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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orest Green Dec 22. 2019

맑은 눈물 똑똑 흘리던...

해후

베란다에 있는 화분들이 모처럼 내린 비로
촉촉이 젖어있다. 싱그러워진 잎들이
봄의 잔상을 보듯 반가운 것은 푸르름은
누구에게나 설레는 바람을 갖게 하기 때문일까.

며칠 전 우연히 옛 친구를 만났.
꽤 친한 친구였는데 알게 모르게
연락이 두절되어 항상 소식이 궁금했었다.


봄에 돋는 새순처럼 약해 보이기만 했던

내 친구는 어느새 약한 모습은 찾을 볼 수 없는 씩씩하고 용감한 아줌마로 변해있었다.

남편은 한국에 있고

친구와 아이들은 이곳에 있다고 했다.
남편 없이 외롭거나 무섭지 않느냐는
나의 물음에 그럴 틈도, 그럴 여유도 없다며

하루 종일 아침부터 잠들기까지의
쉴 틈 없는 그녀의 일과들을

일일이 숨을 몰아 쉬며 나열했고
자신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했다.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오전에는 영어학원에
오후에는 요일마다 다른  아이들학원 레슨 케줄에 따라 이곳저곳을 다녀야 하고

집에 오면 저녁 그 밖의 집안일.
늦은 밤 아이들 숙제 점검까지
정말 몸이 둘이라도 모자랄 분량의 에너지를
오로지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힘쓰고 있었다.
아이들이 다 크면 자신의 인생을 위해
뭔가 꼭 한번 도전할 거라 열심히 영어를 배우는
중이며 투지와 노력만 있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미국이란 기회의 나라가 너무 매력적이라고

흥분을 하기도 했다.

비 오는 날 카페에
나와 마주 앉아 있자면
이유 없이 슬퍼진다며
맑은 눈물을 똑똑 흘리던
수선화 같던 내 친구는 어느새 우뚝 솟은
른 나무변해 있었고
로 인해 나 또한 그렇게 변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떤 무기도 쓰지 않고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하는 시간 위력을
친구의 얼굴에 담겨있는 세월의 흔적과

서스름 없는 그녀의 입담과
또 그녀의 말에 깊이 동감하고 있는

보고  수 있었다.

세월 따라 변해가는 인생이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시간은 전진하라 있는 것이고
 그 시간을 변해가는 중이다.
어느새 아줌마란 역에 도착해 있는 우린
할머니란 역으로 가기 위해
환승할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항상 푸르른 상록수는 본보기가 없기에

어쩜 푸르를 수밖에 없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계절 따라 옷을 바꿔야 하는 인생이기에
우리는 항상 푸르른 일관성 올려다보며

닮으려 애쓰고 있지 않는가.


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내린다.  


2004-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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