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orest Green Feb 15. 2020

작은 나의 정원

이사

결혼 후 처음으로 작은 정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 얼마 만에 느끼는 향기인가.
자연이 나에게 기를 불어넣는 것인지

매일매일의 아침 기상과

지친 몸이 눕는 저녁 시간이

예전보다 행복하다.


아련한 어린 시절의 기억.

그 바람 냄새와 햇빛의 촉감

멋모를 막연한 기대의 초록빛 꿈들.

이사 후 난, 나무와 꽃과 하늘과 바람 그리고

발끝에 밟히는 흙으로부터 이것들을 다시 느끼게 되었다.


편한 만큼 시든 내 영혼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니

짐짝처럼 늘어진 치고 부담스러운 육체

패스트 라이프에 길들여진

게으른 습성만 남아있을 뿐

나 자신을 위해 심은 나무는 한 그루다.

마당 쓸기, 화단에 물 주기, 떨어진 꽃잎과 낙엽 줍기, 거름주기 등

작은 마당을 위한 내 양 손에 덤처럼 얹힌  적지 않은 일

시든 내 영혼에 물도 주고 더불어 

늘어진 육체의 태엽도 조여주리라 기대한다.


때때로 스산한 바람 불면

도시의 아파트에서  것들 아쉽고

출퇴근 거리 교통체증으로

남편의 늦은 귀가에 지친 몸은

애가 타기도 하겠지만

뒤뜰에 달려있는 사과, 복숭아, 살구 등의 과일

각각이 슬프거나 기쁜 전설을 갖고 있을

이름 모를 꽃들 그리고

바람 쫒아 산책할 수 있는 근처의 산책길

얼얼한 파스 향으로 이 같은 모든 증들을

치료해 줄 것만 같다.

또한, 푸른 향기와 풀벌레 소리로

사랑이 주는 고독달콤한 속박 이해하고

변화하는 우주의 섭리를 꿰뚫은

어제와 다른 내일을 사는

원숙한 사람 것 같은

섣부른 기대가 출렁인다 .


작은 정원을 스치는 한 줄기 바람이

나에게 속삭인다.

감당 못할 이슬비를 침처럼 삼켜며

가슴의 멍울로 달래야 될 때마다

겨울을 견뎌낸 앙상한 가지에서  

돋아난  눈부신 복사꽃을 보듯.

빛나는 눈으로 하늘을 읽고,

겸손한 마음으로 땅을 느라고.

그렇게 미소 한 조각 편하게 띄운,

착한 마음으로 살라고.

행복이란 

군살 하나 없는 날씬한 편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붙은 세월의 둔중한 살집을 갖고도

어디서, 어떻게, 무엇이 아닌

감사하며 사는 마음의 태도에 있고.


2005-7-26

매거진의 이전글 나이란 무기력해진 열정이 아닌 넉넉한 여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