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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Aug 26. 2024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마

2024년 여름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던 올해 여름도 끝이 났다. 물론 아직 덥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정해놓은 시간의 기준선을 넘어, 계절이 가을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와이프랑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내가 옛날 얘기를 많이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있다. 예전 여름은 이랬었는데, 여기 예전에 왔을 땐 그랬었는데, 그러다 이 모든 게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하기 때문이라는 것 역시 깨닫게 된다.


순간이 행복하든, 설령 그렇지 않든, 매년 시간은 같은 방향과 속도로 흐른다. 좋은 일은 좋은 일대로, 그렇지 않은 일은 추억의 이름으로 안타깝다. 언제부턴가 뭐가 좋은 일이고 뭐가 나쁜 일 인지 구분도 어렵다. 그래서 결국엔 모든 게 안타깝다.




10여 년 전, 대학생 때 통장 잔고는 대부분 10만원에서 많아야 100만원이었다. 과외 월급날을 기다리면서 친구들이랑 허름한 분식집에서 낡은 양은 냄비에 라면 먹으며 이런저런 쓸데없는 얘기 떠들곤 했지. 가끔씩은 친구 자취방에서 컵라면 국물만 가지고 소주를 들이키곤 했다. 그땐 뭐가 그렇게 즐거웠는지 모르겠다. 바람만 불어도 재미있는 시간이었다는 것을 요즘 길거리에 교복 입은 학생들을 보면서 회상한다.


얼마 전 모교에 다시 방문을 했다. 그리고 학교 다닐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 선배들과 저녁 식사도 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지만, 기억의 가중치는 여전히 아름다운 그때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 이제는 수억짜리 아파트에 살면서, 상시 통장 잔고 천만원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우리지만, 그래도 그때가 더 재밌었다는 사실에 아무도 반박할 수가 없다.




2024년 무더운 여름, 새로운 집 계약을 하는 날에 주인아주머니가 말했다. 


"어머, 신혼생활 정말 너무 좋을 때에요."


아주머니도 나도, 우리 모두는 지나간 여름을 안타까워하고 있었구나. 



어느 가수가 말했듯, 기억은 가슴속에 남을 거고, 사라지지 않고 함께 일 거고, 살랑이는 바람, 햇빛, 새벽, 흘러가는 시간 모두 다 우리 것일 테니, 이제는 너무 안타까워하지 말길,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래본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내년 여름을 기다리며, 짧아서 낭만적인 한 여름밤의 꿈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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