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클러치는 언제 밟는 건데?

by Forest Writer


포털사이트에서 '클러치'를 검색하면 가방 쇼핑몰 사이트가 가장 먼저 나온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가방들이 참 종류가 많다. 그렇게 한참을 스크롤해서 내려가야 드디어 백과사전에 내가 생각하는 기계 용어로의 클러치가 있다. 설명은 그리 친절하진 않다. 사람들이 자주 들어가지 않는 페이지가 확실하다.


트럭도 자동변속기를 쓰는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들이 기계 분야에서의 클러치를 알지 못하는 게 이상한 건 아니다. 가끔 지인들을 차에 태우면 운전석 아래쪽에 페달이 3개가 있음을, 그것도 왼발 쪽에 하나가 있음을 신기하게 여기기도 한다. 그들의 눈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클러치는 언제 밟는 건데?



1. 시동걸 때 밟는다.

차에 올라타서 가장 먼저 밟는 페달이 클러치다. 일단 클러치를 밟아야 시동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은 클러치-브레이크를 양발로 각각 밟고 차키를 돌려서 시동을 건다. 계기판에 경고등이 모두 꺼지면 그때 페달을 놓고, 약 30초 정도 기다렸다가 사이드를 내리고 출발한다.


2. 출발할 때 밟는다.

차가 출발하기 위해서는 기어를 넣어야 하기 때문에 먼저 클러치를 밟고 기어봉을 1단 위치로 옮긴다. 그러고 나서 슬슬 클러치를 떼면 (동력을 연결) 차가 앞으로 간다. 만약에 언덕길을 올라가거나 빠른 출발을 할 때에는 엑셀을 밟으면서 클러치를 뗀다. 이때도 마찬가지로 클러치는 천천히 떼야한다.


3. 기어를 올릴 때 밟는다.

기어가 들어간 상태에서는 클러치를 밟으면 동력 전달이 끊기고, 떼면 동력이 전달되는 구조이다. 1단에서 2단으로 변경하고 싶으면 일단 클러치를 밟아서 동력을 끊고, 그 상태에서 기어봉을 2단으로 옮긴다. 그러고 나서 클러치를 떼면 2단 모드로 차가 주행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기어를 올린다는 말은, 같은 바퀴축 회전수에서 바퀴축 반경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어가 들어간 후에 엔진 회전수도 어느 정도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어를 올리려면 일단 엑셀을 밟아서 엔진 회전수를 올려놓은 다음에 변속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견인력이 확보되지 못해 엔진이 꺼질 수가 있다. (기어를 한꺼번에 두 칸씩 올리는 것도 마찬가지의 위험이 있다) 특히 오르막에서 업변속을 할 때는 엑셀을 많이 밟은 다음에 해야 차가 힘을 받아서 올라갈 수 있다.


4. 기어를 내릴 때 밟는다.

고단 기어일수록 속도는 빠르지만 견인력이 약하기 때문에, 도로 흐름에 따라 속도가 줄어들면 기어도 내려줘야 한다. 즉, 기어는 각각의 단수마다 최소한의 운동관성(속도)이 확보가 되어 있어야만 차를 앞으로 밀어낼 수 있다. (시내 정체구간에서 3,4단 넣고 아무것도 안 밟고 가다 보면 자연스레 차가 푸다닥 덜덜덜 거리면서 꺼진다)


앞선 항목과 마찬가지의 원리로, 다운변속할 때는 엔진 회전이 증가하기 때문에 변속 충격 완화를 위해서는 중립 상태에서 엑셀을 밟아서 미리 엔진 회전수를 올려준 다음에 클러치를 떼야한다. 즉, 클러치 밟고-기어 내리고-엑셀 밟았다가 떼고-클러치를 뗀다. 조금 귀찮긴 하지만 이걸 안 하면 동승자에게 볼짝 스매싱을 맞을 수도 있다.


5. 제동을 할 때 밟는다.

앞차가 멈추거나 신호가 빨간색일 때는 먼저 브레이크로 속도를 적당히 줄이고 rpm 도 적당히 떨어졌을 무렵부터 클러치도 같이 밟는다. 그다음에 기어봉을 중립으로 옮겨 놓는다. 기어봉이 중립 상태이면 클러치는 밟든 밟지 않든 상관없이 똑같이 동력이 끊긴 상태이다. 그래서 그때부터 클러치는 놓고, 브레이크만 밟고 있어도 된다.


수동과 자동변속기의 가장 큰 차이가 바로 이 '제동' 과정에 있다. 자동변속기의 경우 가속과 제동 모두 다리를 벌린 상태에서 하지만, 수동의 경우 제동을 하려면 다리를 모을 수밖에 없다. 가속과 제동 과정이 아예 처음부터 다리 모양부터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초보라도 혼동을 할 수가 없는 구조이다.


6. 시동을 끌 때 밟는다.

시동을 켤 때와 마찬가지로 끌 때도 클러치가 필요하다. 먼저 사이드를 올리고, 클러치-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차키를 돌려서 끈다.



그 외에는 클러치를 밟을 일이 거의 없으며, 기어가 들어간 상태에서는 그냥 자동변속기 차랑 똑같다. 정상적인 주행모드에서 클러치를 밟게 되면 동력 전달이 불완전하여 클러치디스크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클러치는 쉽게 밟히지 않도록 무겁게 설계되어 있다. 그래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운전환경에서 특히 수동 운전이 피곤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계속해서 클러치-브레이크 제동과 변속, 출발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왼 무릎에 부담이 상당하다.


수동차는 주인을 알아본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언덕을 출발할 때 반클러치를 어느 시점에서 놓아야 하는지, 어느 정도로 rpm을 올리고 업변속을 해야 하는지, 감속했다가 다시 출발할 때 다운변속이 필요한지 아닌지, 현재 속도에서는 몇 단에서 기본 주행(아무것도 안 밟고 가기)이 가능한지를 운전자가 실시간으로 판단해야 한다. 익숙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운전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 온몸으로 차를 느낄 수 있고 적응된다. 말로 풀어쓰기는 복잡해 보이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사실 진짜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시동 몇 번 꺼먹고 말타기 몇 번 하고 나면, 아 이렇게 하면 안 되는구나, 하는 깨달음이 다가온다. 그렇게 조금씩 차의 '주인'이 된다.


이런 면 때문에 수동 오너들은 자기차에 대한 애착이 굉장히 강하다. 거의 반려동물 수준의 대우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온전히 나의 명령에만 충실하며 남이 쉽게 조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동의 느낌은 차 종류마다 모두 다르고, 같은 차라도 관리 상태에 따라 차의 평소 습관이 다르다. 차를 도난당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정차구역에 차를 잠깐 대고 편의점에 다녀와도 아무도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운전한다면 출발도 못할뿐더러 50미터마다 한 번씩 시동이 꺼질 것이다. (예전에 한번 점검받으러 서비스센터에 갔을 때 베테랑 정비사님도 내차를 픽업하다가 시동을 꺼먹는 모습을 봤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특히나 첫차인 수동차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다. 이제 단종돼서 나오지도 않는다. 중고로 팔 수도 없다. 첫 주인이자 마지막 주인이 나 자신이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밥(기름)이랑 반찬(오일), 물(냉각수), 옷(소모품), 장난감(편의용품), 그리고 관심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생각이다.


몇십만 킬로까지 탈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함께 건강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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