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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Writer Sep 20. 2021

한숨 쉬면 비로소 들어오는 것들


힘이 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땐 한숨을 쉬게 된다. 마치 내 얼굴 앞의 무언가의 존재에게 기를 모아 분노를 표출하는 듯 뭉쳐진 거친 공기를 빠르게 내뱉는다. 그러면 내 안에 붙잡혀있던 어떤 불편한 것이 깨끗한 하늘 속으로 중화되는 것 같은 기분을 받는다. 몸이 편안해진다.


사람은 마음이 불안하면 다리를 떨게 되어있고, 화가 나면 한숨을 쉬게 되어있다. 부정적인 마음이 클수록 동작도 매우 크게. 


다리를 떨면 순환계가 정화되고, 한숨을 쉬면 호흡계가 정화되게 인체는 설계되어 있다. 어쩌면 외부의 부정적인 자극에 대한 우리 몸의 면역 반응은 오랜 시간 학습을 통해 생각보다 꼼꼼히 잘 만들어져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많은 시간 동안 우리는 다리를 떨면 또는 한숨을 쉬면 복이 나가느니, 하는 등의 절제의 미학만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우리 몸은 감정에 절제하지 말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제발 있는 그대로, 몸이 시키는 대로 그대로 맡기라고.




비워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했다. 공기를 비워내면 새로운 깨끗한 공기가 들어올 공간이 많아진다. 비우는 것은 비움 그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새로움을 맞이하는 것을 위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운동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운동은 공기를 내쉴 때 진짜 운동이 된다는 것을. 


우연의 산물일까.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고, 상대적으로 공간은 점점 비워지고 있다. 새로운 별들을 가지기 위해서는 자신을 끊임없이 비워내야 한다는 것을 우주도 알고 있는 듯하다. 어쩌면 비우지 않고 가지려 하는 존재는 우주 속에 인간뿐이라는 쓸데없는 생각도 하게 된다.


힘이 들 때는 한숨을 크게 내쉬기로 했다. 가급적 큰 동작으로, 마음의 평안과 새롭게 다가올 긍정적인 에너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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