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이 모처럼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있다. 싱그러워진 잎들이 봄의 잔상을 보듯 반가운 것은 푸르름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바람을 갖게 하기 때문일까.
며칠 전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났다. 꽤 친한 친구였는데 알게 모르게 연락이 두절되어 항상 소식이 궁금했었다.
봄에 돋는 새순처럼 약해 보이기만 했던
내 친구는어느새약한 모습은 찾을 볼 수 없는 씩씩하고 용감한아줌마로 변해있었다.
남편은 한국에 있고
친구와 아이들은 이곳에 있다고 했다. 남편 없이 외롭거나 무섭지 않느냐는 나의 물음에 그럴 틈도, 그럴 여유도 없다며
하루 종일 아침부터 잠들기까지의 쉴 틈 없는 그녀의 일과들을
일일이 숨을 몰아 쉬며 나열했고 그런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오전에는 영어학원에 오후에는 요일마다 다른 아이들의 학원과 레슨스케줄에 따라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고
집에 오면 저녁과 그 밖의 집안일. 늦은 밤 아이들 숙제 점검까지 정말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분량의 에너지를 오로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힘쓰고 있었다. 아이들이 다 크면 자신만의 인생을 위해 뭔가 꼭 한번 도전할 거라 열심히 영어를 배우는 중이며 투지와 노력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미국이란 기회의 나라가 너무 매력적이라고
흥분을 하기도 했다.
비 오는 날 카페에 나와 마주 앉아 있자면 이유 없이 슬퍼진다며 맑은 눈물을 똑똑 흘리던 수선화 같던 내 친구는 어느새 우뚝 솟은 푸른 나무로 변해있었고 이로 인해 나 또한 그렇게 변했을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무기도 쓰지 않고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하는시간의 위력을 친구의 얼굴에 담겨있는세월의 흔적과
서스름 없는 그녀의 입담과 또 그녀의 말에 깊이 동감하고 있는
나를 보고알 수 있었다.
세월 따라 변해가는 인생이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시간은 전진하라 있는 것이고 우린그 시간을 타고 변해가는 중이다. 어느새 아줌마란 역에 도착해 있는 우린 또 할머니란 역으로 가기 위해 환승할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