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차에서 라디오를 듣다가 DJ 와 게스트가 만담을 하는 방송을 우연히 듣게 되었다. 보통은 거의 노래와 사연 위주의 잔잔한 방송을 듣는 편인데, 그날따라 채널 설정을 잘못했는지 프로그램이 바뀌었는지는 몰라도 뜻밖의 토크쇼를 듣게 되었다. 남자 둘이서 하는 흥미로운 연애 얘기에 나는 귀를 쫑긋 기울였다. 오늘의 주제는 내 애인의 이성친구 이야기.
DJ: OO 씨는 연애할 때, 매력적인데 남사친 많은 여자 어떻습니까?
게스트: 저는 여자분이 아무리 예쁘고 매력 넘쳐도 주변 남자가 많으면 관심이 떨어지더라구요.
DJ: 정말요?
게스트: 네, 애초에 썸도 안 탑니다.
All: (하하하)
왜 그 이야기를 듣고 얼마 전에 유튜브 방송으로 봤던 북 토크,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생각이 났을까. 사람의 연상 기억법이란 참 신기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이기적 유전자의 주제는 딱 하나다. 우리 몸의 주인은 유전자라는 것. (물론 이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도 함께 있다)
유전자가 계속해서 생존해 나갈 수 있게 건강한 숙주가 되는 것이 생명체의 본질이다. 그리고 그 숙주의 생은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번식을 통하여 계속해서 유전자를 이어나가는 게 성의 본능이다.
암/수 구분이 되는 유성생식의 경우 유전적 다양성의 폭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종에서 채택되는 생식 방법이다. 여기서 암/수의 입장이 갈라지게 되는데, 암컷은 직접 새끼나 알을 품기 때문에 일단 교미를 하기만 하면 자신의 유전자를 남길 수 있지만, 수컷은 교미를 한다고 해도 자손이 자신의 유전자를 가졌다는 확신이 없다.
암컷은 생식과정에서 생물학적으로 자신이 더 많은 투자를 하기 때문에, 교미 후에 파트너가 떠나지 않고 물질적/물리적 지원을 해주길 바라며 의지한다. 수컷은 자신과 교미했던 암컷이 다른 수컷 경쟁자와 교미하면 안 되기 때문에, 다른 수컷 개체들을 제거하기 위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띤다.
그래서 암/수 각각에 대해 최악의 상황은 다음과 같다. 암컷은 교미 후에 수컷이 떠나버려서 새끼를 온전히 혼자 키우는 것. 수컷은 남의 새끼를 정성을 다해 키우는 것.
라디오에서 DJ 와 게스트가 말했던 연애 상대를 보는 기준이 여기에 드러나있다. 유전자 관점에서 남자에게 최악의 상황은 남의 아이를 키우는 것이다. 즉, 잠재적으로 파트너와 관계를 맺을 수도 있는 남자가 주변에 많은 경우, 게다가 파트너의 마음이 갈대(?) 같은 성향이라면? 리스크는 더욱 커지게 된다.
대부분의 남자는 단순하다. 어떤 여자를 좋아하세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답 역시 간단하다. 예쁘고 착한 여자요. 그 '착함'이라는 표현 속에 주변 남자관계의 단순함도 자동으로 들어가 있다. 물론 그러한 기준 역시 온전히 자신이 정했다기보다는 인간이 그렇게 설계 또는 진화된 것뿐이다. 게다가 이것은 말 그대로 선호도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사는 현대 세상에, 이런 이론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의문도 가질 수 있겠지만, 가끔 쓸모가 있을 때도 있다. 바로, 여자 입장에서 어떤 남자가 이성적으로 마음에 든 경우이다.
여자 입장에서 그 사람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고, 썸 타고 싶다면, 이러한 '과학적' 이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다. 특히 이십 대 초중반의 남자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니, 필요한 분들이 있다면 쓰시길.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땐 역시 본질을 건드리는 것 만한 게 없다)
"나? 남사친 너밖에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