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회기역을 지나다 보면 수많은 사람들을 보게 된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가끔씩 그들의 일상을 생각해 본다. 대학생, 직장인, 아이들, 상인들, 버스기사님, 택시기사님, 어르신들, 퇴근길에 돼지갈비 집에서 소주 한잔 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식당 아주머니들. 누군가는 누군가를 참 좋을 때다, 하면서 바라보고, 그 누군가를 또 다른 누군가가 참 좋을 때다, 하면서 바라본다.
회기로 향하던 쓸쓸한 플랫폼에서, 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노래 제목이 종로인 것에 놀랐던 기억이 한참 오래전이다. 다른 건 몰라도 노래는 그 순간을, 찰나를 영원으로 만드는 힘을 지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청 앞 지하철 역에만 가면, 광화문에만 가면 그 노래가 생각나는 것처럼. 그 노래를 들으면 주변 사람 모두가 청춘인 것처럼 느껴진다. 모든 소년 소녀는 노인이 되고, 모든 노인은 소년 소녀가 된다.
한동안 마음이 번잡할 때가 있었다. 이런저런 강연들을, 좋은 책들을 찾아보고, 심신에 안정이 되는 음식들을 먹고, 사람들을 많이 만날 때도 있었다. 그다지 많은 효과가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주어지는 일상을 열심히 살면서 가끔씩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마음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을 바로 회기역 풍경이 말해주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멍하니 사람들을 보면 잊혀져있던 답이 떠오를 때가 있다. 일이 안 풀릴 때는 그것 역시 신의 뜻이라고, 모든 건 새옹지마라고, 이번 일 때문에 결국 또 다른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믿음이다.
결국 세상 모든 감정은 언젠가는 희미해질 것이고, 화낸다고 현실이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다. 모든 일이 내 계획대로, 내 뜻대로 되어야 한다는 법은 절대 없으며, 그것을 기대해서도 안될 것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디폴트니깐.
모든 것은 순리가 있고, 의도와 다른 현실에서 오히려 더 큰 가치와 더 나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끄러움이 뭔지 알고, 결코 부끄럽지 않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결론은 더 좋은 쪽으로 이끌려 나아갈 것이라는 믿음으로 소중한 하루하루를 긍정적인 감정으로 채워나간다.
그 옛날 부처님의 말씀처럼, 모든 답은 이미 내 안에 있다. 모든 답은 모든 사람 안에 있다.
초록의 계절에, 회기역에서, 그리고 브런치 3주년을 자축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