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어릴 때, 어른들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 남자는 평생 딱 세 번만 운다고.
-태어날 때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나라가 망했을 때
주변 어른들에게서도 듣고, 티비에서도 나오고, 심지어 학교에서도 들었던 것 같다. 남자는 자고로 이래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고정관념이지만, 당시의 사회 통념에선 당연한 덕목으로 인식되었다. 물론 그러한 사회적 시선이 지금 시대, 2023년에도 완전히 없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필자는 속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들은 굳이 타인의 얘기에 크게 관심이 없을뿐더러, 말을 유창하게 하는 재주도 없다. 당연히 상대방 입장에서 지루한 얘기를 주저리 늘어놓고 싶지 않다. 세상에 안 힘든 사람이 어디 있어?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생각으로 웬만하면 좋은 이야기 위주로 대화를 이어간다. (가끔씩 반려자가 이에 대해 서운해하곤 한다)
사실, 누구에게나 삶의 고충이 있고, 어두운 면이 있고, 고민이 있고, 아픈 과거가 있고, 현실의 힘듦이 있으니깐 굳이 요란법석 떠들고 싶지 않다는 건 표면적인 이유이고, 사실 본심은 남자가 '고작' 이런 일에 힘들어한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것에 있다. 어찌 보면 남자는 평생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는 지속적인 가스라이팅이 성공적으로 통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 삼십 대의 나이에서 중년의 얘기를 하는 게 조금 조심스럽지만, 흔히들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들이 우울증을 겪을 때 주변에 털어놓지 못해서 더 힘들어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안다.
일례로, 남편이 바람을 피우면, 아내는 (동성)친구들에게 남편의 바람에 대해서 다 털어놓는다. 그러면 아내 친구들은 아내를 위로해 주고, 마음을 다독여주고, 같이 남편 욕을 해준다.
하지만 아내가 바람을 피우면, 남편은 본인의 친구들에게 아내의 바람에 대해서 절대로 털어놓지 못한다. 예상되는 반응이 너무 뻔하기 때문이다. "야, 네가 시원찮게(?) 했으니 제수씨가 바람나는 거 아냐. 형편없는 놈."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대개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남자는 우울해도 갈 곳이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속으로 삼킨다.
남자는 왜 힘든 것을 내색하지 않는가? 왜 항상 가오(?)를 잡고, 센 척을 하는가? 왜 뭐든 괜찮다고 하는가? 왜 별거 아니라고 호탕한 척하는가? 왜 아무렇지 않은 척, 쿨한 척하는가?
이런 본질적 궁금증의 대답은 사실 간단하다. 여자는 힘들다고 징징(?)대는 남자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여자가 사소한 것에 서운해하거나 투정을 부리면 남자는 달래주지만, 남자가 똑같이 그런다면 여자는 어이없어하고 십중팔구 떠나간다. 남자가 되어가지고 쪼잔하게 말이야.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어떤 여자에게나 이상형을 물어볼 때 꼭 나오는 대답이 두 가지가 있다. 키 큰 남자와 듬직한 남자. 즉, 그러니깐,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강한 남자를 원한다. 생명체의 본질적 입장에서 봤을 때, 사실 너무 당연한 대답이고, 따로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렇듯 인간 남녀의 행동 양식은 대부분 서로의 선호에서 온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잘 내조하고, 자신의 아이를 건강하게 낳고 길러줄 수 있는 건강한 여자를 원한다. 이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여자들은, 열과 성을 다해 본인을 꾸미고, 미용과 화장에 힘쓰고, 예쁜 옷을 입는다. 이렇듯 남자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 꼭 갖춰야 할 여자의 모습은 주로 외형적인 부분(외모)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지혜로움, 똑똑함과 같은 내재적인 부분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여자는 본능적으로 자신을 잘 지켜주고,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신과 아이들을 듬직하게 지켜줄 수 있는 강한 남자를 원한다.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남자들은, 어떻게든 자신이 남자답고(마초적이고), 터프하고, 사소한 거에 신경 쓰지 않고, 포부가 크며, 주체적인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어필한다. 이렇듯 여자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 꼭 갖춰야 할 남자의 모습은 주로 내재적인 부분(행동)에 집중되어 있다. (그래도 최소한의 꾸밈은 하고 다니자)
이렇듯 남자는 시각에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에 여자는 시각적으로 어필을 하고, 여자는 감정에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에 남자는 행동으로 어필을 한다. 이건 누가 시켜서 되는 게 아니다. (사랑을 받는 데 있어서) 이런 과정들이 본인에게 유리하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싶어 한다. 사랑을 성취하기 위한 과정이 남녀에게 다른 것일 뿐이다. 그래서 아내에게 사랑받고 싶은 남자들은 오늘도 회사에서 있었던 스트레스를 그저 퇴근길 편의점 맥주 한 캔에 묵묵히 녹여내곤 한다. 아내가 뭐 힘든 거 없어?라고 물어도 다 괜찮다고 한다.
여자는 남자에게 공감받고 보호받고 힘을 받고 싶지만, 남자는 여자에게 존경을 받고 싶은 존재이다. 약하고, 힘들어하고, 쉽게 우는 남자를 존경할리가 없지. 그래서 남자는 평생을 참고, 인내하며 살아간다.
만약 남자 입장에서 어떤 여자가 날 너무 좋아하는데 그게 부담스럽고 거리를 두고 싶으면, 그러니깐 그 여자가 날 좋아하지 않게 만들려면, 이것 하나만 하면 된다. 속에 있는 모든 걸 털어놔라. 힘들다고 울고, 투정 부리고, 있는 그대로 모두 말해라. 그러면 십중팔구 그 여자는 떠나가게 될 것이다.
반대로 어떤 여자와 잘 되고 싶다면, 절대로 어떤 상황에서도 나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라.
-어느 유튜버의 남녀관계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