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야로 이직하고 싶은 백수의 고군분투
2025년 01월 31일 마지막 출근을 마치며 나는 백수가 되었다.
2개월이라는 짧은 근무를 뒤로 하고 퇴사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2가지가 있었다.
1. 이직 제안
2. 과한 업무 강도
사실 2번 때문에 퇴사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었다.
나는 약 5년 차 바리스타다. 이곳에도 바리스타 직급으로 출근했다.
술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고, 서류 업무가 나에게 폭탄처럼 주어질 것도 몰랐던
순진했던 출근이었다.
나는 술을 잘 먹지 못한다. 많이 먹어야 맥주 500ml를 겨우 먹는 사람인데, 매장에서
와인과 칵테일, 그리고 생맥주를 팔아야 한다고 했다. 어라? 나는 바리스타인데.
처음으로 생겼던 의문이었다. 저녁에 바텐더를 두지 않고, 하물며 파트타이머도 술을 팔아야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전공수업 중에 와인학이 있어 낯설지 않았고, 과거 일했던 매장에서 '샤케라토'라는
메뉴 덕분에 쉐이커도 다룰 줄 알았다. 역시 배워두면 모든 쓸모가 있지 싶었다.
낮 근무에는 샌드위치와 샐러드를 만들고, 브런치 메뉴를 팔며 아침과 점심시간에는 건물에 본사 직원들이 많아 커피 러시타임을 보냈다. 손님이 살짝 뜨는 시간에는 발주를 해야 하고, 월초와 월말에는 매장 운영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진행해야 했다. 발주와 서류는 파트타이머들이 할 수 없는 메뉴라 직원이 해야 했다. 어라? 근데 이 매장에 직원은 나 하나인데! 그렇다. 나 혼자 전부 했다.
나는 쉬는 날에도 발주를 넣어야 했고, 쉬는 날에도 서류 요청이 들어왔다. 나는 카페 소속이 아닌 정확히는 회사 소속 중 부서가 카페였던 곳에서 근무했다. 따라서 카페 부서를 총괄하는 팀장님께 인원 요청에 대해 자주 물어봤다. 원래는 직원을 3명까지 뽑아주신다는 약속을 받고 회사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근무한 지 한 달째. 아직도 우리 매장에는 직원이 나 혼자다.
전임자는 있었다. 전임자는 매니저 직급을 달고 있었고, 나는 바리스타 직급을 달고 입사했다.
서류 업무는 주로 매니저급이 했고, 나는 발주까지 도왔다. 아니 배우고 있었다.
입사한 지 일주일 차에 전임자는 다른 부서로 이동하게 되었다고 한다. 매니저 급의 이동이니
매니저 자리를 따로 구인하는 건지, 내가 매니저로 올라가는 건지 물었다. 내가 본인의 역할을 한다고 했다.
'아, 내가 매니저구나.' 그렇게 믿고 업무를 빠르게 배웠다. 부서 이동을 다음 주에 한다고 한다.
나는 일주일 만에 매장 운영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워야 했다.
일주일 동안 참 바빴다. 기본적으로 익혀야 하는 카페 운영이 있다. 머신 사용 및 관리법, 식자재 관리법, 매장 운영 방식, 파트타이머 관리, 매장 청결 유지 등이 있었다.
추가로 나는 파트타이머 구인, 총 8개의 발주법, 현금 매출 관리, 레시피 변경, 파트타이머 근무 관리, 월초 서류 작업, 4개의 월말 서류 작업 등이 있었다. 매장 일을 하면서 추가로 배우느라 진이 빠졌지만, 다른 매장에서도 해봤던 작업들이 많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익혔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최대한 업무를 익히고 매니저는 부서 이동을 했다. 내 직급도 바뀔 줄 알았다.
나는 똑같이 바리스타라는 직급과 연봉으로 매니저 일까지 하게 되었다. 이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주 차. 업무를 같이 분담해 줄 직원이 아직도 없다. 이 매장에 직원은 오늘부로 나 하나다.
내가 왜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기 시작했던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