에 대해 최대한의 정보가 필요하다. '좋은 씨앗'을 찾는 건 분명한 여자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수컷들의 특징은 경쟁 속에서 더욱더 빠르게 발전한다는 점에 있다. 남자들은 대놓고 허세를 부리는 게 아닌, 은은하게 자신을 어필하는 기술을 터득하기에 이르렀다. 즉, 허세를 '잘' 부릴 줄 아는 남자들이 결국 여자의 선택을 받게 된다. 자신이 현재 가진 것보다 높은 계급을 가졌다고 여자들을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기 때문에, 남자들은 허세가 많다. 자신이 강한 남자이며, 좋은 씨앗이라고 여자들에게 끊임없이 어필하려고 한다. 나쁜 남자는 어찌어찌 용서가 돼도, 못난 남자는 용서가 안 되는 게 여자의 마음이니깐.
옛날 원시시대에 두 명의 남자가 있었다.
첫번째 남자는 "사슴 10마리를 잡으려 했는데, 9마리는 놓치고 한마리만 잡아왔어" 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두번째 남자는 "사슴 10마리 모두 잡을 수 있었는데, 들고 오기 무거울까봐 일부러 한마리만 잡았어" 라고 말했다.
여자는 두번째 남자를 택했다. 사슴 한마리를 잡아온 사실은 똑같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