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관광학과에서 바리스타가 되기까지의 길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나는 왜 바리스타를 하게 되었을까? 전공은 호텔관광학과면서.
어릴 적부터 유난히 외향적인 삶을 살았다. 흔한 맞벌이 부부의 자식으로 태어나
유년기 시절은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외향인인 할머니와 살았기에 똑같은 손녀로 자랐다.
새로운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에 큰 두려움이 없었다.
외향적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대학과 전공을 고르는 게 인생의 최대 고민인 줄 알았던
고등학교 시절에는 계속 그런 생각을 하면서 지냈던 거 같다.
사실 꼭 그 직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과외선생님께서 "너 웃는 거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고, 호텔리어라는 직업이 하고 싶었던 다양한 직업 중에 하나였기에 본능적으로 이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나는 호텔리어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나는 다른 친구들이 수능특강을 풀 때 토익책을 풀었고, 수능 준비를 할 때 면접 준비를 했다. 다행히 가고 싶던 학교에 붙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생각한 대로만 흘러간다면 인생이 아니겠지.
내가 가장 간과했던 게 있었다. 적성과는 다르게 몸이 직업과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놓쳤다.
아니 사실 고3 담임선생님께서 '너는 교복도 좋아하지 않으면서 과복을 입을 수 있겠냐' 물었다.
그때는 입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현실은 교복보다 더 타이트한 H라인 치마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건
입학한 이후에 알 수 있었지만.
활동적인 성격 탓에 자세를 꽉 잡아주는 과복을 불편해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다.
선천적으로 발이 좋지 않다. 족저근막염과 짝발과 평발 등 안 좋은 것은 전부 가지고 있는 발이기에
의사 선생님은 러닝화나 테니스화가 아니면 발을 괴롭히는 일이라며 최대한 신기를 금했다.
하지만 과복을 입으려면 최소 5cm의 힐을 신어야 한다. 내가 호텔리어로 일한다면?
아마 나는 퇴직할 때까지 힐을 놓지 못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지?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기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나는 호텔관광학과다.
그러므로 호텔리어라는 꿈을 버려도 관광과 관련한 일은 도전할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했던 성격 탓에 가이드가 잘 어울릴 거 같다는 말도 수없이 들었다.
가이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현재는 많이 달라졌지만, 내가 학생으로 있을 때까지 가이드는 월급제가 아닌 인센티브제가 대부분이었다. 따라서 원치 않아도 패키지를 오는 관광객에게 선택관광과 쇼핑 강매를 권유해야 내가 살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과거 가족끼리 태국여행에 갔을 때 과한 강매와 선택관광을 선택하지 않았을 시 천대하는 가이드를 만났기 때문에 나 또한 그렇게 변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이드는 선택하지 않았다.
그래도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냐는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국외여행인솔자(TC) 자격증까지는 따두었다.
졸업을 앞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와의 소통 오류로 2학점이 부족하여 졸업이 밀렸다.
계절학기를 수강해서 채우고 졸업을 하게 된 시점이었다. 이미 진행된 상황에서 내가 바꿀 수 있는 게 없기에
그냥 수긍하기로 했고, 그저 하던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유럽여행을 가고자 했다. 그즈음 1년 반동안
일한 카페에서 제안이 왔다. "너 매니저 하지 않을래?" 정직원 제안이 들어왔다.
그렇게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사장님이 제안했던 이유는 22살이라는 나이임에도 아르바이트 경력이 다양했고, 사람 응대하길 좋아하며 손이 빠르다는 이유였다. 나 또한 매장을 좋아해서 쉬는 날도 놀러 갈 정도로 애정이 높았던 가게였다.
또한 권력에 대한 욕심도 있었기에 비교적 어린 나이에 매니저라는 직급이 달콤하게 들렸다.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엄마와 상의 후 승낙을 했다. 카페와는 내 계절학기 시간표를 고려해서 스케줄을 짜주겠다는 조건을 걸었다.
나는 22살에 바리스타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